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주요 임원진 기자 간담회]
전날 I/O서 스마트 안경 첫 공개
"이번엔 AI가 동반자 될 것" 기대
구글의 연례 개발자 회의 이틀째인 21일 미국 실리콘밸리 구글 본사에서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외 지역 취재진과의 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실리콘밸리=이서희 특파원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21일(현지시간) 10년 만에 재개발을 공식화한 스마트 안경의 성공을 자신했다. 스마트 안경은 구글이 2013년 출시해 큰 관심을 모았지만 불과 2년 만에 단종시키며 '흑역사'로 남은 제품이다. 그러나 이번엔 다를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그의 '믿는 구석'은 오랜 협업 경험과 인공지능(AI) 기술력이다.
피차이 CEO는 이날 미국 실리콘밸리 구글 본사에서 열린 글로벌 취재진 간담회에서 확장현실(XR·가상현실과 증강현실·혼합현실을 아우르는 용어로, 가상공간에서 몰입형 경험을 제공하는 기술을 의미) 기반 스마트 안경 개발을 삼성전자와 협업하기로 한 데 대해 "특별한 전략이 있는 건 아니고, 지금까지 방식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은 전날 개막한 연례 개발자 회의(I/O)에서 삼성전자와 스마트 안경을 개발 중이란 사실과 시제품을 깜짝 공개했다. 한국 안경업체 젠틀몬스터 등과 안경 디자인에서 협력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20일 미국 실리콘밸리 구글 본사에 설치된 구글의 스마트 안경 체험 부스에서 구글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이 안경을 체험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이서희 특파원
구글과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개발에서 오랜 기간 협력해 온 사이다. 삼성전자가 기기를 제조하고 구글은 이 기기를 구동하는 모바일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를 만든다. 구글·삼성 연합은 기기와 OS를 모두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애플과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피차이 CEO의 이날 언급은 삼성전자가 이미 '검증된 파트너'이므로 손잡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피차이 CEO는 "안경은 특히 복잡한 제품이기 때문에 스마트폰처럼 삼성전자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세계 스마트 안경 시장은 메타가 주도하고 있다. 구글은 후발주자인 데다, 과거 한 차례 실패했던 경험도 있다. 그럼에도 시장 재진출을 선언한 이유에 대해 사미르 사마트 안드로이드 생태계 책임자는 "이번에는 AI 모델이 접목되면서 AI가 동반자로 작동하는 새로운 형태가 가능해졌다"며 "이용자가 보는 것을 AI가 함께 보고, 같이 작업하거나, 설명해 줄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3년 내놨던 구글 글라스는 쓰임새가 많지 않아 실패했으나, 지금은 AI 결합 덕에 사용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는 얘기다. 그는 "AI에 필요한 기술을 전반적으로 갖추고 있는 구글의 강점이 여기에서 발휘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구글의 연례 개발자 회의 이틀째인 21일 미국 실리콘밸리 구글 본사에서 구글 주요 임원진이 미국 외 지역 취재진과의 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왼쪽부터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 리즈 리드 검색 담당 수석부사장, 코레이 카부쿠오글루 구글 딥마인드 연구 부사장. 실리콘밸리=이서희 특파원
구글은 이번 I/O에서 검색에 'AI 모드'를 도입한다고도 발표했다. AI 모드는 이용자가 궁금한 것을 검색하면 관련 웹사이트 링크 대신 AI가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답변이 제시된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구글 검색 결과에 링크를 제공하던 사이트로의 방문자 유입이 급감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가령 AI 검색만으로 뉴스의 세부적인 내용을 알 수 있게 되면 더는 언론사 페이지를 찾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리즈 리드 검색 담당 수석부사장은 "(오히려) 증가할 것"이라 주장했다. 그는 "예전에는 어떻게 질문해야 할지 모르겠거나 질문할 가치가 없다고 여겼던 것들도 이제 '그냥 해보는' 시대가 됐다"며 "검색량이 늘면 웹사이트 트래픽도 늘 수밖에 없다. AI 모드의 답변이 웹 기반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검색 결과까지 정리해주는 AI 때문에 사람들의 뇌가 게을러질 것'이란 지적에 대해서도 구글 측은 반박했다. 코레이 카부쿠오글루 구글 딥마인드 연구 부사장은 "아이디어만 갖고도 영상을 만들 수 있게 되면 사람들은 창의적인 도전을 더 많이 하게 될 것"이라며 "(AI)는 게으름이 아니라 창의성과 호기심을 증대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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