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위헌 판결받은 논쟁
쟁점은 남녀차별보다 '비제대 지원자' 차별
자칫 사회적 논란만 더 키울 수도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5일 충남 보령군 대천역 광장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지지호소를 하고 있다. 뉴시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대선 공식 선거운동 막판 '군 가산점제'를 띄웠다. 헌법재판소가 1999년 위헌 결정을 내린 이후에도 우리 사회의 뇌관으로 잠복해 있던 논쟁적 이슈를 다시 소환했다. 다만 김 후보는 여성 차별 공약이라는 점을 의식한 듯 ‘남녀불문’이란 조건을 달았다. 주로 남성 표심을 겨냥해 정치권이 설익은 공약을 꺼내면서 소모적 갈등을 부추긴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정책총괄본부는 25일 군 가산점제 부활을 골자로 한 안보 관련 공약을 발표했다. 저출생 등으로 병역 자원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는 데 따른 대책이란 게 공약의 배경이다. 김 후보 측은 군 가산점제 부활과 함께 △초급간부 처우를 중견기업 수준으로 상향하고 △당직근무비와 훈련급식비, 주거환경 개선비, 이사화물비 등 처우 예산을 증액하겠다고 했다. 또 기존 병사들의 혜택이던 △장병내일준비적금 적용 대상을 초급간부까지 확대하고 △간부 사관 제도를 손질해 부사관의 장교 진출 기회 또한 넓힌다는 계획도 내놨다. 군 복무 중 발생 사고에 대해선 ‘국가 책임제’를 실시한다. 현역 예비역 및 군복무 예정자 마음을 겨냥한 종합선물세트인 셈이다.
특히 군 가산점제 부활 공약은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가능성이 높다. 김 후보는 성별과 관계없이 가산점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며 ‘여성희망복무제 도입’도 언급했지만,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판단한 부분을 피해 갈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당시 결정문을 보면 “(가산점을) 5% 더 주는 것은 소수점 차이로 당락 결정되는 시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군대 안 간 사람 공직 취임권을 지나치게 제약한다”고 지적했다. 성별보다는 비(非)제대 지원자들의 상대적 피해가 크다는 점이 핵심 쟁점이라는 얘기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군 가산점 폐지에 나섰던 이들 가운데 남성 장애인도 있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핵심은 남녀 간 차별 문제가 아니다”라고 짚었다. 임 교수는 “군대에 가지 않는 여성은 물론 장애로 군대를 갈 수가 없었던 사람은, 헌재 판결 이전까지 경쟁률이 센 공무원 채용 과정에서 100점을 맞고도 96~97점을 맞은 제대 지원자들에게 밀려 합격할 수 없는 구조가 본질적 문제였다”며 “(김 후보가) 군 가산점제 공약을 내밀며 여성에게도 평등한 기회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면, 이 제도가 왜 위헌 판결이 났는지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은 게 아닌가 의심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김 후보는 이와 더불어 참전 용사 등 국가유공자의 명예수당 등 각종 보훈 수당도 큰 폭으로 인상해 이들의 배우자 대상 생계지원금 지급도 추진하겠다는 공약과 함께, 북한만을 지칭하는 ‘적국’의 간첩 행위만 처벌하는 간첩법을 개정해 국가 안보와 경제 안보를 위협하는 모든 외국 세력에 대응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또 북한의 해킹 등 사이버전에 대비한 화이트해커 1만 명 추진도 공약으로 내세웠다.
한상희 건국대 명예교수는 “(가산점제를 포함한 군 복무자에 대한 보상을) 국가 재정을 통해 마련해야 하는데, 이미 병사들의 급여가 꽤 올라간 상태”라며 “자칫 대선 후보들이 설익은 공약을 남발해 사회 갈등만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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