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국제무역협회, 한미 통상 세미나 개최
韓 플랫폼 규제 中에 안통해…美에 역차별
플랫폼 규제 완화하면 통상협상에도 긍정적
이재명 후보 공약집에는 '온플법 제정' 포함돼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오는 6월4일 출범할 새 정부가 디지털 플랫폼 규제를 완화하면 향후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서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관세 유예 연장을 끌어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달 24일 미국 워싱턴 DC 방문 중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에서 두번째)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 끝)과 함께 미국 재무부에서 열린 ‘한-미 2+2 통상협의(Trade Consultation)’ 참석,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오른쪽에서 두번째),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오른쪽 끝)와 회의 시작에 앞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28일 오전 워싱턴국제무역협회 인터내셔널(WITA International)과 워싱턴국제무역협회 아카데미(WITA Academy)는 ‘한미 집중 통상 세미나’를 온라인에서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채텀하우스 규칙에 따라 참석자를 비공개했다.
이날 미국 측 전문가들은 한국 국회에서 논의 중인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들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이 법안들은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과 유사한 구조로, 대형 플랫폼 기업의 시장 지배력을 견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전문가는 “한국의 규제가 혁신에 찬물을 끼얹고, 비관세 장벽을 높이고 있다는 인식을 미국 내에 확산시킬 수 있다”고 했다.
미국 전문가들은 규제의 형평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했다. 한 전문가는 “이 법안이 한국 기업인 카카오와 네이버는 물론, 미국 기업인 구글, 애플, 메타, 쿠팡 등에도 포괄적으로 적용되는 반면, 중국계 플랫폼인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틱톡 등은 사실상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했다.
고정밀 지도데이터 국외 반출 금지를 풀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미국 측 전문가는 “구글맵스와 같은 미국 기업은 한국시장에서 불리하다”며 “미국도 다양한 안보 위협에 직면하지만 데이터 반출을 막지 않는다”고 안보와 연관지어서는 안된다고 했다. 한국 정부는 국내에 서버를 두는 조건으로 고정밀 사용을 허용하고 있는데, 구글은 싱가포르, 대만, 일본 등 세계 36개국에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면서도, 한국에는 이를 설치하지 않아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쓰지 못하고 있다.
새 정부에서도 플랫폼 규제 관련 한미 간 기싸움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날 발표한 공약집에 “국내외 거대 플랫폼의 독점적 지위 남용 및 독과점에 따른 폐해를 막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법을 제정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한국 측 전문가는 “새 정부는 AI·디지털 산업 경쟁력 강화를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우고 있으며, 앞으로는 기술 혁신과 글로벌 경쟁을 고려한 실용적 정책기조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이고 있다”고 새 정부가 규제 완화를 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대해 미국 전문가는 “한국이 디지털 플랫폼 규제와 관련해 자율성과 경쟁을 보장하려는 정책 의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할 경우, 향후 통상 협상에서 신뢰를 구축하고, 90일 관세 유예 연장을 지지받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관세유예 기간은 오는 7월8일로 새 정부 출범 이후 협상 준비에 주어진 시간은 한 달 남짓에 불과하다. 하지만 정책 방향 전환의 의지를 조기에 천명하고, 불합리한 규제 구조에 대해 재검토 입장을 밝히는 것만으로도 미국의 태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전문가는 “한국이 공급망 회복력 강화, 수출 통제 협력, 조선 및 기술 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국의 경제적 우선순위에 기여해왔다”며 “현재 진행 중인 협상에서 한국의 이러한 노력이 충분히 인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정훈 (yunright@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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