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필의 미래창
나노입자가 적외선을 가시광선으로 변환
위조방지마크 등 보안 분야서 활용 기대

중국 과학자들이 야간투시경처럼 적외선을 가시광선으로 바꿔주는 콘택트 렌즈를 개발했다. 중국과학기술대 제공

야간 투시경처럼 어두운 곳에서도 적외선을 이용해 사물을 식별할 수 있는 콘택트렌즈가 개발됐다.

중국과학기술대 연구진은 나노 입자를 이용해 800~1600nm(나노미터) 파장의 근적외선을 사람이 볼 수 있는 400~700nm의 가시광선 파장으로 변환해주는 콘택트렌즈를 개발해 22일 국제학술지 셀에 발표했다.

기존 야간 투시경은 적외선을 통해 사물을 구별하지만 부피가 큰데다 작동을 위한 전원도 필요하다. 이번에 개발한 렌즈는 이런 불편을 없앴다. 또 녹색 단일색으로만 사물을 보여주는 야간 투시경과 달리 이 렌즈는 투명하기 때문에 렌즈 착용자는 적외선과 가시광선을 동시에 볼 수 있다.

연구진은 이터븀과 에르븀 등의 희토류 금속으로 만든 나노입자를 무독성 고분자 물질에 넣어 소프트 렌즈를 만들었다. 연구진은 적외선을 가시광선으로 변환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나노입자를 렌즈에 채워넣는 것이 가장 큰 숙제였다고 밝혔다.

연구진이 생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렌즈를 착용한 생쥐는 적외선이 나오는 상자보다 어두운 상자를 택한 반면, 렌즈를 착용하지 않은 생쥐는 두 상자 모두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외선 렌즈를 착용한 생쥐의 눈에 적외선이 보여 피한 것이다. 연구진은 렌즈를 낀 쥐의 동공이 적외선 빛에 노출되자 수축되고 시각 중추가 활성화하는 것도 확인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선 렌즈를 착용한 사람은 LED(발광다이오드)에서 나오는 적외선이 보내는 모르스 부호 신호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물론 신호가 어디서 오는지도 알 수 있었다. 렌즈의 적외선 시력은 눈을 감았을 때 더 두드러졌다. 근적외선은 눈꺼풀을 쉽게 투과하는 반면 가시광선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 위조방지마크를 읽는 등 보안이 필요한 분야에서 이 기술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연구진이 적외선을 가시광선으로 바꿔주는 렌즈를 눈에 끼우고 있다. 중국과학기술대 제공

다양한 색상 표현 가능…아직은 강한 적외선만 감지

연구진은 이어 추가 조정을 통해 가시광선으로 변환된 적외선이 파장별로 다른 색상을 띠도록 했다. 예컨대 980nm 적외선 파장은 청색광으로, 808nm 파장은 녹색광으로, 1532nm 파장은 적색광으로 변환되도록 했다. 연구진은 “이런 색상 구분 나노입자는 적외선에서 더 자세한 정보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할 뿐만 아니라, 색맹인 사람들이 평소 감지할 수 없는 파장을 볼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를 이끈 쉐천 교수(신경과학)는 “이 기술은 빨간색 가시광선을 녹색 가시광선 등으로 변환함으로써 색맹인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렌즈에 주입된 나노 입자가 빛을 산란시키기 때문에 이미지가 흐릿하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빛의 방향을 바꿔주는 렌즈를 추가한 안경을 이용해 이 문제를 일정 부분 해결했다. 또 이 렌즈는 빛을 증폭시켜 적외선 신호를 뚜렷이 감지하는 야간 투시경과 달리 LED처럼 강한 적외선 신호만 감지할 수 있다.

연구진은 “현재 콘택트 렌즈는 엘이디광원에서 투사되는 적외선만 감지할 수 있지만, 앞으로 나노입자의 감도를 높여 더 낮은 수준의 적외선도 감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논문 정보

Near-infrared spatiotemporal color vision in humans enabled by upconversion contact lenses.

DOI: 10.1016/j.cell.2025.04.019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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