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젠더폭력 해결 페미니스트 연대, 혜화역 인근에서 '2025 대선, 여성폭력 해결! 나중은 없다!' 캠페인과 여성폭력 다이-인(Die-in) 퍼포먼스 진행
[서울여성회]
![]() |
▲ 5월 24일 혜화역에서 진행된 ‘2025 대선, 여성폭력 해결! 나중은 없다!’ 캠페인에서 참가자들이 여성폭력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 <페미연대> |
지난 24일 젠더폭력 해결 페미니스트 연대(아래 페미연대)는 혜화역 소나무길 입구에서 '2025 대선, 여성폭력 해결! 나중은 없다!' 캠페인과 여성폭력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진행하였다. 혜화역은 페미니스트에게 강남역과 마찬가지로 상징적인 장소이다. 대한민국 여성폭력의 현실과 불법 촬영 및 편파수사에 대해 유사 이래 가장 많은 여성이 목소리를 냈던 공간으로, 많은 이들이 페미니스트로서 거리에 나와 서로에게 용기가 되고, 투쟁이 되었던 곳이다. 2018년 여성 투쟁의 상징이었던 혜화역에서 2025년 페미연대는 정치가 여성폭력을 책임져야 한다고 외쳤다.
지지부진한 여성과 성평등 공약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열흘도 남지 않은 지금, 유력 후보들은 여성폭력 해결의 분명한 의지도 여성·성평등 정치의 선명한 비전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경향신문> 여성 서사 아카이브 플랫은 지난달 '이번 대선에서 꼭 실현되어야 할 성평등 의제' 관련 의견을 취합해 핵심 현안을 10건으로 추렸고, 지난 23일 주요 대선후보 4인에게 전달하여 공약 채택 여부와 사유를 질의한 것을 정리해 보도하였다.
보도에 따르면 주요 대선 후보 중 기한 내 답변서를 보낸 후보는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와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뿐이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은 "관련 공약과 메시지를 통해 입장을 확인해 달라",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측은 "답변이 어렵다"라고 밝혔다.
주요 대선 후보 가운데 여성가족부 강화, 임신중지보장법 도입 등 여성정책을 적극적으로 후보는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뿐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여성전문군인을 확대하는 '여성희망복무제' 외에 여성 관련 정책이 전무하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1호 공약으로 여성가족부 폐지를 제시해 반페미니즘 성향을 뚜렷하게 드러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여성 정책도 한계가 뚜렷하다. 이 후보는 고용평등 임금공시제 도입, 교제폭력 대응 강화 등 일부 여성정책을 제시했으나 여성가족부 강화, 임신중지보장법 도입, 비동의강간죄 도입처럼 일부 반발이 예상되는 정책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공약에서 모두 제외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향신문>에 "일부 후보들이 공약에 교제폭력·스토킹 예방 및 처벌, 안심 귀가 등 개별 사업 수준의 과제를 나열했을 뿐 더 큰 틀에서 젠더폭력을 구조적·근본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라며 지적했다.
이처럼 엎드려 절 받기식으로 공개한 대선 후보들의 여성·성평등 공약에는 핵심 내용이 부재한 상황일 뿐더러, 특히 디지털 성범죄와 교제폭력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대부분의 대선후보는 여성가족부 존립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심지어 지난 대선처럼 여성가족부 폐지론이 또다시 언급되고 있다.
대선 후보 때부터 여가부 폐지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윤석열 전 대통령은 김현숙 전 여가부 장관이 사임한 이후 차기 장관을 임명하지 않았고, 현재 여가부는 1년 3개월째 공석이다. 이러한 성평등 정치의 부재는 지난달 발표되었던 2023년도 기준 국가성평등지수 하락으로 나타났다. 2010년 첫 측정 이후 처음으로 하락한 것이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여성폭력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 |
▲ 5월 24일 혜화역에서 진행된 ‘2025 대선, 여성폭력 해결! 나중은 없다!’ 캠페인에서 정영은 서페대연 대표가 여는 발언을 진행하고 있다. |
ⓒ <페미연대> |
'2025 대선, 여성폭력 해결! 나중은 없다!' 캠페인의 여는 발언으로 무대 앞에 선 정영은 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아래 서페대연) 대표는 "시민들의 광장에 여성과 페미니스트들은 언제나처럼 함께였다. 우리는 단 한 번도 투쟁을 멈춘 적이 없다. 그런데 시민의 힘으로 조기 대선을 만든 지금, 여성과 페미니스트들은 또다시 지워지고 있다. 우리의 존재는 표에 유리하냐 아니냐로 판단되고 부정되고 있다. 이번 대선도 여성과 성평등이 지워진 대선이 되고 있다"라며 계속해서 여성을 외면하고 성평등 공약에 적극적이지 않은 정치권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을 일으킨 12월 3일부터 파면되는 4월 4일까지 60명이 여성이 친밀한 관계에서 죽임을 당했다. 강남역, 인하대, 신당역, 신림동 등산로, 강서구의 주차장, 부산, 진주에서 너무 많은 여성들이 죽었고 폭력을 당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에선가 여성들이 폭력과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라며 여성폭력이 만연한 현실을 지적하면서 여성의 안전권을 책임지기는커녕 방관하는 국가와 정치를 비판했다.
그는 발언을 마무리하며 "정치가 여성을 지우지 않도록 함께해야 한다. 정치가 여성폭력을 책임질 수 있도록 함께 외치고 힘을 모아야 한다"라며 앞으로도 투쟁을 이어 나갈 것을 다짐했다.
우리는 더 이상 단 한 명의 여성도 잃을 수 없다
![]() |
▲ 5월 24일 혜화역에서 진행된 ‘2025 대선, 여성폭력 해결! 나중은 없다!’ 캠페인에서 서페대연 활동가이자 20대 페미니스트 참가자가 발언을 이어나가고 있다. |
ⓒ <페미연대> |
서페대연 활동가이자 20대 페미니스트라고 소개한 한 참가자는 발언을 시작하며 작년에 발생했던 딥페이크 성범죄와 관련된 자신과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는 "내가 오늘 여기서 여성폭력을 말하는 건 일상에서 여성폭력을 말할 수 없는 수많은 여성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안전할 권리를 외치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검열하고 낙인찍는 사회에 대항하기 위해서다"라며 이 자리에 선 이유를 밝혔다.
또한 "더는 기다릴 수가 없다. 정치가 여성폭력을 방관하는 동안 여성들은 죽고, 폭행당하고, 2차 가해를 걱정해 피해 고발을 못 하고, 페미로 낙인찍힐까 두려워 입을 다문다. 언제 내 일이 될지도 모르는 여성폭력을 어쩔 수 없다며 단념하고 싶지 않다. 언제 내 가족의, 친구의 일이 될지도 모르는 여성폭력에 눈 감다가 후회하고 싶지 않다"라며 호소했다.
그는 "다가올 새로운 정치가 여성문제는 다음에 해결하자고 미루는 정치가 아니기를, 여성폭력이 상대 진영의 음모라고 말하는 정치가 아니기를 바란다. 여성폭력을 여성폭력이라고 말하는 정치,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처벌하는 정치를 원한다. 여성폭력 문제를 두려움 없이 비판할 수 있는 일상을 원한다"라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여성폭력 없는 세상, 우리가 행동으로 만들어 가자
![]() |
▲ 5월 24일 혜화역에서 진행된 ‘2025 대선, 여성폭력 해결! 나중은 없다!’ 캠페인에서 유진 서울여성회 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
ⓒ <페미연대> |
유진 서울여성회 활동가는 계속해서 여성을 지우는 언론과 정치에 문제 제기하며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여성폭력 해결할 대통령을 뽑고 싶다. 차악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내 한 표 당당하게 던지고 싶은 후보에게 표를 주고 싶다"라며 "말로만 페미니스트 대통령이거나 여성혐오 성차별주의자 극우 파시스트 가부장 대통령인 대한민국, 이제는 바꾸고 싶어 나왔다"고 발언을 이어 나갔다.
또한 "성폭력은 뒤로 미룰 문제가 아니다. 성폭력은 생명과 생활 전반의 문제이다. 그리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여성 안심 귀갓길로 여성폭력 해결되지 않는다. 지금의 성폭력 예방 교육으로 여성폭력 해결되지 않는다. 지금의 무관심과 침묵은 그저 여성폭력을 묵인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라며 성폭력을 향한 무관심과 침묵을 향해 비판했다.
그는 "광장에 나왔던 여성들은 다음 대통령과 정치가 윤석열처럼 성평등을 거꾸로 돌리는 행보를 보인다면, 여성폭력을 묵인한다면, 언제든 다시 광장으로 나올 것이다. 아무리 여성들을 지우려 해도 언제나 광장으로 나오는 여성들이 있을 것이고, 다음 대통령은 반드시 여성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가 모여서 우리의 목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도록 만들자"라며 정치가 여성의 목소리를 지울 수 없도록 힘을 키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 |
▲ 5월 24일 혜화역에서 진행된 ‘2025 대선, 여성폭력 해결! 나중은 없다!’ 캠페인에서 참가자들이 여성폭력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 <페미연대> |
참가자들의 발언이 끝나고 사이렌 소리와 함께 여성폭력 다이-인(Die-in) 퍼포먼스가 진행되었다. 윤미영 서울여성회 사무처장의 나레이션과 함께 약 5분간 진행된 다이-인(Die-in) 퍼포먼스는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심각하고 처참한 여성폭력의 현실을 직접 보여주는 행위로, 이날 퍼포먼스에서는 약 30명의 참가자가 함께 거리에 누웠다. 퍼포먼스를 마친 캠페인 참가자들은 혜화동 거리에서 연서명 캠페인을 진행했고, 100명이 넘는 시민들의 연서명이 이어졌다.
![]() |
▲ 5월 24일 혜화역에서 진행된 ‘2025 대선, 여성폭력 해결! 나중은 없다!’ 캠페인에서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마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며 마무리하고 있다. |
ⓒ <페미연대> |
47개 단체와 개인이 참여하고 있는 페미연대는 4월 27일 홍대입구역을 시작으로 '2025년 대선, 여성폭력 해결! 나중은 없다!' 캠페인을 7차례 진행했다. 5월 1일 시청광장의 노동절 집회에서, 5월 10일 윤석열을 파면시켰던 광화문 광장에서, 5월 12일과 17일은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9주기를 기억하며 강남역에서 이어졌다. 21일에는 동덕여대 재학생연합과 함께 대학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성과 페미니즘을 향한 혐오·폭력에 맞서, 24일에는 여성들이 페미니스트로서 불법 촬영과 편파 수사에 분노를 모았던 혜화역에서 진행되었다. 그동안 7번의 여성폭력 다이-인(Die-in) 퍼포먼스가 진행되었는데, 비 오는 날에도 지나가는 많은 시민의 호응에 힘입어 연서명 캠페인까지 이어졌다.
오는 대선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진행될 예정인 8차 '2025년 대선, 여성폭력 해결! 나중은 없다!' 캠페인은 5월 28일 14시 광화문광장에서 여성 폭력의 심각성을 외치고, 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촉구하는 여성들의 선언인 여성폭력 책임질 대통령에게 투표한다! 연서명을 모아 기자회견에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여성폭력 책임질 대통령에게 투표한다!’ 연서명 하러가기 ▶8차 여성폭력 다이-인(Die-in) 퍼포먼스와 기자회견 함께하기 ▶링크: tr.ee/2025voteforfeminism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