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탄소중립 정책 비교 /사진제공=대한상공회의소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규제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본의 '지원형 정책'처럼 탄소중립을 새로운 산업 성장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8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산업 성장지향형 탄소중립 정책 세미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국내 산업계는 탄소중립을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배출권거래제 등 규제 위주의 감축 정책으로 어려움을 호소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세미나는 일본의 'GX(Green Transformation)' 전략을 참고해 탄소중립을 규제가 아닌 산업 성장의 기회로 전환시킬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했다.
일본은 지난 2023년 'GX 추진법'을 법제화하고 'GX 경제이행채권'을 발행하는 등 향후 10년간 150조엔 규모의 민관 투자 계획을 수립했다. 특히 보조금, 세제혜택, 전환금융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기업의 자발적인 탄소 감축과 기술 전환을 촉진한다. 탄소 중립을 산업 고도화와 신성장 동력 창출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ETS)를 중심으로 한 규제 위주의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대한상의는 "대규모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높은 감축 목표는 오히려 기업의 자발적인 대응 의지를 제약한다"며 "탄소중립 달성이 어려워질 뿐 아니라 산업 경쟁력까지 나빠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탄소중립 정책을 기존의 정부 주도·규제 중심 정책이 아닌 기업 참여·인센티브 중심의 국가 성장 전략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일본의 전략을 참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홍종 단국대 교수는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을 통해 민간투자를 유도하고 일본은 GX 추진전략을 통해 경제 성장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핵심 목표로 삼고 있다"며 "한국은 이를 뒷받침할 법과 재정투자, 시장 기반이 모두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어 "탄소중립 정책을 목표 중심에서 실행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은 산업통상자원부 산업환경과장은 "미국발 관세와 중국의 추격으로 기업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산업 GX는 반드시 가야할 길"이라며 "일방적 감축을 넘어 민관이 함께 성장하고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국가 전략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정부는 거버넌스, 인센티브, 유망분야 로드맵 등 방안을 구체화하겠다"고 밝혔다.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전환 앞에서 산업계가 위축되거나 해외로 이탈하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라며 "기업이 살아야 탄소중립도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저탄소 전환을 이뤄낼 수 있도록 정부 지원 중심의 탄소중립 정책과 이를 체계적으로 뒷받침할 '산업 GX 추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호빈 기자 hob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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