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에 전권 주겠다던 혁신형 R&D 사업…PM 이탈에 내부 불만까지
PM에 전권 주겠다던 혁신형 R&D 사업…PM 이탈에 내부 불만까지
한계도전 R&D 프로젝트 [과기정통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민간 전문가인 프로젝트 매니저(PM)에 연구개발(R&D) 전권을 맡기겠다며 야심 차게 출범한 혁신형 R&D 사업 '한계도전 R&D 프로젝트'가 정작 PM 이탈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타 부처의 혁신도전형 R&D가 속속 규모를 키우는 동안 정작 혁신형 R&D 주무 부처를 표방하던 과기정통부 사업은 표류하면서 과거와 같은 혁신형 R&D 사업 잔혹사가 이어지는 것 아니냔 우려가 나온다.
26일 과기정통부와 한국연구재단 등에 따르면 한계도전 R&D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연구재단 내 한계도전 전략센터는 지난달 공고를 내고 바이오 분야 PM 선임 절차를 진행 중이다.
기존 PM이던 박은성 전 디씨메디컬 대표가 일신상의 이유를 들며 갑자기 사직하면서 후임자를 뽑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혁신 기술 산실로 불리는 국방고등연구계획국(다르파·DARPA)을 모방해 PM 제도를 도입한 사업에서 선장이 갑자기 사라지자 참여 연구자들의 불안도 큰 상황으로 알려졌다.
연구주제 및 세부 과제 선정 모두에 관여한 PM이 사라지면서 기존 선정 과제들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겠냐는 우려다.
사직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한계도전 프로젝트는 그간 PM과 PM이 뽑은 과제 책임자들 간 갈등이 잦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자에 연구 자율성을 어느 정도 부여하는 기존 R&D 과제들과 달리 PM에 관리 권한을 주면서 이에 대한 불만들이 공공연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연구재단이 지난 2일 공개한 한계도전 R&D 연구책임자 21명 전수 설문조사에서 연구자들은 책임PM 주도 운영 방식이 연구수행 과정에서 심리적 부담 혹은 압박이냐는 질문에 보통 수준인 7점 만점에 평균 4.38 점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서는 전체 연구 활동 대비 연구 몰입도도 52.6%에 불과하다고 답했으며, 이를 높이려면 충분한 연구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또 연구책임자들은 사업 취지나 PM 제도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정작 PM을 직접 수행해 볼 의향이 있냐는 물음에는 7점 만점에 평균 3.57 점으로 사실상 부정적 의사를 드러내며 PM에 대한 불만을 우회 표시했다.
이 밖에도 한계도전 프로젝트는 과기정통부가 2023년 처음 사업을 만들 당시 전폭적 지원을 약속한 것과 달리 규모가 쪼그라들면서 실패 가능성이 높지만 성공하면 파급효과가 큰 R&D를 하겠다던 당초 목표도 무색해진 상황이다.
프로젝트를 출범과 함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신청했지만, 대상에 선정되지 않으면서 과기정통부는 500억원 이상 사업에 적용되는 예타 조사를 피하기 위해 사업 규모를 5년 490억원으로 만들었다.
각 부처 주요 혁신형 R&D 사업인 보건복지부의 한국형 아르파-H 사업이 예타 면제로 1조1천628억원을 배정받았고, 산업통상자원부의 미래 판기술 프로젝트(알키미스트 Ⅱ)가 마찬가지로 예타 면제 대상에 선정된 것에 비해 초라한 결과다.
또 지원 기관인 전략센터까지 만들었지만 정작 센터장은 연구재단 국책연구본부장이 겸임하게 했고, 현재 본부장 임기가 끝나며 지원받아야 할 PM이 센터장을 대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과학계 일각에서는 과기정통부가 꾸준히 새 혁신형 R&D 사업을 만들기만 하고 정작 관리에는 허술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과기정통부는 앞서 2020년에도 다르파를 표방하며 PM제를 도입한 '혁신도전 프로젝트'를 3년 6개월 단위 시범 사업으로 출범시켰지만, 이 사업도 소리소문없이 지난해 종료 수순을 밟았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한계도전 프로젝트는 다른 혁신형 사업보다 더 다르파 본원적 형태에 가깝게 진행하고 있어 이런 형태가 잘 안착하기를 지켜보는 상황"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더 확대하거나 비슷한 기획을 해보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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