TV토론 발언에 비판·고발 잇따라
시민한테 항의받는 이준석 후보 -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28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유세를 마치고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던 중 한 시민에게 전날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 이른바 ‘젓가락 발언’을 한 것에 대해 항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지난 27일 밤 열린 3차 TV 토론에서 한 이른바 ‘젓가락’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 등에선 28일 이 후보가 여성의 신체 부위에 대한 성폭력적 발언을 했다며 후보직·의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일부 시민단체는 이 후보를 모욕 혐의 등으로 고발하겠다고 했다. 이에 이 후보는 “겉으로는 여성 인권을 강조하면서 내부의 성 비위에는 관대한 진보 진영의 위선을 지적한 것”이라며 이재명 민주당 후보 검증을 위해 필요한 질문이었다고 했다. 다만 이 후보는 논란이 커지자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고 했다.
이 후보의 ‘젓가락’ 발언은 전날 TV 토론에서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에게 질문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 후보는 권 후보에게 “어떤 사람이 여성에 대해 얘기할 때 ‘여성의 성기에 젓가락을 꽂고 싶다’ 그러면 여성 혐오냐”고 물었다. 이에 권 후보는 “답변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 후보가 거론한 해당 표현은 한 유튜버가 지난 20대 대선 때 이재명 후보 아들이 과거 한 인터넷 사이트에 썼다는 의혹이 있다고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이와 관련해 권 후보는 TV 토론이 끝나고 “다른 후보 입을 통해 다른 특정 후보를 공격하도록 만든 불순한 의도”라고 했다. 이준석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공격하려고 자기에게 여성 혐오성 질문을 했다는 뜻이었다.
그러자 이 후보는 28일 아침 SBS라디오에 나와 “제가 혐오 발언을 했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라며 “제 입장에서는 실제 있었던 발언을 굉장히 순화해 질문을 드린 것인데, 두 정당에서 왜 그런 문제에 대해 명쾌하게 답을 못하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평소 여성 인권을 강조하면서 자기 진영과 관련된 여성 인권 침해성 논란에는 침묵하거나 회피하는 이중적 행태를 지적하려는 차원이었다는 주장이다. 이 후보는 “성범죄에 해당하는 비뚤어진 성 의식을 마주했을 때 지도자가 읍참마속의 자세로 단호한 평가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저열한 언어폭력 행사”라면서 이 후보에게 후보직 사퇴를 요구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아이들까지 지켜보는 생방송 토론 현장에서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발언을 꺼냈다”며 “후안무치가 곧 젊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 여성본부도 성명을 내고 “여성에 대한 모욕과 혐오의 발언이 어떤 제지도 없이 나온 것에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이준석 후보는 즉각 국민에게 사과하고 사퇴하라”고 했다. 진보당은 이 후보를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했다. 양대 노총과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도 이 후보의 사퇴를 촉구했고, 여성 단체들은 이 후보를 형법상 모욕 혐의와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비방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도 “적절치 못한 발언”이라고 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28일 서울 강남역 일대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연합뉴스
논란이 커지자 이준석 후보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내) 발언에 불편함을 느끼셨다면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고 했다. 다만 이 후보는 “그런 언행이 사실이라면 충분히 검증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했다. 이재명 후보와 그 가족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한 검증 차원이었다는 뜻을 거듭 밝힌 것이다. 이 후보는 “이재명 후보가 선거 과정에서 중요한 검증의 기회를 회피하고 있기 때문에 굉장히 표현을 순화해서 물어봤던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이날 저녁 이재명 후보 아들의 젓가락 발언이 사실이라는 취지의 검찰 공소장이 공개되자 관련 기사를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아무리 메신저를 공격하고 물타기해도 바뀔 것은 없어 보인다”고 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상대 후보 가족에 대한 검증 필요성과는 별개로 이준석 후보가 공적인 토론회에서 적나라한 표현을 쓴 것은 이슈 상업주의에 편승한 것 아니냐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이준석 후보 질문에 권영국 후보가 답변하지 않아 진보 진영이 추구해 온 가치를 외면해 버렸다는 주장과는 별개로 TV 토론의 품격은 떨어진 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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