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지먼트 시선 제
★디움의 한 줄 ‘계약보다 철학, 조건보다 궁합’ ● 박희순이 선택한 ‘시선’, 신혜선도 함께하는 조용한 동행 ● 무조건 대형? No. 배우가 찾는 건 스포트라이트보다 케어 박희순이 옮겼다. 조용히, 그러나 결정적으로.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2와 영화 ‘선산’에서 강렬한 연기를 보여준 그는 최근 드라마 ‘돼지우리’, ‘컨피던스맨 KR’, 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 수가 없다’까지 쉼 없이 작품을 이어오고 있다. 이런 박희순이 택한 새로운 둥지는 매니지먼트 시선. 눈앞의 계약보다 ‘시선의 방향’을 택한 셈이다.
매니지먼트 시선은 신혜선, 김현주, 김정현, 차청화 등 깊은 연기 내공을 지닌 배우들이 포진한 매니지먼트사다. 박희순은 이제 이들과 한집 식구가 됐다. 브랜드 파워를 앞세운 화려함보다, 묵묵히 자기 페이스를 지켜온 배우들의 면면이 오히려 신뢰를 준다.
그는 예능이나 소비성 노출보다 작품으로 기억되길 원하는 배우다. 연기 하나로 업계를 설득해온 박희순이 이 회사를 택한 건, 그만큼 ‘맞는 기획’이라는 의미다. 계약보다 철학, 조건보다 궁합을 본 셈이다.
● 화려함의 시대가 끝났을 때, 배우가 찾는 건 ‘궁합’ 많은 이들이 말한다. “잘 나가려면 대형 소속사 가야지.” 하지만 ‘크다’는 건 ‘맞다’는 뜻이 아니다. 대형 기획사는 분명 자금력, 넓은 네트워크, 글로벌 확장성과 같은 장점이 있다. 하지만 소속 배우가 많아질수록 개별 케어가 어려워지고, 브랜드 이미지에 갇힌 활동을 요구받기도 한다.
반대로, 규모보다 철학을 중시하는 매니지먼트는 있다. 박희순이 택한 곳이 그럴 가능성이 있다. 배우의 성향과 커리어 방향을 밀착해서 관리하고, ‘하나의 이름보다 하나의 작품’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 신혜선처럼 꾸준히 자신의 리듬을 지켜온 배우들이 머물고 있다는 건, 그만큼 ‘배우 친화적’이라는 방증이다.
박희순의 선택은 누가 더 커 보이느냐가 아니라, 누가 나를 더 잘 알아보느냐에 대한 대답이다.
● 연예인의 이적은 계약이 아니라, 커리어의 성명서다 소속사를 옮기는 건 주소지를 바꾸는 일이 아니다. 연예인에게 이적은 곧 ‘커리어의 리셋’이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외부에 드러내는 ‘선언’이다.
박희순은 움직였다. 그 선택은 많은 걸 말해준다. 지금 이 시점에, 어떤 사람들과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싶은지를 보여준 것이다. 누군가는 더 큰 무대를 원하고, 또 누군가는 더 편한 숨을 쉰다. 박희순은 후자를 택한 듯하다. 잘 보이는 자리보다 잘 맞는 자리를, 화려함보다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고른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이건 단순한 이적이 아니라, 배우가 자신에게 묻는 질문일지도 모른다. ‘나는 어떤 방식으로 오래가고 싶은가?’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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