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수 논설위원
대선 D-6, 후보들 공약 잘 몰라
AI는 안정적 에너지 확대 필수
들쭉날쭉 재생에너지 해결 못 해
법적 정년연장, 청년 고용 위협
말뿐인 ‘민간주택 확대’ 불안
공약이 곧 정책, 알고 투표해야
6·3 대선까지 6일 남았다. 29∼30일은 사전투표다. 이번 대선은 유독 후보들의 공약에 둔감하다. 온통 계엄·탄핵 사태에 묻힌 양상이다. 여론조사에서 선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부자 몸조심으로 분란을 꺼리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새 정부는 선거 다음 날인 내달 4일 바로 출범한다. 어떤 후보가 당선되면 뭘 할 것인지는 알아야 하는 게 유권자의 책임이자 도리다.
이재명·김문수·이준석 후보 등 3강은 10대 공약에서 인공지능(AI)산업 육성 등 경제 살리기와 성장을 강조했다. 방향이야 잘못이 없다. 과거와 달리 증세 논란도 없다. 오히려 감세 경쟁이 문제다. 재원 대책이 없는 것이다. 사전투표를 앞두고 나온 공약집까지 봐도 구체성이 떨어지고, 심지어 상충해 실효가 극히 의문인 대책이 적지 않다. 특히, 원전 등 에너지·일자리·부동산 등 3개 분야는 해명이 절실하다. 이들은 시급한 민생 과제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의 조사 결과, 최우선 과제는 물가 안정(60.9%)이었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17.6%)이 2위, 주거 안정(9.5%)이 3위였다. 이런 핵심 분야의 의문점들은 당연히 해소돼야 한다.
이재명 후보의 공약에 시선이 먼저 가게 된다. 우선 에너지 대책은 ‘에너지 믹스’라며 RE100 등 재생에너지에 집착해, 경제 강국 1호 대책인 AI 3강이나 AI 고속도로 공약과 엇박자다. AI는 안정적인 대규모 에너지가 필수다. 날씨에 따라 생산이 들쭉날쭉한 재생에너지는 해법이 될 수 없다. 원전 대책은 더 불안하다. 문재인 정부처럼 반대는 아니지만, 탈원전을 턴 것도 아니다. 국회를 주도하는 민주당이 제11차 전력수급계획을 틀어 원전 신설 3기를 2기로 줄이고, 대신 재생에너지를 늘렸던 점을 상기하면 향후 행로가 짐작된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K-원전의 후퇴가 우려된다. 지역별 전기료 차등화와 햇빛·바람 연금 공약까지 고려하면 앞으로 전기료가 오를 수도 있다.
반면, 김 후보는 원전 친화적이다. 추진 중인 원전 6기를 포함, 원전 비율을 60%로 2배 늘린다고 한다. 그러나 장기 사업인 원전으로는 한시가 급한 AI 에너지를 확보하지 못하는 만큼, 구체적인 보완책이 요구된다. 이준석 후보는 이렇다 할 공약이 없다. 이재명 후보 등이 에너지를 늘린다면서, 추미애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인 하남시가 동해안 송전선의 옥내 변전소 설치를 끝까지 발목 잡아 생산된 전력조차 못 쓰는 참담한 상황에 침묵하는 것도 부적절하다.
청년 일자리 문제는 더 심각하다. 사실상 공백이다. 이재명 후보는 고용 창출 계획은 없이 임금 감소 없는 주 4.5일제, 퇴직 후 재고용이 아닌 법적 정년연장을 제시한다. 특히 정년연장은 사회적 합의를 거친다고 했지만, 민주당은 한국노총과 올해 법적 정년연장(65세) 법안 처리를 합의했다. 여기에 특수고용직 등의 최소보수제, 두 차례나 거부권이 행사됐던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 재추진 등을 강조한다. 기업의 고용 여력은 줄이고, 기득층은 보호하는 반(反)일자리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김 후보는 ‘일자리 대통령’을 자임하며 대기업 신입 공채 도입 장려, 청년 AI 스타트업 빌리지 등을 내놓았다. 그러나 구체성이 떨어진다. 청년층이 기반인 이준석 후보도 무대책이다. 청년에 가장 절실한 일자리를 외면한다면 지도자가 아니다.
부동산 공약도 불안을 키운다. 이재명 후보는 문 정부처럼 주택 공급 확대를 거부하지는 않는다. 유세 등을 통해 공공 임대 외에도 민간 주택 공급 확대·4기 신도시 계획 등을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말뿐이고, 로드맵은 없다. 강남 등의 집값 상승은 공급 부족이 가장 큰 요인인데, 이래서는 집값 불안을 해소하지 못한다. 더구나 민주당은 무주택 서민의 현안인 전월세 상한제·신고제 등 임대차 2법을 최대 10년까지 연장하는 방안도 추진한 바 있다. 지금은 논의가 중단됐지만, 폐기된 적도 없다. 민생 대책과는 거리가 멀다. 김 후보는 공급 확대를 위해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3·3·3 청년주택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언제 어디에 얼마나 짓겠다는 청사진은 보이지 않는다.
새 정부는 정권인수위원회도 건너뛰고 출범한다. 많은 공약이 곧장 정책으로 시행될 우려가 크다. 후보가 차선도 아닌 차악(次惡)이라도 국민은 알고 선택해야 한다.
문희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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