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4.5일제, 상속세 인하, 지역별 최저임금 각각 주장 눈길…‘급조된 공약’ 특별함 없다는 지적도
제21대 대통령선거 2차 TV토론회에 앞서 각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대선 후보들의 경제 공약은 국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다. 국민들의 삶과 직접적으로 연동이 되는 만큼 관심도 뜨겁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내세운 10대 공약 가운데 경제 관련 공약이 가장 많다. 문제는 실질적으로 체감되는 내용이냐는 것이다.
◆민생경제
25일 기준으로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10대 공약 가운데 1순위로 꼽은 것이 '경제·산업' 관련 부문이다. 10대 공약을 공표하면서 이재명 후보는 경제라는 단어를 20여회 사용했다. 이외에도 산업 33회, 통상7회, 소상공인 11회 등의 단어도 다수 사용했다.
이재명 후보는 내수 활성화를 위해 가계 소비여력 증진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가계부채 경감을 위해 취약계층을 위한 중금리 대출 전문 인터넷은행 설립을 추진하고, 장기소액연체채권 소각 등을 위한 배드뱅크를 설치할 것을 약속했다.
현재 가계부채 규모가 우려스러운 수준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가계부채 규모는 갈수록 악화돼 자영업 사업체를 운영하는 가계를 중심으로 부채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참여연대 김윤진 경제금융센터 간사는 "현재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규모는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 가계부채를 감축해야 하는 시기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가 다른 후보와 달리 주식 시장에 대한 공약을 내세웠다. 주식시장을 재편하고 상법상 주주충실 의무 도입 등을 통해 지배주주의 사익 편취 행위를 근절할 것을 약속한 것이다. 이를 위해 상법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일반주주가 희생돼 지배주주가 사익을 추구해도 회사의 기업 가치가 훼손되지 않으면 이사회가 반대할 명분이 없었다. 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한 원인으로 꼽혔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상법 개정안에 반대 입장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그동안 상법 개정안에 찬성하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이번 10대 공약에서 제외했다.
이재명 후보는 주 4.5일 근로제 도입을 10대 공약 목록에 올린 유일한 후보다. 세부적으로 보면 주 4.5일 도입과 확산 등으로 2030년까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 이하로 노동시간을 감축하겠다는 계획이다. 2023년 기준 한국의 임금근로자의 연간 노동시간은 1천874시간이다. OECD 회원국 평균 1천717시간보다 157시간 많다.
◆기업
지지율 2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최근 상승세를 타면서 지지율 격차를 줄이고 있는 김문수 후보의 경제 공약은 기업 중심의 국가 발전을 내세운 점이 특징이다. 원자력 발전 비중을 늘려 산업용 전기료 인하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법인세와 상속세 최고세율을 인하하는 등 세제 정비에 나설 것을 공약했다.
김문수 후보가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며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를 공약했는데 재계에서는 상속세 부담으로 상속 과정에서 기업의 지배력이 약화돼 기업의 방향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호소가 있었다.
주 52시간 근무제 개선도 김문수 후보의 주요 공약 가운데 하나다. 김문수 후보는 현행 주 52시간 근로제를 산업·기업별 노사합의를 통해 근로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현행 제도는 주 40시간 정규 근로에 최대 12시간의 연장근로를 더해 총 52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추가로 연장근로를 하기 위해서는 근로자 동의와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김문수 후보의 공약이 현실화되면 노사협약만으로 연장근로 한도와 탄력근로제 운영 기간을 자유롭게 설계하고, 보상휴가 부여 방식 역시 기업 실정에 맞춰 운영할 수 있다.
김문수 후보는 GTX(광역급행철도)를 수도권에서 5대 광역권으로 확장해 수도권, 충청권, 대경권, 호남권, 동남권 등의 성장기반을 조성하겠다는 공약도 발표했다. 국토 균형발전을 위한 공약이다. 이재명 후보도 10대 공약을 통해 비슷한 공약을 내세웠지만 김문수 후보가 상대적으로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했다.
지지율 3위를 기록하며 이재명·김문수 후보 지지율을 추격하고 있는 이준석 후보는 상대적으로 공약을 통해 유권자에게 약속한 경제 관련 정책이 적다. 10대 공약 가운데 경제·산업으로 분류한 공약은 5개로 이는 이재명 후보 6개와 김문수 후보 7개보다 적다.
GTX 설치에 대한 약속도 없고, 내수 진작을 위한 소상공인 지원책도 없다. 전략적으로 내세우는 산업도 없다.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가 앞다투어 AI(인공지능) 산업 육성을 외친 것과는 다른 행보다. 다만 그의 공약은 대부분 기한을 정해두고 완료하겠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 특징이다. 다른 두 후보는 공약 내용의 달성 예상 시점을 공개하고 있지 않다.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제시한 자치구의 권익을 강화한 공약도 눈길을 끈다. 현행 법인세 국세분의 30%를 지방세로 넘기고 이에 대한 법인지방소득세는 탄력적(최대 50%)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겠다는 의지다. 지자체 재정 자립도를 높이고, 각 지자체가 기업 유치를 위한 법인세 인하에 들어갈 경우 기업에게도 서울·수도권이 아닌 지방으로 이전할 요인이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각 지자체에게 최저임금 결정 권한을 주는 공약을 내세웠다. 이준석 후보는 중앙정부 소속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최저임금 기준안을 마련하면 해당 기준안의 30% 범위에서 자유롭게 각 지자체가 최저임금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같이 각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과 일본 등 몇 개 국가가 있다. 일본의 경우 각 지자체 간 임금 격차로 노동자가 최저임금이 높은 곳으로 쏠리는 현상이 사회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는 국토가 작은 국내의 경우 일본의 전례를 따라갈 확률이 크다고 본다. 최저임금이 높은 곳으로 근로자들의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것. 이 때문에 각 지자체 간 불균형이 되레 심화될 가능성도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분야 전문가들은 "기업 유치 측면에서 유리한 점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한국처럼 국토가 좁은 나라에서는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 특히 지자체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사회적인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이준석 후보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본사가 있던 테슬라가 2021년 법인세와 최저임금이 최저 수준인 텍사스로 이전한 사례를 들며 긍정적인 효과가 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역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하더라도 각 지역 평균 임금을 높여줄 국내 대기업 이전에는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주요 기업의 한 임원은 "근로자를 채용하는 데 있어 최저임금이 필수 조건이 아니다. 최저임금을 낮춘다고 기업이 이전하는 일을 없을 것"이라며 "지방에 근로를 할 수 있는 일정 수준의 인구가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 지방에는 일을 할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세 후보의 공약이 현재의 경제 상황을 바꿀 특별함이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모 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굉장히 짧은 시기에 집행됐다. 후보들의 공약은 그냥 공약 상태로 끝났으면 좋겠다"며 "유권자들의 투표를 받기 위해 급조된 공약은 우리 사회에 부작용이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성윤 기자 pkj@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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