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진우 한국연구재단 차세대바이오단장
인공지능(AI)이 그리는 미래 생명공학의 모습은 급속히 현실이 되고 있다. 최근 주목받는 생성형 생명공학은 대규모 언어모델(LLM)과 분자 생성 AI를 통해 신약 개발, 합성 생물학, 바이오 제조 등 전 분야에 걸쳐 혁신을 예고하고 있다. 예를 들어, 대규모 바이오 AI 모델은 DNA 서열 분석과 단백질 구조 예측을 통해 신약 개발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실험 자원의 소모를 줄이는 데 기여한다.
하지만 이런 생성형 AI기반 바이오 연구의 전환은 기대 못지않게 과학적·사회적·안보적 우려도 함께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첫째, 생성형 AI의 검증 가능성 부족이다. AI가 제안한 단백질 구조나 소분자 화합물은 그 자체로는 과학적 해석이나 검증이 어렵고, 모델 간 결과 재현성도 낮은 경우가 많다. 이는 생명과학의 '재현 가능성' 원칙과 충돌할 수 있으며, 안정적 재현이 필요한 임상연구에서 큰 한계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AI 결과에 대해 실험 기반의 검증 연계 체계를 반드시 구축해야 하며, 이러한 생성형 AI모델 특성을 고려한 임상 제도에 대한 고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내 민·관·산·학·연·병 협력으로 AI 설계-합성-검증을 통합한 공동 검증 플랫폼을 마련과 관련 규제혁신과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둘째, 학습 데이터·모델의 편향과 비가시성이다. 현재의 생성형 모델은 공개된 생물학 논문, 특허, 화합물 데이터 등을 학습하지만, 이 데이터는 서구 중심의 상용화 목적에 치우쳐 있으며 비영어권 연구정보와 인구정보는 제한되어 반영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모델의 편향이 가시적이지 않아 여러 가지 과학적·기술적·사회적 편향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한국 과학계의 독창적 연구성과가 AI 모델에서 소외될 우려가 있으며, 한국인 특성을 잘 반영하지 못한 생성형 AI모델 개발로 국내 임상연구, 신약개발 연구에 한계가 생길 수 있다. 국내 바이오 데이터 자산을 국가 단위로 표준화·개방해 K-바이오 특화 AI 모델을 학습·훈련할 수 있는 공공 데이터 인프라가 필요한 시점이다.
셋째, 윤리·책임·안전·안보의 공백이다. AI가 생성한 생물학적 설계물에 대한 지식재산권, 생물안전성, 보건안보 실패 책임의 주체 등은 현재 법·제도상 모호하다. 특히 합성생물학 영역에서 AI가 만든 유전자·세포체는 의도치 않은 생태적, 사회보건적, 안보적 영향을 유발할 수 있어 이에 대한 면밀한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생성형 바이오의 사용·등록·공유에 대한 사전 영향평가 체계를 정비하고, 이를 모니터링하고 사후 평가 할수 있는 AI바이오 안전기술 개발과 함께 필요할 것이다. 더 나아가 생물학자-AI개발자-정책 입안자가 함께 참여하는 다학제 윤리위원회 구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성형 생명공학이 제공할 기회는 명백하다. AI는 신약 탐색을 기존보다 수십 배 빠르게 만들고, 수요 맞춤형 생체소재 제작, 바이오 제조 최적화에 기여할 수 있다. 특히 기존 기술로 접근이 어려웠던 희귀난치질환 치료제 개발을 포함한 많은 바이오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AI가 그리는 바이오의 미래에 단순히 탑승할 것인지, 그 방향을 설계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과학적 검증체계, 데이터 주권, 책임윤리 등 '디지털바이오의 숙제'를 같이 고민하지 않으면, 기대는 곧 위기로 전환될 수 있다. 기술의 가능성을 극대화하고, 부작용을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정책적 상상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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