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을 가진 대형 거미인 ‘연어 핑크 타란툴라’의 모습. University of Galway 제공.
거미는 종별로 각기 다른 독성을 갖고 있다. 사람에게 해가 안 되는 독성을 가진 거미도 있고 인간에게 치명적인 독을 가진 거미도 있다. 이 같은 차이는 거미가 생존을 위해 먹는 먹이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키스 라이온스 아일랜드 골웨이대 동물학과 박사후연구원 연구팀은 70종 이상의 거미 독을 분석해 거미의 먹이에 따라 거미 독성은 인간에게 유해할 수도 있고 무해할 수도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연구 결과를 21일 국제학술지 ‘바이오 레터스’에 발표했다.
거미는 8개의 가늘고 긴 다리, 끈적끈적한 방사형 거미줄, 독성 등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주는 곤충이다. 실제 독성의 정도는 거미마다 다르다. 거미의 한 종류인 '거대 집거미'의 독이 인간에게 위협적이지 않다면 '브라질 발랑 거미'는 심각한 의학적 문제를 일으킬 만큼 인간에게 유해하다.
연구팀은 거미별 독성 차이가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종별 독성을 살피고 거미의 몸 크기, 먹이 유형, 사냥 유형 등과 독성의 상관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거미의 먹이가 독성 효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는 점이 확인됐다. 거미의 독은 먹이에 맞춰 특화돼 있다는 것이다.
거대 집거미처럼 곤충 등 무척추동물을 먹이 삼는 거미는 무척추동물에게 치명적인 독을 갖고 있지만 인간에게는 별다른 위협이 되지 않았다. 브라질 방랑 거미, 블랙 위도우처럼 작은 포유류까지 잡아먹을 수 있는 거미는 인간에게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독을 가지고 있었다.
먹이를 포획하기 위해 사용하는 거미줄은 독성과 특별한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연구팀은 먹이를 잡을 때 거미줄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한 거미는 상대적으로 독성이 약할 것으로 보았지만 거미줄과 독성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거미는 자신의 먹이를 표적 삼기 위한 방향으로 독을 진화시킨 것으로 보인다”며 “거미줄은 독성과 별개로 먹이를 고정시키기 위한 중요한 기능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거미 독에 대한 이해는 새로운 살충제 개발, 거미 침입종이 미칠 영향 등에 대한 이해를 높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침입종은 새로운 생태 지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도입종이다. 거미는 독을 갖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환경에 유입됐을 때 인간을 비롯한 다른 동물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
<참고 자료>
doi.org/10.1098/rsbl.2025.0133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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