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협력 강화 선전직업기술대 "韓과 협력 원해"
화웨이 인증과 대학 커리큘럼 연계로 실무 능력 향상
교육 전체에 AI 도입 속도
학생들이 '5G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실험실'에서 강의를 듣고 있다. 김나인 기자
송룽 선전직업기술대 전자통신공학원 원장이 미디어 및 교수진과 대화에서 교육 커리큘럼을 소개하고 있다. 김나인 기자
선전직업기술대에서 미디어 및 교수진과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김나인 기자
서른명 남짓한 학생들이 '5G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실험실'에서 한창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강의에 몰입하고 있다. 가상현실(VR) 시뮬레이터 등 장비를 지원해 교육에 실습을 결합할 수 있다. 캠퍼스 내 위치한 '사물인터넷(IoT) 연구실'에서는 실제 산업 현장에서 적용되는 디지털트윈 스마트 팩토리를 구현하는 기술부터 산업용 빅데이터 마이닝, 5G NR 송수신 평가, 스마트센서 등 복합기술을 연구한다. 지난 23일 방문한 중국 광둥성 선전시의 선전직업기술대학교(Shenzhen Polytechnic University)은 화웨이와 파트너십을 통해 정보통신기술(ICT) 중심 커리큘럼, 국제 인증 체계, 글로벌 교수 교류를 도입해 기술·교육·실무를 통합한 '현장형 인재 양성소'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 선전은 정보기술(IT) 산업 중심지이자 '세계의 실험실'로 진화한 도시다. 기술 혁신을 위해서는 인재 양성이 필수인 만큼 선전시는 대학에 매년 37억위안(약 7056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대학 '돈줄' 압박에 나서는 상황에서 이에 맞서는 중국은 그간 폐쇄적인 행보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양성 강화와 인재 양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산업과 기술이 결합한 전방위 투자를 강화하고 국제 협력을 확대하며 기술 패권 기회를 잡으려는 모양새다.
선전직업기술대는 세계적인 ICT 기업인 화웨이와 끈끈하게 협력하고 있다. 화웨이 또한 해외 매출이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만큼 글로벌 국가별 로컬 인재를 들여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에 대학에서는 산업계 요구를 반영해 해외 커리큘럼도 제공한다. 튀르키예, 아프리카, 홍콩, 베트남뿐 아니라 한국과의 협력에도 적극적이다. 송룽 선전직업기술대 전자통신공학원 원장은 "대학에 20년 넘게 근무한 한국 교수도 있을 정도로 한국 교수진과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있고 적어도 10개 이상 한국 대학과 협력 관계를 맺다"며 "향후 한국 대학과 심층 깊은 협력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산학연결 커리큘럼인 '화웨이 ICT 아카데미'가 대표적이다. 2006년부터 미국 시스코에 이어 화웨이가 구축해온 이 커리큘럼은 현재 통신 네트워크뿐 아니라 인공지능(AI), 자동화 등 15개 분야에서 산업계와 긴밀히 연결된 교육 생태계를 구축했다. 화웨이 네트워크학부는 화웨이 ICT학부로 자리매김하면서 지난해 10월까지 100여개 국가 2700여개 ICT 전공 대학과 9000개 이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올해 열린 국제 대회인 '화웨이 ICT 경진대회'에서도 이 대학 학생들이 다수 수상하기도 했다.
초창기에는 대학 교수진이 화웨이에 견학하고 이 내용을 커리큘럼에 적용했다. 이후 화웨이 엔지니어 인증 시스템을 학교 커리큘럼에 연계하며 학생들의 실무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주력했다. 2020년까지 이 대학의 3000명 이상 학생들이 화웨이 인증을 취득했다. 화웨이 관계자는 "인증을 받으면 입사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졸업 후 평균보다 높은 초봉 연 12~14만 위안을 받고 2~3년 후에는 30만 위안(약 5700만원)을 받는 등 업계 평균보다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다"며 "경력직으로 화웨이에 입사하는 인재들도 많다"고 말했다.
과거 정보통신에 치중했다면 AI 시대 인재 육성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ICT 전공 외에도 컴퓨팅·알고리즘 교육을 모든 학부에 분산 배치해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선전직업기술대는 화웨이의 자체 대형언어모델(LLM)을 도입해 프로그래밍 수업도 개편할 예정이다. 송룽 원장은 "기존에는 엔지니어들이 코드를 직접 입력해야 했지만 지금은 3~5줄만 입력하면 AI가 후속 코드를 생성하는 식으로 교육이 전환되고 있다"며 "최근 작성한 랭귀지 디자인 교재에서 AI를 이용한 코드 생성을 포함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전직업기술대는 교육 현장 전체에 AI를 적용하고 있다. 특히 모든 신입생은 학생증 외에 '컴퓨팅 카드'를 추가로 발급받아 클라우드 기반 고성능 컴퓨팅 리소스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과거 총장·부총장이 주도하던 식에서 벗어나 교수진 주도의 실무형 인증 과정이 운용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미국 오하이오주 볼링그린주립대학을 벤치마킹한 파일럿 모델도 실험 중이다. 일반 강의실 대신 산업단지 내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식으로, 향후 전 학과에 도입할 예정이다.
송룽 원장은 AI는 교육의 도구일뿐 교수를 대체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그는 "교수진은 학생들과 정서적 교류와 인간적 지지를 하는 역할을 한다"며 "AI 첨단 기술을 이용해 교육 개혁을 하면서도 정서적인 연결을 통해 인재를 육성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선전(중국)=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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