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상승해 수요 둔화, 애리조나 팹에 악영향”
델·HPE도 “관세 시행하면 美 기업 피해”
TSMC 로고./뉴스1
TSMC가 미국의 관세 정책 때문에 애리조나 팹(fab·공장) 가동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항의 서한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관세가 발효되면 TSMC의 공정 비용 상승이 불가피하고, 미국 고객사 수요가 둔화돼 100조원 이상의 비용을 들여 추진 중인 애리조나 공장 건설 일정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델과 HPE 등 미국 서버 기업도 TSMC와 뜻을 같이하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23일 대만 언론 등에 따르면, TSMC 애리조나 법인은 미국 측에 관세와 관련한 회사의 입장을 전했다.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대만 경제일보는 TSMC가 “관세는 최종 소비자 제품의 가격을 인상시켜 해당 제품과 이에 포함된 반도체 부품에 대한 수요를 감소시킬 수 있고, 애리조나 웨이퍼 공장의 건설 및 운영 일정을 불확실하게 만들 수 있다”며 “우리는 미국 정부가 미국 외부에서 생산된 반도체에 관세나 기타 제한 조치를 부과하지 않을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TSMC가 지난 2020년부터 현재까지 발표한 대미 투자 규모는 1650억달러(약 241조원)다. 애리조나에 당초 650억달러(약 94조원)를 투입해 공장 3개를 건설하기로 결정했던 TSMC는 미국의 관세 정책 발표 이후 미국에 1000억달러(약 145조원) 규모의 추가 생산시설 투자 계획을 밝혔다.
TSMC는 애리조나 팹에서 지난 4년 동안 총 394억5200만대만달러(약 1조7248억원)의 누적 손실을 기록하는 등 수익성 제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관세 부담까지 가중되면서 이 같은 입장을 강하게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와 애플, 퀄컴, AMD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을 주력 고객사로 두고 있는 TSMC는 누구보다 발 빠르게 관세에 대응해 미국 내 생산 능력을 높이고 있다”며 “문제는 대부분의 공정이 아직은 대만 현지에서 생산되는 만큼 관세에 따른 부담을 최대한 완화하기 위해 이런 입장을 전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델과 HPE 등도 미국의 관세 정책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함께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TSMC 애리조나 팹이 완공되기까지 시간이 다소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고, 2027년까지 추가 주문을 받을 수 없을 만큼 생산 능력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대만 현지 생산 기지에서 부족한 생산 능력을 보완할 수밖에 없는데 고율 관세가 시행되면, 대만에서 생산되는 물량에는 관세가 부과돼 공정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미국 기업이 결국 피해를 입게 되기 때문이다.
경제일보는 “2027년 말까지 주문이 몰려 애리조나 공장의 생산 능력은 이미 한계에 봉착했고, 현재 생산능력은 여전히 고객사 수요를 충족시키기에 부족하다”고 보도했다.
델은 “고객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HPE는 “미국 제조업체에 공급하기 위해 반도체를 수입할 수밖에 없다. 수입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하면 HPE의 국내 제조 활동 유지 및 확장 능력이 저해된다”며 “미국의 연구개발 및 혁신이 둔화되고 궁극적으로 국가 안보와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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