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이란 감독 자파르 파나히. 연합뉴스
올해 황금종려상의 주인공은 이란 반체제 영화감독 자파르 파나히였다.
파나히 감독의 ‘잇 워즈 저스트 언 엑시던트’(It Was Just An Accident)가 24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에서 열린 제78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잇 워즈 저스트 언 엑시던트’는 과거 정치범으로 수감됐던 한 남자가 감옥에서 자신을 괴롭힌 경찰과 닮은 사람을 마주치면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다.
이 작품은 그의 삶과 몹시 닮았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그동안 이란의 사회·정치 문제를 다룬 작품을 주로 선보인 파나히 감독은 반정부 시위, 반체제 선전 등을 이유로 여러 차례 체포됐다. 2022년 재수감됐다가 2023년 2월 석방 요구 단식 투쟁을 벌인 끝에 보석으로 풀려난 뒤 처음 만든 영화로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았다.
아울러 파나히 감독은 세계 3대 영화제를 석권하게 됐다. 2000년 ‘써클’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2015년 ‘택시’로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각각 받은 바 있다. 역대 3대 영화제 최고상을 모두 거머쥔 감독은 앙리 조르주 클루조,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로버트 앨트먼, 장뤼크 고다르 등 4명 뿐이다. 파나히 감독이 그 뒤를 잇게 됐다.
파나히 감독은 수상 직후 “귀국이 두렵지 않느냐”는 현지 매체의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 “(이 상은) 나를 위한 게 아니다. 지금 당장 활동할 수 없는 모든 이란 영화 제작자들을 위한 상”이라며 “수상하든 못하든 나는 다시 돌아갔을 것이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2등에 해당되는 심사위원대상은 두 자매가 관계가 소원한 아버지와 겪는 일을 그린 덴마크 출신 노르웨이 감독 요아킴 트리에르의 ‘센티멘털 밸류’가 받았다.
심사위원상은 모로코를 배경으로 실종된 딸을 찾아 나선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린 스페인·프랑스 영화 ‘시라트’(올리비에 라시)와 여러 세대에 걸친 인간 드라마를 그린 독일 작품 ‘사운드 오브 폴링’(마샤 실린슈키)이 공동 수상했다.
1970년대 브라질을 배경으로 부패한 정계에서 벗어나려는 학자의 이야기를 그린 스릴러 ‘시크릿 에이전트’는 감독상(클레베르 멘돈사 필류)과 남우주연상(와그네르 모라)을 차지했다.
여우주연상은 ‘더 리틀 시스터’의 주연을 맡은 프랑스 배우 나디아 멜리티가 받았다. 올해 23세인 멜리티는 이 작품이 데뷔작이다. 이 영화는 알제리계 프랑스 가정의 17세 소녀가 정체성을 찾는 이야기다.
아울러 각본상은 황금종려상을 두 차례 수상한 거장 형제 감독 장 피에르 다르덴·뤼크 다르덴이 ‘더 영 마더스 홈’으로 받았다.
<수상작 및 수상자 명단>
▲ 황금종려상 = ‘잇 워즈 저스트 언 엑시던트’(자파르 파나히, 이란)
▲ 심사위원대상 = ‘센티멘털 밸류’(요아킴 트리에르, 노르웨이)
▲ 심사위원상 = ‘시라트’(올리비에 라시, 스페인·프랑스), ‘사운드 오브 폴링’(마샤 실린슈키, 독일)
▲ 감독상 = 클레베르 멘돈사 필류(‘더 시크릿 에이전트’, 브라질)
▲ 남우주연상 = 와그네르 모라(‘더 시크릿 에이전트’, 브라질)
▲ 여우주연상 = 나디아 멜리티(‘더 리틀 시스터’, 프랑스)
▲ 특별상 = ‘레저렉션’(비간, 중국)
▲ 각본상 = 장 피에르 다르덴·뤼크 다르덴(‘더 영 마더스 홈’, 벨기에)
▲ 황금카메라상 = 하산 하디(‘더 프레지던츠 케이크’, 이라크)
▲ 단편 황금종려상 = ‘아임 글래드 유어 데드 나우’(타우피크 바르홈, 팔레스타인·프랑스·그리스)
▲ 주목할 만한 시선 대상 = ‘더 미스티리어스 게이즈 오브 더 플라밍고’(디에고 세스페데스, 칠레·프랑스·독일·스페인·벨기에)
▲ 주목할 만한 시선 심사위원상 = ‘더 포엣’(시몬 메사 소토, 콜롬비아·독일·스웨덴)
▲ 주목할 만한 시선 감독상 = 아랍 나세르·타르잔 나세르(‘원스 어폰 어 타임 인 가자’, 팔레스타인·독일·포르투갈)
안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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