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생물다양성의 날을 맞이해 기획된 퍼포먼스 ‘공생2’가 진행되고 있다.[녹색연합 제공]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횡단보도에서 뭐 하는 거야?”
서울 광화문 한복판의 횡단보도. 흰 가면을 쓴 수십명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곧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자, 이들은 바닥에 엎드린 채 네발로 길을 건너기 시작했다.
지난 2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생물다양성의 날을 맞이해 기획된 퍼포먼스 ‘공생2’가 진행되고 있다.[녹색연합 제공]
갑작스레 진귀한 장면이 펼쳐지자, 신호를 기다리던 시민들은 놀라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점심시간을 맞아 거리로 나온 직장인들도 일제히 주목했다.
이들이 몸으로 표현한 것은 다름 아닌 ‘동물’. 생물다양성의 날을 맞아 직접 동물이 처한 위기를 표현하고, 인간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자는 취지의 퍼포먼스를 진행한 것이다.
녹색연합은 지난 22일 생물다양성의 날을 맞이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자연의 권리 퍼포먼스 ‘공생2’를 진행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많은 보호지역과 동식물들이 법인격을 부여받고, 인간과 같이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취지의 프로젝트다.
법인격은 권리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자격을 의미한다. 동물에 법인격이 부여되면, 동물의 서식지 파괴를 초래하는 특정 개발 사업 등 일부 활동을 제한할 수 있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실제 미국, 뉴질랜드, 에콰도르 등에서는 동물에 법인격을 부여해, 무분별한 개발로부터 보호하고 있다.
지난 2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생물다양성의 날을 맞이해 기획된 퍼포먼스 ‘공생2’가 진행되고 있다.[녹색연합 제공]
공생2는 참여자들이 일반 시민처럼 거리를 걷고, 일상을 보내다가 연출가의 신호에 맞춰 갑자기 동물로 변하며 진행됐다. 이들은 설악산 산양, 금강 흰수마자, 낙동강 고니, 새만금 저어새, 제주도 연산호 등 다섯 가지 동물을 대신해, 그들의 권리를 표현했다.
해당 동물들은 모두 정부로부터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보호종이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인간 활동이 자초한 환경오염, 기후변화 등에 따라 개체 수 감소 현상을 겪고 있다는 것. 서식지 주변 개발 사업으로 인해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사례도 포함된다.
지난 2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생물다양성의 날을 맞이해 기획된 퍼포먼스 ‘공생2’가 진행되고 있다.[녹색연합 제공]
참여자들은 동물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찾으려 애쓰지만, 인간과 지속해서 충돌을 겪는 상황을 연출했다. 이후 그물에 걸리며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하지만 끝내 인간과 동물의 경계선은 희미해지고, 갈등이 사라지며 이야기는 마무리됐다. 갈등과 대립 이후 ‘공생’까지 표현된 셈.
퍼포먼스의 하이라이트는 광화문 사거리에서 네 발로 걷는 장면이었다. 참여자들은 일반 시민들과 같이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렸다. 이후 신호가 바뀌면서, 서서히 네발 동물로 변해 신호를 건넜다. 같이 횡단보도를 걷던 시민들은 놀라면서도, 그 모습을 흥미로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녹색연합 관계자는 “동물들이 서울 도심을 활보하는 상상력을 불러일으켰다”며 “횡단보도를 걷는 동물들은 마치 우리도 이 땅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고 외치는 듯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생물다양성의 날을 맞이해 기획된 퍼포먼스 ‘공생2’가 진행되고 있다.[녹색연합 제공]
해당 퍼포먼스는 전 국립 현대무용단 리허설 감독을 지낸 안영준 연출가가 연출을 맡았다. 아울러 전문 무용수 5명과 7명의 무용과 학생이 참여해 퍼포먼스를 주도했다. 이 밖에도 35명의 시민 등 총 53명이 투입돼 대규모 퍼포먼스를 만들었다.
황일수 녹색연합 활동가는 “우리는 여전히 자연을 이용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고, 정부는 전국에 각종 난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난개발과 생태파괴 사업은 생물다양성 감소와 기후위기, 인간의 위기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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