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장혜영 민주노동당 공동선대위원장 "독자적 진보정당 있어야 광장 목소리 대표 가능"
[곽우신,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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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 장혜영 공동선대위원장이 22이 오후 서울 구로구 민주노동당사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 이정민 |
"내란 세력의 '압도적 패배'를 위해 진보정당이 이번 대통령 선거를 완주해야 한다."
제21대 대통령 선거 TV토론 최고의 '신스틸러'는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였다. 권영국 후보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시민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는 첫 등장부터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직격했다. 12.3 내란사태에 대한 제대로 된 반성도, 사과도 없는 '내란 동조' 세력이 대선에 나설 자격이 있는지 따져 물었다. 기회를 줬음에도 고개 숙이지 않은 김 후보의 악수도 거절했다. 고용노동부 장관 출신임을 내세우면서 정작 '노란봉투법'과 '중대재해처벌법'에 부정적인 김 후보의 태도를 질타했다.
동시에 권 후보는 '유일 진보 후보'를 표방하며 사라진 진보 진영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처럼 '더불어민주당이 허락한 진보'로 재편되며, 많은 세력이 원칙을 어기고 위성정당 행을 택했다. 이들은 원내 진입에 성공하고도 민주당을 왼쪽으로 견인하는 데 실패했다. 도리어 민주당 지지층이 '수용 가능'한 의제에만 선택적으로 천착하면서 진보진영 전체가 황폐화됐다. 그리고 민주당은 '중도보수'를 표방하며 '우클릭'에 나섰다.
지난 22일, 민주노동당 당사에서 만난 장혜영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정의당이, 그리고 민주노동당이 지금 걷고 있는 길에 '후회는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리고 시민들의 후원금 덕에 무사히 후보로 등록해 대선에 나선 권영국 후보를 자랑스러워했다. 전직 국회의원인 장혜영 위원장은 많은 이가 뿔뿔이 흩어지고 당을 떠났지만,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뛰고 있다.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은 정식 후보단일화 제안이 없었음에도 지난 대선 패배의 탓을 완주한 정의당으로 돌리고 있는 현실이다. 하지만 또 어떤 유권자들은 정의당이 있었기 때문에 본인의 표를 후회없이 찍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사표 방지 심리'에도, 상대적으로 저조한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권영국과 민주노동당이 완주할 의사를 분명히 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와 '진보정당 대선 후보'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아래는 그와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 형태로 정리한 내용이다.
"광장이 열어낸 대선인데도 사라진 목소리... 권영국이 대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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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 장혜영 공동선대위원장이 22이 오후 서울 구로구 민주노동당사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진보정당이 독자적으로 존재해야만 끝까지 광장의 목소리를 대표할 수 있다"면서 "첫 TV토론 이후 '사라졌던 광장의 목소리를 대변해줘서 고맙다'는 반응이 쏟아졌다"고 밝혔다. |
ⓒ 이정민 |
- 현장에서 만나는 시민들의 반응은 어떤가? 지지자들의 분위기가 궁금하다.
"많은 분이 'TV토론 잘봤다'라며 '잘했다', '고생 많았다'라고 격려를 건넸다. 상대 후보들의 토론이 워낙 엉망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런 반응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에게는 이 한 번의 기회가 너무나 간절한데, 어떤 후보들은 그 자리가 얼마나 귀한 것인지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민들에게 광장의 목소리, 진보의 목소리를 전하는 일은 우리에게 간절한 선물과도 같은 일이다."
- 권영국 후보가 그간 미디어에 거의 노출되지 못했던 점이 아쉬웠는데, 첫 TV토론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있다. 어떻게 보나?
"광장이 열어낸 대선인데, 그 광장의 목소리가 사라졌다는 점을 많은 시민들이 체감하고 있었다고 본다.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었겠지만, 실제로 그 현실을 마주했을 때 느낀 당혹감과 분노가 컸다고 생각한다. 권영국 후보가 TV토론을 통해 그 지점을 정확히 짚었고, 그동안 정치의 시간 안에서 대변되지 못했던 광장의 목소리를 대신해줬기 때문에 시민들이 강하게 호응해준 것이라 본다. 정말 감사한 마음이다."
- 대통령 후보자 TV토론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무엇이었나?
"역시나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게 '윤석열이 내란의 우두머리라는 것을 인정하느냐'고 돌직구를 던진 장면이다. 이 선거가 왜 치러지는지를 짚어야 하는 시점이었고, 누군가는 분명히 해야 할 말이었다고 본다. 비록 그날 TV토론은 경제 분야에 관한 토론이었지만, 2024년 12월 3일, 계엄령만큼 대한민국 경제를 뒤흔든 사건은 없었다. 경제를 얘기하는 자리였다고 해도 그 질문은 충분히 타당했다."
- 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등은 대선에 직접 출마하는 대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지원하고 있다. 독자적 진보정당이 후보를 내고 완주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치는 말이 아니라 삶이다. 권영국 후보는 거리에서 싸우고, 현장에서 연행되며, 한 번도 쉬운 길을 택하지 않았던 사람이다. 그 삶을 믿기에 이번 대선에서도 우리는 완주를 선택했다. 진보정당이 독자적으로 존재해야만 끝까지 광장의 목소리를 대표할 수 있다. 실제로 첫 TV토론 이후 '사라졌던 광장의 목소리를 대변해줘서 고맙다' '이제 투표장으로 나갈 수 있게 됐다'는 반응들이 쏟아졌다. 후원금을 보내시면서 입금자명으로 '감사합니다'라고 보내는 분들도 있다. 우리가 독자적 진보정당으로 남아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남은 선거운동 기간에도 그 역할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 이것이 진보 정치의 의미이자, 이번 대선에서 우리가 져야 할 책임이다.
- '거리의 변호사'로 오랫동안 현장에서 활동한 권영국 후보이지만, TV토론에 적합한 인물일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권영국 후보는 전업 정치인이 아니었다. 거리에서 싸우고, 법정에서 시민을 대변해 온 변호사 출신이다. 그는 하고 싶은 말이 분명하고, 만들고 싶은 세상의 그림이 뚜렷한 사람이다. 선거 초반 회의에서도 전략이나 아이디어는 여러 방향에서 논의됐지만, 결국 토론은 후보가 자신의 언어로 직접 해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권 후보는 자기 언어를 가진 정치인이고, 그 언어는 삶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번 TV토론에서 보여준 모습도 권영국 후보가 그런 정치인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민주노동당에 주는 표, 사표 아니라 사람 살리는 생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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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이 허락한 진보만으로는 우리가 바라는 세상을 만들 수 없다. 민주당은 본질적으로 보수 정당이다. 진보는 자기 길을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 지금처럼 민주주의가 시험대에 오른 시기에는 더욱 또렷한 길이 필요하다." |
ⓒ 이정민 |
- 시민들의 후원금이 없었다면 후보 등록도 하지 못할 뻔했다. 많은 고민과 현실적 어려움에도 민주노동당이 대선 후보를 낸 이유는 무엇인가?
"지금의 양당제 구조에서는 다양한 사회적 의제가 제대로 다뤄지기 어렵다. 대부분의 이슈가 진영 논리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장애인 권리를 이야기하면 '민주당 편이냐', 성평등을 이야기하면 '국민의힘을 공격하는 것이냐'는 식의 반응이 돌아온다. 위성정당에 편입해서 생존하기를 선택한 정당들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구조에서는 결국 시민들이 사회적 분열의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그래서 다당제가 필요하고, 그 출발점은 전면적인 비례대표제 도입이다. 자생력을 갖춘 독자적 진보정당이 필요한 이유이다. 정의당이 지난 국회의원 총선거 때 위성정당을 거부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비록 원외정당으로 밀려났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내란 사태와 같은 극단적인 민주주의 파괴만이 문제가 아니다. 위성정당을 창당하고 그 정당을 통해 제도를 우회하는 방식 역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일이다. 그것이 진보의 이름으로, 시민사회의 이름으로 합리화되는 것은 부적절하다. '위성정당 방지법'을 도입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어떤 제도를 만들든 편법을 통해 제도를 해킹하려는 시도는 항상 존재한다. 구조를 바꾸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래서 정치개혁이 필요하고, 전면적인 비례대표제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만약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이번 TV토론에 나서기도 힘들었을 것이고, 이처럼 광장의 소외받은 목소리들을 대변하지 못했을 것이다."
- 그 전까지 꾸준히 선거 때마다 제기됐던 정치개혁 과제마저 이번 대선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국민의힘은 국회의원 정수 축소, 비례대표제 폐지 같은 주장을 하기도 했다.
"어리석은 입장이다. 윤석열 정부의 폭주가 역설적으로 국회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삼권분립 체계 안에서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하는 기능을 제대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회의 신뢰도가 올라간 상황에서, 국회를 향한 정치 불신을 조장하는 게 정치개혁일 수는 없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의원 수를 조정하는 사안도 단지 국민의힘의 책임만으로 돌릴 수 없다. 정치권 전체가 책임져야 하는 문제다.
그래서 광장의 요구가 피할 수 없는 요구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예컨대 광장의 차별금지법 요구 같은 경우, 양당제 구도 하에서는 보수 교회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구조 자체를 해결하는 게 핵심이다. 광장의 정신을 '다양성'이라고 할 때, 소선거구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개헌 이야기를 하면서 결선투표제와 전면적 비례대표제 도입을 함께 이야기하는 이유이다. 단 한 사람의 시민도 배제되지 않도록, 단 한 유권자의 표도 사표가 되지 않도록 선거제를 고쳐야 한다. 여성과 이주민 등 사회적 비주류 문제도 사회적 합의를 넘어 정치적 합의의 문제이다. 다당제 정치개혁을 위한 결단이 필요하다."
- 민주당이 '중도보수'를 표방하고 우클릭하는 동안 다양한 진보적 의제와 목소리들이 가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이 허락한 진보만으로는 우리가 바라는 세상을 만들 수 없다. 민주당은 본질적으로 보수 정당이다. 진보는 자기 길을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 지금처럼 민주주의가 시험대에 오른 시기에는 더욱 또렷한 길이 필요하다. 작더라도 뚜렷한 방향, 그것이 민주노동당이 가는 길이다."
- 혹자들은 내란 세력에 맞서 '압도적으로' 승리하기 위해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의한다. 압도적으로 승리해야 한다. 이번 대선에서 내란 세력의 패배는 이미 확정적이다. 그 패배를 압도적 패배로 만들어야 한다. 바로 그 압도적 패배를 위해 진보정당이 완주해야 한다. 진보 유권자가 결집하고, 광장의 목소리가 살아 있을 때에야 비로소 투표장에 나오는 시민들이 있다. 그래서 이건 '사표'가 아니라 '생표'다. 어떤 표는 사람을 살리는 표가 된다. 완주를 비판하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지난 기간 동안 진보정당에 투표해준 시민들이 있었기 때문에, 민주노동당도 이번 TV토론에 나설 수 있던 것이다. 단일화를 정녕 원했다면 진즉에 결선투표제부터 도입했어야 한다. 선거가 끝나고 나서야 결선투표제를 언급하는 건 무책임한 일이다. 우리는 대한민국을 조금이라도 더 낫게 만들기 위한 길을 택했고, 그것이 진짜 정치라고 믿는다."
- 보수 진영이 막판 극적인 단일화를 시도하게 되면,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이재명 후보가 정치개혁 등 과제를 제시하며 단일화를 제안한다면? 지나치게 정치공학적 접근인가?
"아직 도래하지 않은 상황을 가정하고 미리 '어떻게 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당장 지금 짜인 선거구도가 그렇지 않다. 권 후보는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광장의 목소리를 끝까지 대변할 것이다. 많은 당원들과 지지자들이 권영국 후보의 삶을 믿고 있다. 지금도 각자의 자리에서 정말 열심히 뛰고 있다. 이 선거는 단순히 한 표의 문제가 아니다. 시민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우리는 그 책임을 끝까지 다할 것이다."
- [인터뷰②] "차별은 극우의 토양… 페미니즘이 민주주의 바로미터"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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