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영(왼쪽 세번째) 감독이 칸 국제영화제 ‘라 시네프’ 부문에서 1등상을 받은 후 2·3등상 수상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칸 국제영화제
‘영화학도’ 허가영 감독이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영화제인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의 자존심을 지켰다. 졸업작품으로 만든 단편 ‘첫여름’으로 영화학교 작품들이 경쟁하는 ‘라 시네프’ 부문에서 ‘1등’을 차지했다.
25일(이하 한국시간) 제78회 칸 국제영화제 폐막 이틀 전인 23일 칸 뷔뉴엘 극장에서 열린 ‘라 시네프’(La Cinef·구 시네파운데이션) 시상식에서 허가영 감독의 ‘첫여름’이 중국 취즈정 감독의 ‘국기 게양식 12분 전’(2등)을 제치고 1등 상을 거머쥐었다.
전 세계 영화학교 학생들이 만든 중·단편 영화를 대상으로 하는 ‘라 시네프’ 부문은 차세대 영화인을 발굴하는 경쟁 부문이다. 올해 세계 646개 영화학교 2679편의 지원작 중에서 16편이 초청됐다.
영화 ‘첫여름’ 스틸, 사진제공|한국영화아카데미(KAFA)
한국영화 최초로 ‘라 시네프’ 부문 1등에 오른 ‘첫여름’은 허 감독이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41기 졸업 작품으로 만든 30분가량의 단편영화다. 손녀의 결혼 대신 남자친구 학수의 49재에 가고 싶은 노년 여성 영순의 이야기를 그렸으며, 노년 여성의 욕망을 정면으로 다룬 파격적인 소재로 현지 영화인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허 감독의 이번 성과는 한국 장편 영화가 황금종려상(최고상) 수상 가능성이 있는 경쟁 부문은 물론 비경쟁 부문에도 초청되지 못해 ‘한국 영화 위기론’이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오고 있다.
허 감독은 수상 이후 “감히 한국 영화를 대표할 순 없지만, 한국 영화가 어려운 시기에 힘을 낼 수 있을 만한 결실을 맺어서 더욱 감사하다. 앞으로도 한국 영화인으로서 좋은 영화를 많이 만들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 유인촌 장관도 허 감독에게 축전을 보내 축하와 격려의 뜻을 전했다. 유 장관은 “삶과 죽음, 가족과 사랑 사이에서 노년기 여성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이야기를 그린 ‘첫여름’은 세계 영화인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하며, 한국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이번 수상은 코로나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영화계와 젊은 영화인들에게 큰 희망과 영감을 주는 쾌거다. 앞으로도 빛나는 열정으로 시대의 공감을 끌어내는 멋진 작품을 만들어 한국 영화계의 새로운 별이 되어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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