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21대 대선 과학 공약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자협회 제공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한 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개혁신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가 공약 검증 토론회에서 인공지능(AI) 육성이 중요하다는 점에 한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각론에서는 차이가 있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100조원 규모 투자를 강조하고 행정조직을 통해 정부가 주도하는 AI 발전 방안을 제시한 반면 개혁신당은 민간 자생력을 키우는 방향에 방점을 찍었다.
28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한국과학기자협회와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이 민주당과 국민의힘, 개혁신당의 대선 과학 공약을 검증하기 위해 개최한 토론회에서는 AI 진흥 방안이 화두가 됐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AI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강조했다. 황정아 민주당 선대위 과학기술혁신위원장은 “AI 투자 100조원 시대를 열 것”이라며 “현재 정부 예산에서 AI가 차지하는 액수는 추경을 포함해도 4조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를 크게 늘릴 것”이라고 했다. 정부 예산을 늘려 민간 투자 확대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 이재명 후보의 AI 진흥 방안이라는 것이다.
최형두 국민의힘 선대위 부위원장 겸 G3 도약 AI과학본부장은 토론회에서 “김문수 후보가 만들려는 정부는 세계 최초의 AI 정부”라며 “공공 부문에서 AI로 전환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도 100조원 규모 민관합동펀드 조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100조원’이라는 숫자를 AI 육성 정책의 전면에 내세운 셈이다.
반면 개혁신당은 국가 지원보다는 민간 자생력 확보에 방점을 찍었다. 조용민 개혁신당 공동선대위원장은 “정부는 지원보다는 제도 개선을 하는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간 투자 등이 결합되지 않은 채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장으로 거대언어모델(LLM)을 만들어보자’는 식의 접근으로는 시간과 비용만 소모될 수 있다”고 말했다.
AI 발전을 위한 국가 기관 재편에서는 각 당의 시각차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났다. 황 혁신위원장은 “유명무실했던 대통령 직속기구 국가인공지능위원회를 내실화해 본격적인 ‘K-AI’ 시대를 다지겠다”며 “기술자와 연구자, 기업 간 협력을 대통령이 직접 살펴 명실상부한 AI 컨트롤 타워로 재편하겠다”고 했다. 황 혁신위원장은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면 대통령실에 ‘AI 정책수석’을 두고 ‘국가 인공지능 최고 책임자’ 역할을 맡길 것이라고도 했다.
최 본부장은 김문수 후보 당선 시에 과학기술 부총리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는 “부처별로 나뉘어 있는 AI와 과학기술 혁신 역량을 모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 때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에 대해서는 “큰 패착이 있었다”고 했다. 최 본부장은 “대통령실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 공동선대위원장은 “이준석 정부는 국가인공지능위원회를 구성하는 인사부터 바꿀 것”이라며 “글로벌 학계와 한인 개발자를 영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개혁신당의 경우 ‘교육과학부’ 신설도 제시했다. 이 후보와 개혁신당은 과학기술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한편, 과실연은 이날 오전 별도로 각 당의 과학과 AI, 디지털 분야 공약에 대한 전문가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과실연은 “3명의 후보 모두 과학기술의 전략적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대를 보이고 있지만, 정책 간 연계성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R&D 확대에 대한 의지를 뒷받침할 예산 확보 방안이 아쉽다고 과실연은 덧붙였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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