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남는 쌀 매입” 재추진
대체작물 지원제 등 쌀값 안정 공약
재원이 관건… 이준석은 부정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남는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토록 하는 ‘양곡관리법(양곡법) 개정안’ 재추진을 공약하면서 선거 결과에 따라 정부의 ‘쌀 매입’ 여부가 재차 논란의 중심에 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양곡법 개정안은 2023년 4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1호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다. 22대 국회 들어 재추진됐지만 지난해 12월 한덕수 전 대통령 직무대행이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됐다. 현재 유사한 내용으로 세 번째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25일 주요 대선 후보의 공약을 보면 이 후보는 대선 승리 시 양곡법 개정을 관철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이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한 상황에서 법안 처리에도 한층 더 힘이 실릴 가능성이 높다. 최근 일본의 쌀값 급등세도 변수다. 한국보다 먼저 쌀 감축 정책을 추진해온 일본은 1년 새 2배로 치솟은 쌀값을 잡지 못한 것 등의 이유로 농림수산상이 경질되고 이시바 내각 지지율(20.9%)도 출범 이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양곡법 개정을 공약한 이 후보는 지난 17일 전남 나주 선거 유세에서 “당장 일본도 쌀값이 두 세 배 오르니 관광객들이 우리나라로 쌀을 사러 온다”며 “정부 당국자들이 정신을 차리고 쌀값이 안정되도록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농촌 일자리·경제 확대 방침을 밝히면서도 양곡법 개정은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최근 TV토론회에서 “과잉 생산되는 쌀을 왜 더 생산하도록 유도해야 하느냐”며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대선 국면에서 양곡법 개정 재등장은 쌀값 하락과 농민 표심이 맞물린 결과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농가소득은 5060만원으로 전년(5083만원) 대비 23만원(-0.5%) 줄었다. 특히 쌀 한가마니(80㎏) 가격이 20만원을 밑돌며 지난해 논·벼 재배 농가소득은 3661만원으로 전년(3797만원)보다 136만원(-3.6%) 감소했다.
이 후보는 양곡법 개정과 함께 타작물 재배를 늘려 쌀과 식량작물 가격을 모두 안정시키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TV토론회에서 “쌀값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곡물자급률을 올리는 길”이라며 “가끔 (쌀이) 과잉 생산되는 경우 정부가 사서 가격을 관리해 주고, 대신 추가로 경작면적을 조정하기 위해 대체작물 지원제도를 도입하면 관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관건은 재원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는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31만t의 쌀을 사들이는 데 2조6000억원을 썼다. 정부는 양곡법 개정 시 연간 3조원 이상 재정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한다. 양곡 재고 역시 지난 1월 말 기준 151만t에 달한다.
대체작물 지원제도 효과도 불투명한 상태다. 현재 정부는 쌀 재배면적 감축을 위해 벼 재배에서 타작물로 전환하는 농가를 지원하는 ‘전략작물직불제’(㏊당 최대 500만원 지원)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감축 속도는 더디다.
다만 일본의 쌀값 급등 이후 ‘식량 안보’가 주목받으며 양곡법 개정이 과거에 비해 탄력을 받을 가능성은 높아졌다. 정부는 그간 일본의 쌀값 상승은 쌀 재배면적 감축보다 일시적 수요 증가 및 유통 문제 등이 얽힌 사안이라는 입장이었다. 반면 이 후보는 “충분히 예측된 일”이라며 “앞으로 이런 사태가 빈발할 가능성이 높고 그 정도도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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