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르포 - 여의도·서울역·신촌] TV토론 '여성혐오 발언' 다음날, 강한 불쾌감 내보인 시민들

[전선정, 정초하 기자]

▲  성폭력, 여성혐오 등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의 3차 TV토론 발언 다음날인 28일 오전, 서울역을 찾은 시민들이 TV 화면 속 이 후보를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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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처음 들었던 감정은 충격이었어요. 이걸 보고 있는 모든 시청자들, 특히 여성 시청자들한테 너무나 잊을 수 없는 모욕감을 불러일으키는 발언이었어요." - 송수진(21·여성·대학생)

"개인적으로 현실적 선택을 한다고 생각해서 (이준석 후보를) 지지해요. 하지만 예민한 발언이었다고 생각해요. 조금 아쉬웠어요. 꼭 그 자리에서 그 발언을 그대로 인용했어야 했나..." - 박수연(30·여성·여의도 직장인)

유세를 보러 온 지지자도 마냥 감싸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마지막 TV토론 다음날이자 사전투표 전날인 28일, 여의도공원·신촌 대학가·서울역에서 만난 시민들은 이 후보가 TV토론에서 내뱉은 성폭력·여성혐오적 발언을 강하게 질타했다. 특히 여의도공원은 이 후보가 직장인을 겨냥해 이날 유세 장소로 택한 곳인데 이곳에서마저 쓴소리가 쏟아졌다.

[여의도공원] "가족끼리 보다 TV껐다"

▲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던 중, 한 시민이 전날 TV토론에서의 이 후보 발언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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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 이 후보의 유세 현장 인근에서 만난 직장인 조아무개(34, 여성)씨는 "(이 후보의 발언은) 여성혐오가 맞다"라며 "커뮤니티의 글을 팩트체크 없이 가져와서 공격의 무기로 썼는데 본인 수준 드러내는 발언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더해 "공중파, 그것도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그런 발언을 거르지 않고 할 수 있다는 후보자의 인식에 대해 되게 놀랐다"라며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김아무개(31, 여성)씨 또한 "어쨌든 2030 여성도 자기 표일텐데 왜 다 포기한 발언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공감했다. 인근에서 만난 이승훈(47, 남성)씨는 이 후보의 발언을 본인이 언급하는 것조차 주저했다. 그는 "혐오적이고 (여성들이) 수치를 느꼈을 법한 언어폭력"이라고 말했다.

이아무개씨(40, 여성)도 "여성으로서 그 말을 듣는 것 자체가 (해당 표현의) 피해를 당하는 것 같이 느껴진다"며 "매우 불쾌하고 표현 자체가 가해"라고 강조했다. 특히 가족과 함께 토론회를 보고 있었다는 이씨는 "아이와 함께 있었는데 이 후보 발언을 듣고 바로 TV를 꺼버렸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만약 아이가 질문했을 때 이를 어떻게 설명해 줘야 하나 당황스럽고 걱정이 됐다"며 "내 자식이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저렇게 표현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아무개씨는 "(이 후보는) 혐오를 양성하고 시민들을 선과 악으로 갈라 여론을 형성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라며 "20대 남성만을 위한 공약을 내세우고 (여론을) 통합하지 않으려는 자세는 대통령 후보로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조아무개(31, 여성)는 "사회자가 초시계 역할 외에 무엇을 했나"라며 "어제 도 넘은 발언들이 특히 심했는데 중재하는 사회자의 역할이 미비했고 특히 이준석의 발언을 사회자가 제지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 후보가 유세하던 주변에선 그의 발언을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사람들을 여럿 만날 수 있었지만, 그중 일부는 다른 의견을 내보이기도 했다. 권아무개(30대, 남성)씨는 "(이 후보가) 정책이나 현안에 대해 구조적인 원인을 파악해 해결할 분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어떤 관점에서는 (그 발언이) 여성혐오적인 발언으로 비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서울역] "불쾌감 넘어 여성에겐 위협"

▲  성폭력, 여성혐오 등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의 3차 TV토론 발언 다음날인 28일 오전, 서울역을 찾은 시민들이 TV 화면 속 이 후보를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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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서울역에서 만난 시민들 또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김아무개(43·여성·프리랜서)씨는 "여성으로서 그런 표현을 들으면 불쾌감을 넘어서 굉장히 위협감을 느낀다"며 "전 연령이 다 볼 수 있는 토론 프로그램에 나와서 (그런 발언을) 했다는 게 정말 믿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 후보의 발언을 "소수의 혐오 집단을 위한 것"이라고 평가하며 "여성혐오 의식을 가지고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지지층에게 '나 공적인 자리에서도 이런 발언할 수 있어'라는 사인을 보내는 것 같았다"고 지적했다. 박아무개(47·남성·직장인)씨는 "이미 여성가족부 폐지나 동덕여대 발언에 있어 남녀를 갈라치기했는데 그것의 연장선에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평했다.

배아무개(28·여성·직장인)씨 역시 "(이 후보가 말한 댓글의) 대상인 여성 아이돌이 받았을 상처와 충격에 대해서도 걱정이 많이 됐다"며 "특히 청소년과 어린아이들은 충격을 받고 사고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배씨는 주변 지인들의 반응을 묻는 말에 "방금 전까지 얘기했다"며 휴대폰 채팅방 화면을 내보이기도 했다. 그는 "친구들도 '이런 발언을 방송에서 한 것이 진짜냐', '필터링 없이 내뱉어버리는 게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후라도 선관위나 방송사 측에서 (이 후보를) 제재하고 속한 당 측에서라도 사과를 해야한다"고 요구했다.

심지어 이 후보의 지지자 중에서도 부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김아무개(58, 여성)씨는 "이준석은 인용했을 뿐"이라면서도 "야사 같은 얘기를 토론회 자리에서 꺼내기에는 적절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헐뜯기 중심의 토론회를 두고도 질타가 이어졌다. 서아무개(35·남성·직장인)는 "마지막 (3차) 토론에서도 정책에 관한 내용은 안 나오고 서로의 잘잘못을 비방하거나 헐뜯는 내용만 나왔다"고 말했다. 이아무개(40대·남성·직장인)씨 역시 "분열된 대한민국을 합칠만한 발전성 있는 토론을 해야 하는데 서로 망신과 면박주기만 있어 엉망이었다"고 평했다.

[신촌 대학가] "충격적", "모욕적"... 대학가 분노 지수↑

▲  3차 대선 TV토론 다음날인 28일 오전, 대학가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토론 중 나온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여성혐오 발언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사진은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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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어떤 시선으로 여성을 바라보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 송아무개(20, 여성)씨

"저는 들을 생각이 없었는데 갑자기 그런 말을 그냥 들은 것 아닌가. 길을 걸어가고 있는데 누가 저한테 오물을 뿌린 것 같았다." - 허아무개(20, 여성)씨

"보수 계열 기성 세대를 무리하게 잡으려고 시도하다가 어느 쪽도 만족시키지 못한 결과를 낳았다고 생각한다." - 조아무개(25, 남성)

신촌 대학가에서 만난 학생들과 직장인들은 분노의 감정이 더욱 큰 듯했다. 특히 여성들은 "폭력적", "충격적", "모욕적", "불쾌" 등 강도 높은 표현으로 부정적 의견을 내놨다. 이화여대 정문 앞 프랜차이즈 커피숍에서 만난 대학생(25, 여성)은 "애초에 (이준석 후보가) 그럴 사람이란 걸 알아서 딱히 놀랍진 않았다"며 "그 발언은 너무나 불쾌해서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캠퍼스에서 만난 직장인 성아무개(32, 여성)은 "공적인 자리에서 그렇게 발언하는 건 아닌 거 같다. 너무나 여성혐오적인 발언이다"라며 "며칠 전 이 후보가 인하대에 갔을 때 그의 핸드폰에 '펨코'라는 사이트가 있던 것도 그렇고, 평소에 갈라치기나 여성혐오적인 발언을 너무 많이 해서 안 좋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등굣길에 인터뷰한 허아무개(20, 여성)씨는 "우리는 계엄 이후 내란을 종식하기 위해 이번 대선에 임하고 있다"며 "그런데 후보라는 사람이 국민을 대표하지는 못할망정 어린애들이 장난삼아서라도 하지 않을 만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버젓이 내뱉었다. 개탄스럽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준석 후보는 여러 번 대선 토론을 봤는데 정말 자기 공약에 대해서는 생각이 없고 누군가를 깎아내리고 비판하기 위해서만 나온 것 같다. 1차적으로는 아무런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대선 후보로 실격, 그런 막말을 했다는 것으로 우리 사회 시민으로 실격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사람을 어떻게 그런 자리(대선 후보)까지 올려줬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남성 학생들 또한 비판을 이어갔다. 연세대 인근에서 만난 대학원생 한아무개(34, 남성)씨는 "너무 격이 떨어지는 발언이다. 인용했기 때문에 문제가 안 된다고 (이 후보는)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런데도 인용에도 윤리가 있다"라며 "그런 표현을 실제 누가 했더라도 그것을 전 국민이 보는, 아이들도 보는 대선 토론 자리에서 그대로 전달하는 것은 너무 실망스럽다"라고 말했다. 인근에서 만난 다른 학생(22, 남성)도 "일반적인 상황에서 그런 이야기를 한다면 당연히 성희롱성인 발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 후보의 사과와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송수진씨는 "변명이 아니라 정확한 사과를 해야 된다"며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모욕감을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서 '죄송하다'고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아무개씨는 "사퇴하고 사과해야 할 뿐만 아니라 비판 또한 계속 받아야 한다. 그런 막말을 하고 나서 사과했다고 '난 이제 다른 사람이 됐어' 이럴 수는 없다"라고 지적했다. 한아무개씨는 "1차적으로 표로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소수의 지지가 있을진 몰라도 (이 후보의) 정치 인생에 계속 따라다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  3차 대선 TV토론 다음날인 28일 오전, 대학가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토론 중 나온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여성혐오 발언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인근에 이 후보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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