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필의 미래창
2045년 인간-인공지능 융합 예측 커즈와일
회사 설립해 로봇에 쓸 인공지능 개발 지휘
발명가 겸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이 공동설립한 비욘드 이매지네이션이 개발한 휴머노이드로봇 ‘비욘드봇’.
인공지능과 인간지능의 융합을 꿈꾸는 발명가이자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77)이 인공지능에 기반한 휴머노이드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커즈와일이 공동창립자로 참여한 신생기업 비욘드 이매지네이션(Beyond Imagination)은 최근 벤처 캐피털인 건틀렛 벤처스(Gauntlet Ventures)로부터 1억달러를 조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이 회사의 가치는 5억달러로 평가된다고 전했다.
건틀릿 벤처스 공동설립자 올리버 카맥은 “이 회사는 휴머노이드로봇 ‘비욘드 봇’(Beyond Bot)과 이에 적용할 인공지능 모델 ‘범니 에이아이’(Beomni AI)를 개발했다”며 "로봇을 배치할 수 있는 대기업을 물색 중"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앞으로 공장, 제약 공장, 칩 제조 시설 등의 산업 현장에 휴머노이드로봇을 배치할 계획이다.
이 회사의 또다른 공동창립자는 과학자이자 기업가, 영화감독인 해리 클루어(Harry Kloor) 박사다. 회사 대표는 클루어가 맡고 있고, 커즈와일은 인공지능 개발을 지휘하고 있다. 두 사람은 2018년 숙련 노동자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인공지능 기반의 휴머노이드로봇 양산을 목표로 이 회사를 설립했다.
커즈와일은 “테슬라가 자동차 산업을 뒤흔든 것처럼, 휴머노이드 로봇은 제약 및 바이오 제조 산업을 포함한 거의 모든 분야를 뒤흔들 것”이라며 “앞으로 20년 안에 수십억대의 휴머노이드로봇이 나와 인류를 도울 것으로 예측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한 인터뷰에선 “거대언어모델(LLM)의 급속한 발전이 곧 로봇공학으로 확장돼 휴머노이드로봇이 결국 사람의 손과 몸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걸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회사 대표인 클루어는 “전 세계 노동 시장 규모는 45조달러로 이는 향후 세계 로봇 시장 규모가 엄청날 것임을 의미한다”며 “초기 목표는 향후 5년 안에 휴머노이드로봇 1만대를 생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레이 커즈와일은 2045년 인간지능과 인공지능이 융합하는 특이점의 순간이 올 것이라고 말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2029년 범용 인공지능 출현…2030년대 변화 가속
커즈와일은 2005년 출간한 ‘특이점이 온다’(The Singularity Is Near)는 책에서 2029년엔 인간과 같은 수준의 범용 인공지능이 출현하고, 2045년이 되면 모든 인류의 지성을 합친 것보다 더 강력한 초지능이 출현해 인간지능과 융합하는 특이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인터넷언론 퓨처리즘과의 인터뷰에서 “특이점의 순간이 오면 인간의 지능은 우리가 만든 지능과 통합돼 10억배 강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두 지능의 융합은 뇌 혈관 속의 나노봇을 매개로 뇌와 클라우드가 연결되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으로 본다.
그는 지난해 펴낸 속편 ‘특이점이 더 가까워졌다’(The Singularity Is Nearer)에서도 20년 전 자신의 특이점 예측을 고수했다. 그는 이 책에서 특이점이 오기에 앞서 2030년대부터 세상을 바꿀 중요한 발전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했다. 예컨대 가상 현실 속의 죽은 사람이 물리적 실체를 갖게 되는 디지털 불멸의 세상이 오고, 혈관을 따라 움직이는 나노로봇이 몸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병원체를 없애거나 필요한 물질을 공급해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려준다는 것이다. 또 태양전지와 에너지저장장치 기술 발전으로 재생에너지원으로 모든 에너지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10대 때부터 인공지능에 관심을 갖고 연구해 온 커즈와일은 2012년 구글에 엔지니어링담당 이사로 채용됐다. 특이점 시대의 도래에 대비하기 위해 커즈와일은 2008년 싱귤래리티대학(Singularity University)이라는 민간교육기관을 세워 미래연구 분야의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영생을 꿈꾸는 커즈와일이 아침에 먹는 영양제 30알. 파이낸셜 타임스에서 인용
발명가로도 유명한 그는 문서판독기, 광학문자인식기(OCR), 음성인식기, 평판 스캐너, 문서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시각장애인용 음성변환기, 전문음악인들의 필수장비가 된 신시사이저 등을 발명해 언론으로부터 ‘발명왕 에디슨의 상속자’라는 평을 듣기도 했다.
그는 특이점 세상을 살아서 보기 위해 직접 영생을 위한 식단을 짜서, 그에 따른 섭생을 실천하고 있다. 그의 영생 계획은 3단계로 이뤄져 있는데 영생으로 가는 1단계가 바로 장수 식단이다. 이를 반으로 생명공학기술이 유전체를 재설계할 수 있는 2단계, 분자 나노기술이 인체 장기와 조직을 재생할 수 있는 3단계에 도달할 때까지 건강을 유지한다는 게 그의 목표다. 그는 앞으로 10여년 후 자신의 나이 80대 후반~90대 초반에 인류의 기술 수준이 3단계에 도달할 것으로 본다.
하루에 약 100알씩의 영양보충제를 먹고 있는 그는 자신의 장수를 돕는 핵심 영양성분으로 3가지를 꼽는다. 첫째는 강력한 항산화물질인 코엔자임큐텐, 둘째는 세포막 구성성분인 포스파티딜콜린(phosphatidylcholine), 마지막으로 면역력에 관여하는 비타민D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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