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6ㆍ3 대선 스페셜 에디션
공약논쟁前 8편 최저임금
이준석 후보 최저임금 공약
지자체가 30% 상하한 결정
공약 논쟁 전 따져볼 이슈들
최저임금 정말 많이 올랐나
최저임금 인상 자제하면
자영업자 문제 풀 수 있을까
올해는 최저임금법을 제정(1986년)한 지 40년이 되는 해다. 최저임금이 '1만원'을 넘어선 첫해이기도 하다. 그런데 거대 양당 대선후보는 최저임금 공약을 내놓지 않았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가 '지자체 자율로 최저임금을 30% 인상 또는 삭감'할 수 있는 공약을 내놓은 게 전부다. '최저임금 1만원이면 이제 됐다'고 인식한 걸까, 논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걸까.
☞참고: 6·3 대선 에디션 '공약논쟁前'의 취지는 공약을 논쟁하기 전前에 논쟁해야 할 이슈를 살펴보자는 겁니다. 더스쿠프 데스크와 현장의 관점+을 읽어보시면 취지를 쉽게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thescoop.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5804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률(1.7%)은 역대 두 번째로 낮았다.[사진|뉴시스]
"서울 최저임금 1만원, 제주 최저임금 7000원."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가 내놓은 최저임금 공약을 적용한 예시다. 이준석 후보는 "지역별 주거비, 생활비 등 경제적 특성을 반영해 지자체가 최저임금을 결정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10대 공약 중 하나로 제시했다. 고용노동부 산하 최저임금위원회가 '기본 최저임금'을 결정하면, 각 지자체가 이를 토대로 '30% 높게' 혹은 '30% 낮게' 책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거다.
당연히 논란이 뜨겁다. 한편에선 "지자체가 전략적으로 최저임금을 낮게 책정해 기업을 유치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결국 최저임금을 많이 주는 지자체로 인구가 빠져나가고 지역 불균형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한다.[※참고: 이준석 후보와 달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최저임금 공약을 내놓지 않았다.]
갑론을박이 거센 만큼 최저임금 공약에 앞서 짚어봐야 할 점도 적지 않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논쟁이 수그러들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거다. 실제로 매년 8월 5일 '최저임금 고시일'이 다가오면 경영계와 노동계는 거칠게 충돌한다. 사상 처음으로 시간당 '1만원'이 넘는 최저임금을 결정한 지난해에도 마찬가지였다.
경영계를 대표하는 한국경제인협회는 당시 "1만원이 넘는 최저임금은 영세기업과 자영업자에게 부담을 준다"면서 "최저임금 영향을 많이 받는 청년층·저소득층·취약계층 일자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동계의 반응은 달랐다. 민주노총·한국노총은 "최저임금이 1만원을 넘어섰지만, 1.7%라는 역대급으로 낮은 인상률을 기록했고 물가상승을 고려하면 사실상 실질임금 삭감이다"고 주장했다. 누구의 주장이 맞을까. 최저임금은 정말 너무 많이 오른 걸까. 그렇다면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은 살 만해졌을까. 하나씩 살펴보자.
■ 논쟁➊ 정말 많이 올랐나 = 최저임금이 과하게 오른 건지 확인하기 위해 시계추를 2017년으로 돌려보자. 그해 19대 대선에 출마한 주요 후보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문재인(이하 당시 당명·더불어민주당)·유승민(바른정당)·심상정(정의당) 후보는 2020년까지, 홍준표(자유한국당)·안철수(국민의당) 후보는 2022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런 맥락에서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당시 후보들이 내걸었던 시점보다 3~5년 후에야 이뤄졌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엔 문재인 정부가 집권 첫해인 2018년 최저임금을 16.4%나 끌어올린 게 영향을 미쳤다. 한꺼번에 큰폭의 인상을 단행하면서 자영업자들의 반발을 샀고, 이를 기점으로 경영계가 주장하던 '최저임금 인상론'에 힘이 실렸다.
이 때문인지 최저임금은 그 후 과하게 오르지 않았다. 2020년 이후 최저임금 인상률은 매년 한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2021년 인상률은 역대 최저치(1.5%)를 찍었고, 올해에도 1.7%에 머물렀다. 노동계의 주장대로 지난해 물가상승률 2.3%를 밑돈다.
■ 논쟁➋ 그래서 살 만한가 = 어쨌거나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열린 지금 노동자들은 살 만해졌을까. 예를 들어보자.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하루 8시간씩 주5일간 근무하면 월 209만6270원을 받는다. 한달 살기에 충분한 금액이 아니다. '비혼 단신근로자의 실태생계비'인 월평균 246만원(2024년 기준)조차 밑도는 수준이다.
'비혼 단신근로자의 실태생계비'란 '자가가 아닌 거주지에 부양가족 없이 혼자 사는 임금근로자가 실제 생활에 소비하는 비용'을 의미한다. 게다가 최저임금을 받는 일자리는 단시간 노동이 많아서 하루 8시간을 꼬박 일하지 못하는 이들도 많다.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노동자도 적지 않다. 사실상 최저임금이 최소한의 삶을 보장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 논쟁➌ 자영업자 진짜 문제인가 = 물론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오르면 자영업자에게 부메랑이 돌아오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자영업자를 앞세워 최저임금 인상을 막는 건 '을과 을'의 싸움으로 부추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최저임금 인상이 사장님들의 부담을 키운 건 사실이지만, 자영업자 문제를 풀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더 큰 과제들이 많다.
한국경제인협회의 조사 결과(2025년)에 따르면, 자영업자들은 가장 큰 경영 애로사항으로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34.9%)'을 꼽았다. 이어 '원부재료 매입비 부담(24.0%)' '임차료·세금·수수료 부담(12.3%)'이라고 답했다. '최저임금 등 인건비 부담'을 꼽은 이들은 9.1%였다.
건의하고 싶은 정책으로는 '대출상환 유예 등 금융지원 확대(22.1%)' '소비 촉진 방안 확대(20.9%)' '원부자재 가격 등 물가 안정화(14.0%)' '임대료 지원 강화(11.7%)' 등이 있었다. 이런 문제들을 뒤로한 채 자영업자를 어렵게 만든 원인으로 최저임금만을 꼽는 건 취약한 노동자들을 벼랑 끝으로 모는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이런 측면에서 지자체가 최저임금을 30%씩 올릴 수도, 내릴 수도 있도록 하는 이준석 후보의 공약은 생각해 볼 점이 많다. 공약처럼 최저임금 결정을 지자체에 위임하는 방식은 일본·미국 등에서 운영하고 있지만 적잖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최저임금 결정 권한을 지자체에 이양하는 공약을 내놨다.[사진|뉴시스]
일본은 중앙최저임금심의회가 결정한 최저임금 인상 기준을 바탕으로 47개 도도부현都道府(지자체)의 지방최저임금심의회가 확정하고 있다. 각 도도부현을 3개의 등급(가장 금액이 높은 순부터 A·B·C)으로 나누고, 같은 등급에 속한 동일한 액수를 인상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최저임금이 높은 지역으로 인력이 유출되고, 지역 간 격차가 커졌다는 점이다.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일본 정부는 지역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해 당초 4개(A·B·C·D)였던 등급을 2023년부터 3개로 줄였다.
미국의 사례 역시 한국에 적용하기엔 적합하지 않다. 김준모 건국대(행정학) 교수는 "미국은 규모가 워낙 크고 지역별 상황이 다르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면서 "지자체들이 인접해 있는 한국에 이를 적용할 경우 최저임금이 높은 곳으로 이동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동일한 노동을 하고도 지역이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급여를 받는 건 노동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가 지적했듯 헌법 제32조 1항(근로의 권리 보장)에 위배될 소지도 있다. 최저임금 공약을 논쟁하기 전 논쟁해야 할 이슈들이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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