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사고 공지 후 한달… 뒤늦은 이용자 통보, 내용도 문제
유심대란 촉발, 풍자 누리꾼 게시물 차단 신고하며 논란 키워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 지난달 26일 서울 시내에 위치한 한 SK텔레콤 대리점 모습. ⓒ연합뉴스
사고 못지않게 대응 방식이 사람들을 화나게 만들었다. SK텔레콤 유심정보 해킹 사태가 알려진지 한 달이 지났다. 그동안 SK텔레콤의 늑장 신고와 늑장 공지, 준비 안 된 유심교체 선언, 최태원 회장 심기경호식 대응 등이 논란을 키웠다. 사고 못지않게 큰 비판을 받고 있는 SK텔레콤의 '대응' 문제를 정리했다.
1. 늑장·축소신고 논란
SK텔레콤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해킹 피해를 신고한 시점은 지난 20일 오후 4시 46분이다. 사업자들은 해킹 사실 인지 후 24시간 이내에 신고를 해야 하지만 SK텔레콤의 정보 유출 최초 인지 시점은 40시간도 더 전인 이틀 전인 18일 오후 7시9분이다. 이어 이날 오후 11시20분엔 악성코드와 파일 삭제 흔적까지 확인했지만 즉각적인 신고가 이뤄지지 않았다. 해킹 사실을 확인하고도 '의심 정황'이라고 하는 등 축소 신고했다는 지적도 있다. 늑장·축소 신고 의혹과 관련해선 현재 경찰이 관련 조사에 나선 상황이다.
2. 언론 보고 알아라? 뒤늦은 이용자 공지
많은 이용자들은 언론 보도로 사고를 접하게 됐다. SK텔레콤은 사고 발생 후 사흘이 지난 22일 해킹 사실을 공표했는데 이용자 문자메시지가 아닌 SK텔레콤 공식 홈페이지 보도자료란과 출입기자들에게 메일로 알렸기 때문이다.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은 지난 21일 “이렇게 큰 회사가 몇 주 지날 때까지 통지하지 않은 것도 잘못”이라며 “제때 통지하지 않으면서 그마저도 부실하게 통지했다”고 지적했다.
제대로 된 유출 안내 문자는 5월9일에야 발송이 이뤄졌는데 이마저도 유출 가능성에 대해 모호하게 밝히는 등 내용에 문제가 있다. 개인정보보호위는 제대로 이용자에게 통지하지 않은 점은 추후 제재에 반영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 유영상 SKT 대표가 지난 25일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사옥에서 설명회를 열고 사과 및 대책을 발표했다. 사진=SKT 제공.
3. 유심대란 촉발
SK텔레콤은 지난달 25일 돌연 유심 무료교체를 선언했는데 준비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유심 보유량이 100만 개뿐인 상황에서 무료교체를 선언해 많은 이용자들을 헛걸음하게 만들었다. SK텔레콤 이용자와 SK텔레콤 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이용자는 2500만 명에 달한다. SK텔레콤 유심 교체 비율은 교체 시작 후 4주가 지난 지난 23일 기준 36%에 그쳤다.
유심이 부족한 상황에서 신규가입을 받아 논란이 된 가운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1일 유심 부족 현상이 해결될 때까지 신규 이동통신 가입자 모집과 타 통신사로부터 번호이동을 전면 중단할 것을 행정지도하자 뒤늦게 신규가입을 중단했다.
4. 총수 심기경호 대응 논란
이번 사태로 인터넷 공간에선 '밈'이 탄생했다. “마누리 교체비용은 2조 넘게 쓰면서 칩 교체비용은 아깝냐”는 식의 글이 인기를 끌었고, 최태원 회장이 이혼 소송 과정에서 쓴 2조 원을 조롱하는 용어도 있다. 현재 이 조롱은 SK텔레콤과 무관한 인터넷 게시물이나 영상 댓글에도 언급되는 등 대대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밈'을 키운 건 SK텔레콤의 과도한 심기경호 대응이었다. 관련 풍자 글을 올린 누리꾼의 글을 최태원 회장의 대리인이 임시조치 제도를 활용해 차단시키면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게 됐다. 임시조치는 게시물로 인해 권리를 침해당한 당사자나 대리인이 신고하면 무조건적으로 게시물을 차단하는 제도로 온라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문제적 제도로 꼽힌다.
▲ 최태원 회장을 풍자하는 글 차단 관련 알림. 루리웹 게시물 캡처.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국회 출석요구에 불응하자 과방위는 최태원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해 2차 청문회를 예고했으나 최태원 회장은 APEC 통상장관회의를 대비한 일정을 이유로 불출석하겠다고 지난 6일 통보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불허한다”고 했다.
5. 위약금 면제 요구에 즉답 회피
SK텔레콤의 과실로 발생한 사고이니 약관에 따라 사고 이후 해지한 이용자들에겐 위약금을 물려선 안 된다고 요구에 SK텔레콤은 약관 위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즉답을 하지 않고 있다. 도의적인 차원에서 위약금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요구도 잇따른다.
▲ 지난달 30일 유영상 SKT 대표이사가 30일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그러나 지난 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한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여야 의원들의 쏟아진 질타 속에서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SK텔레콤은 비용 문제 때문이라는 점을 드러냈는데, 이마저도 과장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날 청문회에서 유영상 대표는 “앞으로 최대 500만 명까지 이탈할 수 있다”며 “1인당 평균 위약금을 10만 원으로 추산하면, 최소 25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탈퇴한 이용자의) 매출 감소까지 감안하면 3년간 총 손실 규모는 7조 원 이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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