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주파수 절반 만료…"예측 가능하고 합리적인 산정 방식 요구"
각국은 ‘맞춤형 주파수 전략’…"한국도 정책 유연성 높여야"
김범준 가톨릭대 교수가 전파정책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김나인 기자
내년 이동통신 주파수 재할당을 앞둔 가운데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재할당 대가를 산정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제언이 나왔다. 인공지능(AI) 전환으로 트래픽이 늘고 6G 전환 준비가 맞물리면서 주파수 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글로벌 주요국들도 앞다퉈 유연하고 전략적인 주파수 정책 마련·수립에 나서고 있다.
정보통신정책학회와 한국통신학회, 한국전자파학회는 28일 서울시 양재동 엘타워에서 'AI 시대 및 6G 이동통신을 준비하는 전파정책' 세미나를 공동 개최했다. 한국은 내년까지 3G, 롱텀에볼루션(LTE)을 포함한 370㎒ 폭 등 전체 이동통신 주파수의 절반가량이 순차적으로 만료된다. 정부는 전파법에 따라 '예상매출 기반 대가 산정' 방식으로 재할당을 추진해왔지만 평가 기준의 불투명성과 예측 불가능성이 논란이 되고 있다.
업계는 충분한 5G 주파수 확보와 낮은 망 부하율, 트래픽 증가율 둔화 등을 이유로 추가 할당 필요성에 신중한 입장이다. 실제 2019년 이후 데이터 트래픽 증가율은 점차 하락해 2024년 기준 6.6%, 1인당 트래픽은 4.7% 증가에 그쳤다. 다만, AI 어시스턴트, 생성형 AI 등 서비스 확대가 업링크(업로드) 트래픽의 전환을 유도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망 고도화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는 이에 대응해 지난해 '디지털 스펙트럼 플랜'을 발표하고 6G 후보대역 확보와 위성망 구축 등 중장기 로드맵을 수립했다.
김범준 가톨릭대 회계학과 교수는 "6G 시대에는 기존 이동통신 주파수 대역의 재정비와 광대역화가 핵심"이라며 "다양한 서비스와 기술이 동일 대역에서 공존해야 해 시간·공간·용도별로 지능적이고 유연한 주파수 공동 사용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사례도 공유됐다. 영국 오프콤은 올해 밀리미터파(mmWave) 대역 주파수 경매를 실시하며 중소사업자와 지역 기업들이 특정 대역을 유연하게 활용하도록 '공유접근 라이선스 제도'를 확대하고 있다. 주파수 라이선스 비용도 조정해 통신사들의 연간 부담을 약 4000만 파운드(약 741억원) 감축할 예정이다. 독일은 제조업 혁신을 위해 폭스바겐, 지멘스 등 기업에 5G 주파수를 할당하면서 산업 현장에 적극적으로 '5G 특화망'을 구축하고 있다. 5G 특화망 주파수로는 대부분 3.7㎓ 대역을 사용하고 있다. 또한 독일 연방통신청은 올해 사용권이 만료되는 800·1800·2600㎒ 대역에 대해 만료 후 5년간 조건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일본 총무성은 내년 3월까지 5G 4.9㎓, 26㎓, 40㎓ 대역을 경매, 추가 할당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경매 도입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투자와 기술 활용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낙찰자를 결정하는 방식을 택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의 주파수 재할당 대가 산정방식은 시기마다 달라지거나 구체적 산식이 비공개돼 사업자들의 예측 가능성과 정책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며 "실제 매출 등 객관적 지표를 반영하고 서비스 안정성과 공익성, 기술 투자 등 다양한 요소를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파 정책이 AI를 포함한 차세대 네트워크 관점에서 재정의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황승훈 동국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기지국 수와 같은 전통적 통신 투자 산정 방식에서 AI 서비스 제공을 가능하게 하는 AI 인프라도 고려하는 통신 투자 산정 관점의 전환이 요구된다"며 "세제 혜택, 대가 인하 등 네트워크 인프라 투자 촉진을 위해 인센티브와 연계한 전파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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