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우메디칼, 심장질환 치료 수술기구 개발
“두꺼워진 심장 근육, 열로 안전하게 절제
혈액 역류도 막아, 수술 시간도 5분의 1”
김준홍 타우메디칼 대표(부산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세계 최초로 카테터를 관상정맥에 넣어 고주파로 두꺼워진 심장 근육을 안전하게 녹이는 수술기구를 개발했다./타우메디칼
우리 몸의 엔진인 심장은 하루에 10만 번 이상 뛰며 7000리터(L) 넘는 혈액을 온몸에 보낸다. 그런데 500명 중 1명꼴로 심장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져 혈액 순환이 막히는 질환이 생긴다. 유전성 희소질환인 ‘비후성(비대형) 심근증’이다. 뚜렷한 이유 없이 숨이 차거나 가슴 통증이 나타나고, 심한 경우 심장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다.
비후성 심근증은 두꺼워진 심실 중격(심장을 좌우로 나누는 벽)을 절제하거나, 알코올로 녹이는 시술로 치료한다. 그러나 알코올이 정상 조직까지 퍼질 위험이 있고, 심실 중격을 도려내는 외과 수술은 회복에만 한 달 이상 걸려 고령 환자에게 부담이 크다.
타우메디칼은 전류를 흘려 열을 내 녹이는 방식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지난달 14일 경남 양산시 부산대 양산캠퍼스 타우메디칼 본사에서 만난 원용현 전무(최고기술책임자)는 “관상정맥을 통해 얇은 관인 카테터를 심실 중격에 삽입하고, 고주파(RF) 전류를 흘려보내 두꺼워진 근육을 안전하게 녹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타우메디칼이 세계 처음으로 카테터(얇은 관)를 관상동맥에 넣어 혈관을 따라 심실 중격에 접근해 심장 질환을 치료하는 수술기구를 개발했다. 사진은 타우메디칼 직원들./타우메디칼
◇관에서 열 발생, 심장 근육 녹여
김준홍 부산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가 2014년 창업한 타우메디칼의 핵심 기술은 ‘스루셉탈(thru-septal)’이다. 카테터가 관상정맥을 따라 혈관을 타고 심실 중격까지 진입해 병을 치료하는 방식이다. 김 대표가 2007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근무할 때 고안한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가슴을 여는 개흉 수술 없이 다양한 심장 질환을 치료하는 기기로 개발했다.
원 전무는 국내 의료기기회사인 태웅메디칼에서 20년간 혈관을 넓히는 관인 스텐트, 카테터 등 심혈관 의료기기의 연구개발(R&D)과 생산을 담당했다. 2019년 타우메디칼에 합류해 의료기기 개발·인허가 등을 맡고 있다. 그는 “고령 환자가 많은 구조적 심장 질환의 표준치료는 대부분 가슴을 여는 외과적 수술이지만, 아무리 잘 받더라도 통계적으로 20명 중 1명은 사망할 정도로 위험이 크다”며 “타우메디칼은 이 기술을 안전하고 정확하게 구현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타우메디칼의 카테터 기구는 고주파 열로 제거할 근육 범위를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환자의 심실 중격이 18㎜인데 13㎜만 제거할 경우, 온도와 시간을 정밀 설정해 그 범위만 안전하게 절제한다. 혈관 손상이나 혈전(핏덩이)이 생기는 부작용도 적다.
타우메디칼은 환자 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탐색임상시험에서 심실 중격이 목표치 만큼 안전하고 정확하게 줄어든 것을 입증했다. 이를 근거로 지난해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희소의료기기로 지정됐고, 올 2월에는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범부처사업단)의 ’2025년 10대 대표과제’로 선정됐다. 원 전무는 “여러 파이프라인(제품군)을 개발하는 데 범부처사업단의 자금 지원과 컨설팅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혈액 역류증 치료에도 활용
타우메디칼은 앞서 혈액 역류를 막는 치료에도 스루셉탈 기술을 적용했다. 심장에는 혈액이 한 방향으로 흐르도록 돕는 4개의 얇은 판막(승모판막‧대동맥판막‧삼첨판막‧폐동맥판막)이 있다. 일종의 밸브라고 보면 된다. ‘생명의 문’으로 불리는 이 판막들은 혈액 순환 과정에서 끊임없이 열리고 닫힌다. 노화로 판막이 딱딱해지면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혈액이 역류해 심장질환들을 유발한다.
지금까지 혈액 역류는 가슴을 열어 판막을 성형하거나 인공 판막을 이식해 치료했지만, 고령 환자에게는 사망 위험이 높아 실제 수술 비율은 5%도 되지 않았다. 타우메디칼은 여기에 스루셉탈 기술을 응용했다. 카테터를 관상정맥에 넣고 승모판막 주변 혈관을 죄는 방식이다. 판막이 더 잘 닫히도록 도와 역류를 막는다.
원 전무는 “기존에는 수술하는 데 10시간이 걸렸다면, 스루셉탈 기반 시술은 2시간이면 충분하다”며 “무엇보다 고령 환자들에게 무리가 적은 수술법인 만큼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타우메디칼의 승모판막 치료 기구는 식약처 허가를 받고 환자 5명에게 탐색임상시험으로 시술됐다. 이 결과는 미국 심장학회지에도 소개됐다. 타우메디칼은 승모판막과 삼첨판막 역류증을 동시에 치료하는 기기도 개하고 있다. 나뭇잎 모양 구조물을 달아, 하나의 기기로 두 판막을 동시에 치료하도록 설계했다. 회사는 상용화를 위해 치료 효능을 입증하는 확증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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