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코인 세탁소에 설치된 LG전자 상업용 세탁기./사진=LG전자
LG전자가 미국 생활가전 B2B(기업 간 거래) 계약을 연이어 체결하며 점유율 '톱 3'(Top 3) 진입에 속도를 낸다. 제품 기술력과 전문 영업 조직 운영 등을 앞세워 2026년까지 업계 1·2위 월풀과 제너럴 일렉트릭(GE)에 견줄만한 경쟁자로 올라선다는 계획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북미 1위 상업용 세탁·건조기 업체 CSC 서비스웍스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CSC는 아파트, 단지형 주택 등 대규모 주거 시설과 대학 기숙사, 호텔에 설치된 공용 세탁실 등에 세탁 장비를 판매·운영하는 기업이다.
현지 최대 규모 세탁솔루션 기업이 LG전자의 상업용 세탁기를 채택했다는 점에서 점유율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
LG전자는 미국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시장에서 점유율 1위에 오르며 강세를 보이지만 B2B 시장에서는 월풀과 GE가 업계 선두를 다투고 있다. 이들 기업의 미국 생활가전 B2B 시장 점유율은 50%가 넘는다. 수십 년의 업력을 기반으로 미국 내 주택과 상업용 건물 등을 짓는 '빌더'와 장기 공급 계약을 맺고 시장을 장악했다. LG전자의 B2B 시장 점유율은 상위 5위권 내 머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수 기업의 과점 체계로 신규 회사의 시장 진입이 쉽지 않으나 미국 생활가전 B2B 분야는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업계에서는 미국 전체 생활가전 시장 매출의 20%가 B2B 시장에서 나온다고 본다. 지난해 미국 생활가전 시장 규모는 400억달러(약 55조1000억원)로 집계됐다. 류재철 LG전자 H&A(생활가전) 사업본부장 사장이 지난해 "2026년까지 미국 생활가전 B2B 시장에서 톱 3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전역의 건축·설계 전문가들에게 LG전자의 가전제품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LG 프로 빌더’./사진=LG전자
LG전자는 현지 맞춤형 전략을 기반으로 B2B 고객 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미국은 다세대 주거시설에서 집마다 세탁실을 설치하는 대신 대용량 세탁·건조기가 있는 빨래방 형태의 공용 세탁 공간을 마련하는 경우가 많다. 다수 인원이 장기간 사용해 세탁 시간 단축과 제품 품질이 중요하다.
LG전자 상업용 세탁기는 세탁통의 진동과 회전을 정교하게 감지해 대용량 빨래도 최적의 움직임으로 시간을 단축하도록 설계했다. 업계 최초로 상업용 일체형 세탁건조기에 저온 제습 방식의 인버터 히트 펌프를 적용해 건조 성능과 에너지 효율을 동시에 높였다. 제품을 이동하지 않고 내부를 수리할 수 있도록 탈부착이 가능한 전면 케이스와 벨트 없는 DD 모터 등을 탑재했다. LG전자는 지난해 미국 세탁솔루션 기업 '워시'와도 상업용 세탁기 공급용 계약을 체결했다.
빌더 전문 영업 조직인 'LG 프로 빌더'도 운영 중이다. LG 프로 빌더는 실거주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과 집의 구조, 지형과 기후까지 고려해 맞춤형 가전제품을 추천한다. 가전과 공간의 미적 조화를 높이기 위해 가구·인테리어 업체와 협업도 진행한다. 이외에도 1900여개 북미 서비스센터를 활용해 전문적인 유지·보수 서비스 등 사후 관리에도 집중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생활 가전 B2C 시장은 경기 변동 등에 영향을 받기 쉬운데 안정적인 B2B 고객을 확보하면 외부 변동성에도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며 "LG전자가 올해 1분기에도 생활가전 분야에서 분기 최대 매출 달성 등 견고한 성적을 내는 것에 비춰볼 때 생활가전 B2B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넓히고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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