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총, '제73회 과학기술 여성리더스포럼' 개최
'제73회 과학기술 여성리더스포럼' 개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여성과총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이하 여성과총)는 23일 경북 안동 스탠포드호텔에서 '제73회 과학기술 여성리더스포럼'을 열고, 전통과 첨단 과학기술의 융합을 통한 지속 가능한 사회 발전 방안을 모색했다. '통과 과학기술의 융합'을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에는 전국의 여성과학기술단체장과 현장 전문가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권오남 여성과총 회장은 개회사에서 "AI 시대의 여성과학기술인은 단순한 참여자가 아니라 기술과 사회를 함께 설계하고 미래 방향을 제시하는 리더"라며 "풍부한 윤리성과 섬세한 통찰력, 다학제적 소통 능력을 바탕으로 복잡한 과학기술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인구절벽과 인재 부족이 심화되는 오늘날, 여성과학기술인은 더 이상 보완적인 존재가 아닌 지속 가능한 혁신의 핵심 인재"라며 "여성의 참여와 리더십 없이는 과학기술의 미래가 완성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권 회장은 이번 포럼 주제와 관련하여 "전통 속에서 지혜를, 첨단 기술 속에서 사람의 가치를, 서로의 이야기 속에서 희망을 발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축사에서는 이철우 경상북도지사, 민병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서상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경북지역연합회장이 연단에 올라 과학기술과 지역 발전의 연계를 강조했다. 이 지사는 "과학기술은 경북의 미래를 여는 핵심 열쇠이며, 그 중심에는 여성과학기술인의 탁월한 역량이 있다"며 "전통과 첨단 기술이 어우러지는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도는 관련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기조강연에서는 김병일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 이사장이 'AI 시대, 더 필요한 퇴계의 인문정신'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 이사장은 "눈부신 기술 발전의 이면에는 인간다움이 위협받는 시대적 위기가 존재한다"며 "AI 시대일수록 인간의 따뜻한 인성과 실천하는 지혜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퇴계 이황을 한국 유학 정신의 정수로 꼽으며, "퇴계는 진리를 탐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삶 속에서 실천하며 '지행합일(知行合一)'을 구현했던 선비"라며 "이러한 실천적 인문정신이야말로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가치"라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퇴계의 삶이 오늘날 인간 중심의 과학기술, 책임감 있는 리더십, 그리고 상생의 공동체 정신을 구현하는 데 귀중한 교훈을 준다고 평가했다. 그는 "퇴계는 탁월한 학문적 식견뿐 아니라 하인과 여성, 가족까지 세심하게 배려한 섬김의 리더였다"며 "이런 정신이야말로 지금의 과학기술 발전 속에서도 절대 잃지 말아야 할 인간성"이라고 말했다.
또 김 이사장은 "앞으로 인간의 경쟁 상대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라 AI가 될 것이며, 대부분의 일자리에서 AI가 사람보다 우수한 지식과 기술을 갖게 될 것"이라며 "따라서 인간이 존재의 이유를 찾기 위해선 더욱 '사람다움'에 집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강창원 카이스트(KAIST) 생명과학과 명예교수가 '정밀의학과 AI의 접목'을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유전정보 기반의 맞춤형 의료가 기존 의학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설명하며, "같은 진통제라도 사람마다 효과가 다르며, 유전형에 따라 약물 효과와 부작용이 극명하게 갈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적인 사례로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에타너셉트'를 들었다. 강 교수는 "이 약은 고가의 바이오의약품임에도 환자의 유전자형에 따라 효과가 크게 달라진다. TNF 유전자 변이에 따라 어떤 환자에게는 탁월한 효과를 보이지만, 다른 환자에게는 거의 무용지물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유전자 분석을 통해 약의 효과나 부작용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게 되면서, 의학은 '정밀의학'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 중이다.
강 교수는 정밀의학을 설명하며, 동양의 전통의학인 '사상의학'에도 있었다는 점을 언급헸디. 그는 "사상의학은 개인 체질에 따라 약효가 다를 수 있음을 인식했던 매우 선진적인 개념"이라며 "과학적 근거는 부족했지만, 정밀의학적 사고의 출발점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강 교수는 이 같은 정밀의학의 실현에 있어 AI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의 유전자형뿐 아니라 생체 신호, 혈액 수치, 장내 미생물 정보까지 모두 통합해 분석하는 데 AI는 매우 유용하다"며 "AI는 복잡한 상관관계를 찾아내고, 개인별 위험 예측과 맞춤 처방을 가능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묵인희 서울대 의대 교수를 좌장으로, 안현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연구부총장, 김보름 안양대학교 산학연구소 HK연구교수, 하금숙 경북여성정책개발원장 등이 참여해 '과학기술과 인문정신의 조화로운 발전'이라는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안현실 부총장은 "AI 시대에 인간의 삶과 산업은 본질적으로 재편되고 있다"며 "이제 과학기술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거나 위협하는 존재가 아니라, 창의성과 삶의 즐거움을 확장시키는 도구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AI가 식문화에 끼친 영향도 예로 들었다. "AI는 요리 레시피부터 식재료 설계까지 식산업 전체를 바꾸고 있다"며 "식품 산업은 반도체 산업처럼 설계-제조-유통으로 분화된 고도화된 산업구조로 재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마트 푸드 박스, 3D 프린터 기반 요리기기, 가정 내 재배모듈 등 새로운 식문화 생태계가 AI에 의해 현실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성과총은 이번 포럼에서 경북 북부지역 산불 피해 복구 지원을 위해 회원들의 자발적 참여로 마련한 성금 1000만원을 경상북도에 전달했다/사진=여성과총
한편 여성과총은 이번 포럼에서 경북 북부지역 산불 피해 복구 지원을 위해 회원들의 자발적 참여로 마련한 성금 1000만원을 경상북도에 전달했다. 여성과총은 전국 80여 개 여성과학기술 관련 단체가 참여하는 연합체로, 여성과학기술인의 역량 강화, 성평등 과학문화 확산, 정책 제안, 인재 양성, 네트워크 구축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류준영 기자 j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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