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6ㆍ3 대선 스페셜 에디션
공약논쟁前 5편 상법 개정안 下
상법 개정안 갑론을박 거세
이사의 주주를 향한 충실의무
대기업, 경제단체 주장처럼
해외에 입법례 정말 없을까
상법 개정안 함의의 재구성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꺼내든 '상법 개정안'을 두고 찬반양론이 거세게 맞서고 있다. 경제단체들은 "해외에서도 입법례가 없다"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6ㆍ3 대선 스페셜 에디션 공약논쟁전 상법개정안 하下에서 사실관계를 따져보자.
영미권은 회사의 이익과 주주의 이익을 구분해 판단하지 않는다.[사진 | 연합뉴스]
우리는 '공약논쟁전 3편 상법개정안' 상上편에서 상법을 둘러싼 논박을 살펴봤다. 그러면서 '주주를 향한 충실의무'의 근거로 이사회 결정의 위법성을 판결한 국내 판례를 살펴봤다. 일명 'SM엔터 판례'인데, 개요는 이렇다.
2023년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당시)이 신주와 전환사채(CB·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발행하려는 회사를 상대로 '발행 금지' 가처분을 신청하자, 법원은 "이 회장이 보유한 지분의 비례적 이익이 손해를 입을 수 있다"며 신청을 인용했다.[※참고: 이수만 판례에 담긴 비례적 이익의 함의·650호.]
■ 논쟁❶ 해외 입법례 = 공약논쟁전 상법개정안 하下편에선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를 규정한 해외 입법례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의 또다른 주장을 논쟁해보자.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사실과 거리가 먼 주장이다.
영미권은 회사의 이익과 주주의 이익을 따로 구분하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미국 델라웨어주 회사법 102조 b항이 있다. 내용을 보자 "이사가 신인의무를 위반해 금전적인 손해가 발생했을 때 이사의 책임을 면제하거나 제한하는 규정을 둘 수 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경우엔 이사의 책임 면제 및 제한 규정을 둘 수 없다. (i) 회사 또는 주주를 위한 이사의 충실의무를 위반한 경우다."
여기서 신인의무(fiduciary duty)란 이사와 같은 수임인이 자신에게 위임된 사무를 성실하게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뜻이다. 충실의무(duty of loyalty)는 더 구체적인 의무로, 이사의 사적 이익이 회사 이익과 충돌할 경우 회사의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는 의무를 말한다.
입법례는 또 있다. 미국 모범 회사법 8.31조 역시 이사가 '회사 및 주주'에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사가 회사 및 그 주주를 공정하게 대할 의무를 위반한 경우 관련법에 따라 소송이 가능하다. 이사는 회사 또는 주주에게 책임을 진다." 상법 개정안에 들어있는 '이사의 주주충실의무'를 규정한 입법례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거다.
■ 논쟁❷ 경영권 침해하는 악법 = 이 지점에서 논쟁의 범위를 좀 더 넓혀보자. 그렇다면 "상법 개정안은 정말 기업 경영권을 침해하는 악법"이란 한경협의 주장은 옳을까. 상법 개정 반대론자들은 이사들이 주주들로부터 소송에 시달리는 등 기업 의사결정이 위축되거나 경영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상법 개정 시 회사·이사 간 위임관계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곳곳에서 나온다.
하지만 이 역시 과장이다. 고의로 중대한 과실을 저지르지 않는 한 '상법 개정안'을 근거로 경영자의 의사결정권을 침해할 순 없다. 이사가 신인의무를 다해 결정을 내렸다면 그 결과가 회사에 손해를 입히더라도 이사의 책임은 면제된다는 거다. 이를 '경영 판단의 원칙'이라고 부른다.
[사진 | 연합뉴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주주들이 소송을 걸더라도 이사가 경영 판단의 원칙에 따라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입증하면 소송은 기각된다"며 "미국과 영국에선 이미 200년 동안 판례로 정리됐고 우리 법원 역시 판례로 자리 잡은 상태다(5월 9일)"고 말했다.
상법 개정안은 한국 경제의 고질병인 '재벌 중심 체제'를 혁신할 도구가 될 수 있다.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가 현실화하면 총수 등 지배주주의 지배력을 높여주던 경영 편법을 막을 수 있다. 경영진이 총수의 지분이 높은 회사에 특혜를 주거나 일을 몰아주는 등의 행위도 법적으로 금지된다.
총수의 의결권과 재산을 불리는 목적의 중복상장이나 계열사 간 합병도 제한한다. 상법 개정안을 발판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길을 열어젖힐 수 있다는 거다. 소송 남발, 경영권 불안 등 상법 개정안의 부작용을 따지기 전에 법안에 담긴 함의를 먼저 논쟁해봐야 하는 이유다.
조서영 더스쿠프 기자
syvho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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