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 우주항공청 개청 1주년
기자간담회 통해 10대 성과 자랑
‘뉴스페이스’ 시대 도전 ‘절반의 성과’
“예산·인력 확대, 존재감부터 입증해야”
지난 2023년 누리호 발사 장면.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항공청) 예산은 선진국 대비 절대 크지 않다. 일본은 우리보다 5배, 미국은 30배 많다. 5대 우주 강국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예산과 노력, 시간은 필수다. 가능한 많은 예산을 확보하고 싶다.”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이 21일 개청 1주년을 맞아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예산과 인력 증액 필요성을 호소했다.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일본과 미국 등 선진국과의 예산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남 사천에 위치한 우주항공청(이하 우주청)은 지난해 5월 ‘한국판 NASA(미국 항공우주국)’를 표방하며 문을 열었다.
국내 최초 우주항공 전담 부처로 인력 절반 이상이 민간 출신 전문가로 채울 만큼 높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우주 산업을 이끌고 있다. 이를 위해 조직 구성과 인재 영입 유연성을 강화했고, 임기제 공무원 비율 제한을 없애며 민간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영입했다.
그 결과 NASA 출신 존 리 본부장을 중심으로 하는 우주항공임무본부는 석·박사 비율이 80%에 달한다. 민간 전문가들 임기는 최대 10년으로 5급 선임연구원 연봉이 8000~1억1000만원에 달한다.
민간 전문가들을 바탕으로 우주청은 지난 1년 동안 적잖은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한다. 인재 확보는 물론 관사 제공과 출퇴근 통근버스 등으로 안정적인 정주 여건을 조성했다고 강조했다.
올해 예산도 전년대비 27% 늘렸다. 무엇보다 미국과 국제협력을 활성화했다. 주요국과 업무협약을 맺었고, 국내 우주기업이 사우디아라비아, 체코 등에 진출하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연구 성과로는 태양관측망원경(CODEX)과 우주망원경(SPHEREx)을 NASA와 공동 개발,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우주상사선 측정용 큐브 위성도 내년에 발사 예정이다.
국가우주위원회 운영을 안착시켰고, 5월 27일을 ‘우주항공의 날’로 제정하기도 했다. 이밖에 달 탐사나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 차세대발사체 등 국가 임무 중심 연구개발(R&D)을 강화한 것도 성과다.
윤 청장은 “현재 5기의 저궤도 위성을 안정적으로 운영 중이고, 2030년까지 70기로 늘어나는 것에 대비한 운영기반을 마련하고 있다”며 “㎏당 2500달러 수준의 재사용발사체를 확보해 경제성 있는 ‘우주 고속도로’를 건설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윤영빈 우주항공청장. ⓒ우주항공청
내년 예산 1.3조원 수준…올해 증가율과 비슷
우주청 스스로 내놓은 10대 성과는 1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모든 조직원이 분투한 결과물이라는 데 이견은 없다. 기대를 뛰어넘은 성과도 있고, 그에 미치지 못하는 부분도 있지만 1년 만에 성공과 실패를 논할 수는 없다는 게 외부 전문가들의 평가다.
다만 드러난 문제점들은 해법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먼저 ‘전문가’로 통하는 민간 출신들과 정통 관료들의 조화다. 일부 언론에서는 ‘물과 기름’으로 표현할 만큼 크고 작은 갈등이 존재한다. 물론 이런 갈등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다양한 의견이 최고의 의사결정을 이끌 수 있다는 대목에서 반드시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다.
다만 의견 충돌로 의사결정이 지속적으로 미뤄진다거나, 잦은 사업계획 변경으로 이어질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는 민간기업 중심으로 우주 산업을 키우겠다는 우주청 목표에 비춰보면 더욱 문제가 된다. 기업으로서는 갑작스러운 계획 변경이나 사업 지연은 즉각적인 영업 손실은 물론 기업 경영 위험성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무엇보다 예산과 인력이 충분해야 한다. 김민석 한국우주항공산업협회 부회장은 “새로운 사업을 하고 싶어도 예산 여력이 없다”며 “최소한 우주항공청 예산이 2조원은 돼야 무언가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올해 우주청 예산은 9649억원이다. 지난해 개청 당시 예산 7598억원 대비 27% 가량 늘었다. 수치로만 보면 큰 폭의 증가처럼 보인다. 그런데 지난해 예산은 7개월짜리였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올해 예산은 결코 많은 액수가 아니다.
올해 예산 또한 누리호나 차세대발사체 개발 등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시절부터 이어오던 사업에 쓰는 게 대부분이다.
김민석 부회장은 “우주청이 매년 20%씩 예산을 올린다고 하는데 그런 속도로는 너무 늦다”며 “세계 시장 점유율 10%나 글로벌 100대 기업 7개 추가를 달성하려면 지금보다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영빈 청장도 예산 증액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 청장은 21일 간담회에서 “일본만 해도 우리나라의 5배, 미국은 30배 정도의 큰 예산을 가지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지금보다 많은 예산,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예산 증액은 결국 우주청이 새로운 사업을 계획하고, 기존 사업들의 성과를 확실히 보여줬을 때만 설득력을 얻는다.
그런데 정작 이달 말까지 기획재정부에 제출해야 하는 내년도 예산요구서에는 예상보다 많은 액수의 예산안을 담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 윤 청장에 따르면 우주청 내년 예산 요구액은 1조2000억원에서 1조3000억원 사이다. 올해 예산 증가율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전문가들은 윤 청장 바람처럼 2조원, 3조원을 웃도는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빠르고 분명한 사업 능력을 보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더불어 민간 ‘뉴스페이스’ 도약을 위한 기술이전, 신규 사업 기획 등에서도 존재감을 키워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한다.
우주항공청 전경. ⓒ우주항공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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