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 정책공약 부동산·주택 분야
28일 더불어민주당이 발표한 21대 대통령선거 정책공약에서 부동산·주택 정책과 관련한 분야는 도드라지는 게 없다는 게 전문가 사이 대체적인 평가다. 그간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캠프 안팎에서 부동산 관련 정책 기조를 뚜렷이 드러내지 않았다. 과거 민주당에서 집권했을 당시 집값이 폭등했다는 인식이 강했던 터라, 로키(low-key) 전략을 유지해왔다. 추진 배경이나 의도가 어찌 됐든 부동산 정책에 헛심을 쓰면서 결과적으로 민심이 돌아서는 데 적잖이 영향을 끼쳤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발표한 부동산·주택 관련 정책은 대부분 기존에 하던 정책을 강화하거나 구체적인 로드맵보다는 큰 틀에서 방향을 제시한 게 대부분이다. 통상 대선 공약으로 많이 거론하는 주택공급 역시 확대 정도의 표현만 있을 뿐 구체적인 목표치나 방법을 내놓지는 않았다. 익명을 원한 한 전문가는 "주택공급의 경우 계획을 짜고 인허가, 공사 등 실제 입주하기까지 수년이 걸린다"면서 "그만큼 실현 가능성보다는 수사적인 차원에서라도 공약을 내놓을 법한데 이번에는 다소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8일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정문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유홍준 교수 등과 함께 인사하고 있다. 2025.5.28 김현민 기자
공약집에는 생활안정 부문 가운데 하나로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부동산 공급정책에 집중하겠다"라고 돼 있다. 그나마 눈에 띄는 건 "초고가 아파트 가격상승 억제 중심에서 중산층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공급 중심의 주거 정책에 집중하겠다"라고 표현한 부분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수도권과 지방간 집값 양극화가 한층 심화한 상황인 만큼 민주당 집권 시 당초 대출규제 등을 통해 가격을 짓누르는 식의 카드를 쓸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었다"며 "'초고가 아파트'에 별다른 규제를 가하지 않겠다는 점을 공언한 점은 다소 의외"라고 말했다.
고분양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주택공급 신속인허가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새 아파트를 짓는 데 기간이 오래 걸리면 그만큼 사업비가 늘고 분양가가 비싸지는 만큼, 행정절차를 빨리 밟게 해 사업비를 낮춰 분양가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언급하진 않았으나 제도를 정비하거나 새로 도입하는 것만으로 구현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속도 외에 분양가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워낙 다양한 데다, 지방은 물론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도 미분양 문제가 심각해진 상황에서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공공기관·기업이 보유한 유휴부지를 활용하는 방안, 업무상가 용지를 주택용지로 전환하는 방안, 정비사업 시 용적률·건폐율 완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할 때나 민간·공공 특별공급 물량을 배정할 때 신혼부부 기준을 10년으로 늘린다거나 소득요건을 완화해 대상을 늘리겠다는 공약은 저출생 대책의 일환이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교통 분야에서는 이동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교통기본법을 제정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해외 사례 등을 들어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관련 정부 부처나 전문가 사이에선 필요성이 인정되고 있으나 아직 법제화되지 않았다. 수요자와 공급을 책임질 각종 사업자, 실제 서비스 제공 노동자 등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데다 기존 법령에서 이미 다양한 교통수단·체계를 관할하고 있어 쉽지 않은 일로 꼽힌다. 이동을 기본권으로 인정할 경우 막대한 재정이 수반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밖에 KTX와 SRT로 나뉜 고속철도를 통합하는 방안은 국민편의 확대, 안전성 강화 차원에서 추진하겠다고 명시했다. 민주당은 화물차 안전운임제 재도입, 전세버스운송사업 표준운임제 도입, 택시 준대중교통 인정 등 다양한 교통수단과 관련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제시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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