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후보 인신공격 난무·변죽만 울려
차라리 분야별 시험·결과 공개가 낫겠다
27일 밤 6.3 대선 3차 TV 토론회를 지켜본 한 지인은 "중학생 자녀와 함께 토론회를 시청하다 TV를 꺼버렸다"고 했다. 최근 청소년 사이에서 토론 문화가 강조되는 추세라 자녀에게 혹 도움이 될까 황금시간대를 기꺼이 내놓았지만, 이런 기대는 보는 내내 처참하게 무너졌다고 고백했다.
1차(경제)와 2차(사회) 토론회가 '맹탕'이었다는 지적에 따라 마지막 토론회에 큰 관심이 쏠렸다. 주제도 가장 치열한 '정치' 분야였다.
앞선 두 차례 토론과 마찬가지로 이날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김문수, 개혁신당 이준석,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희망과 비전, 정책으로 어필하기보다는 상대의 과거 발언과 행적을 꼬집는데 대부분 시간을 할애했다. 또, 주제와 아무런 관련 없는 설전을 벌이는 등 상대방 끌어내리기에 몰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나마 권영국 후보 만이 의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존재감이 부각됐다.
토론회의 생산성은 제쳐 두더라고 이날은 이준석 후보의 여성에 대한 성폭력 발언이 그대로 전해져 논란이 됐다.
이준석 후보는 권영국 후보에게 "어떤 사람이 여성의 성기나 이런 곳에 젓가락을 꽂고 싶다고 하면 여성 혐오냐"고 물었다. 과거 이재명 후보 아들이 인터넷에 성희롱 댓글을 달았다는 의혹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달려든 이 후보의 발언으로 토론장은 순간 아수라장이 됐다. 토론을 지켜보던 많은 시청자도 이 대목에서 아연실색했고, '수치심을 느꼈다','사퇴해야 한다'는 격앙된 반응을 남기고 있다. 결국 이 후보의 돌출 표현으로 다른 토론 내용이 묻혀버렸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이날 토론은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을 하루 앞두고 열린 최후의 토론장이었다. 대선 후보 4인이 서로 공약에 대해 직접 따지고 자신의 논리로 반박할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다. 특히 이번 대선은 12.3 비상계엄과 그에 따른 대통령 탄핵 이후 두 달 만에 치러지는 조기 대선이다. 이런 탓에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할 기회가 정규 대선과 비교해 턱없이 부족했다. 이런 상황에서 TV 토론회가 네거티브 공방으로 흐르면서 토론을 보고 투표할 후보를 선택하고자 했던 유권자들에겐 갈증과 아쉬움이 컸다.
토론 방식 역시 주제에 상관없이 후보자당 6분 30초씩 발언 시간을 보장하는 기계적 균형에 방점을 찍다 보니 분명한 한계가 느껴졌다.
23일 열린 2차 토론회에선 주제가 '기후위기 대응 방안'였는데, 공약 발표 뒤 주도권 토론에 들어선 뒤엔 아예 '기후'라는 말조차 사라졌다.
이쯤 되니 TV토론 무용론 아니 해악론까지 등장한다.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을 돕겠다는 애초 취지는 사라진 지 오래고, 시간 낭비·전파 낭비라는 냉소만 남았다.
차라리, 토론 대신 정치·경제·사회 등 분야별 주제를 정해놓고 후보들이 시험을 치게 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면 어떨까 싶다. 인신공격만 난무하고 변죽만 울리는 토론 대신 후보별 시험 결과지가 유권자들의 객관적 선택에 훨씬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오늘부터 사전투표가 시작된다. 여느 때처럼 이번 선거도 박빙이 될 전망이다. 이럴 때일수록 한 표의 무게감은 더해진다. 꼭 소중한 한 표 행사하시라.
/주찬우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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