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방송·문화]
장르물 홍수 속 정반대 수요 생겨
자기 감정과 비슷한 영화에 매력
고정 팬층 있어 재개봉에도 몰려
일본 로맨스 영화는 섬세한 감수성과 잔잔한 분위기로 한국에도 고정팬층을 두고 있다. 영화 ‘나도 모르는 그녀의 세계에서’(왼쪽)가 22일 개봉한 데 이어 다음 달 11일에는 영화 ‘366일’이 한국 관객을 만난다. 풍경소리 엔케이컨텐츠 제공
일본의 청춘 로맨스물이 한국 젊은 세대의 사랑을 받고 있다. 자금난에 빠진 국내 영화 업계가 청춘물 제작을 줄이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은 자극적인 장르물에 치중하면서 풋풋하고 청량한 영상, 섬세한 감정선과 느린 흐름의 영화에 대한 갈증이 생긴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CGV에서 단독 개봉한 영화 ‘나를 모르는 그녀의 세계에서’(나모그세)는 캠퍼스에서 만나 오랜 연애 끝에 부부가 된 라쿠(나카지마 겐토)와 미나미(미레이)가 평행 세계에서 다시 만나며 전개되는 이야기다. 하루아침에 아내가 자신을 모르는 새로운 세계로 간 라쿠는 사랑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영화를 연출한 미키 타카히로 감독은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2016),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오세이사·2022) 등을 연출해 국내에서도 ‘감성 로맨스 장인’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오세이사’의 경우 국내에서 누적 관객수 100만명을 뛰어넘는 이변을 일으켰다.
애니메이션을 제외한 일본 영화가 국내에서 100만 관객을 돌파한 것은 공포 영화 ‘주온’(2002·101만명) 이후 21년 만의 일이었다. 극장업계는 당시 ‘오세이사’의 1020여성 관객 비율이 60%가 넘는 것으로 집계했다. 10대 관객의 비율은 34%를 차지했다.
미키 타카히로 감독은 이날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빠르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많은 요즘 일본 청춘물이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 “이런 작품들은 섬세하게 감정을 그려낸다. 관객들은 그 감정을 자기화하면서 ‘내 이야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하기 쉬울 것”이라며 “한국도, 일본도 사회 정세가 힘든 상황에서 개인들은 필사적으로 자신의 일상을 살아가고, 자기 감정을 중시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자신의 감정과 비슷하다고 느낄 수 있는 장르의 영화에 마음이 끌리는 게 아닐까 한다”고 짚었다.
‘나모그세’에 이어 다음 달 11일에는 또 다른 로맨스물 ‘366일’이 개봉한다.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2007)를 연출한 신조 타케히코 감독의 신작으로, 오키나와와 도쿄를 배경으로 오랫동안 사랑을 이어가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다.
극장 침체기에 일본 청춘물이 신작과 재개봉작으로 많이 걸린다는 것도 고정 팬층이 있다는 방증이다. 일본에서 흥행 수익 35억 엔(약 337억원)을 돌파하고 국내에서 46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2017)가 지난달 재개봉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터’(1999)는 올초 무려 9번째 재개봉이었음에도 10만명 이상의 관객을 모았다. ‘러브레터’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개봉한 일본 영화 중 흥행 1위로, 첫 개봉 당시 누적 관객 수 115만명을 기록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자극적이고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국내 작품들이 어떤 면에서는 대중에 진부한 느낌을 준다. 청년들은 순수한 연애가 힘들어진 현실을 살고 있고, 멜로물에서도 청년보단 중년이 부각된다”며 “감정을 에둘러 표현하는 일본 문화의 특색을 녹인 작품들이 젊은 층에 신선함을 주는 것 같다. 요즘 세대는 다양한 방식으로 일본 문화를 폭넓게 접하다 보니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레 커진 영향도 있다”고 분석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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