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연합뉴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국의 첨단기술 유출 사례가 끊이지 않으면서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 기업들은 통상 한국 엔지니어를 채용할 때 최소 현재 연봉의 3배 이상을 제시하면서 기술 유출을 종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격차 반도체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임직원에 대한 보안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전 임직원에게 비밀 보호 서약서를 받고, 퇴직자와 퇴직 예정자에 대해서도 취업제한 서약서를 받는다. 기술 유출 사례가 대다수 내부 직원이 중국 기업으로 이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퇴직자에 대해 보안 점검과 동종업계 취업 제한 약정 등 퇴사 후 경쟁사 이직을 제한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자체 보안 플랫폼인 녹스를 제품과 시스템에 적용해 다중 방어체계도 갖춘 상태다. 또 챗GPT와 같은 외부 생성형 인공지능(AI)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별도로 보안기획·물리보안·정보기술(IT) 보안을 담당하는 전담 조직을 운영한다. 자료 반출 시 기록을 남기고 유효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파기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물론 휴대전화 카메라 촬영 통제를 위한 SSM(스마트폰 셀프 모니터링) 시스템도 구축했다.
임직원들의 허술한 보안의식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일부 이직자들은 자기가 한 옛 프로젝트는 들고 나와도 된다고 생각한다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한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얼핏 보면 20나노 공정 등은 현재 첨단 공정과 비교할 때 한참 뒤처져 보일 수 있다”며 “하지만 반도체는 막대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공정을 완성하기 때문에 완성된 레거시 공정 정보 유출만으로도 중국이 개발 속도를 크게 단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도체뿐만이 아니다. 현대차·기아는 기술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팀마다 보안 담당자를 지정했다. 보안 담당자는 사내 노트북을 비롯한 전자기기 반입·반출 관리, 보안교육 학습 관리 등을 맡는다. 또 정기적으로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정보 유출 사례, 사내 규정·법 등을 교육하고 퇴직 예정자들을 대상으로도 별도의 보안 교육을 진행한다.
조선업계도 직원 교육과 함께 전산망 보안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요 자료 관리는 물론 상시 모니터링을 통해 악성코드 감염 등에 의한 기술 탈취를 사전에 예방하려 노력 중이다. 한국 조선업 최대 경쟁자인 중국에 비해 앞서는 것은 친환경 선박 등 미래형 선박 관련 기술이다. 탄소중립 시대를 앞두고 기술개발이 한창인 암모니아 추진선이나 액화이산화탄소 운반선 등이 대표적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미 중국과 기술 격차가 크지 않은 가운데 친환경 선박 부문 기술만이 유일하게 앞서 있는 상황”이라며 “기술 탈취를 막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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