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속 유해 물질을 분석하는 장비 이차원 가스크로마토그래피-질량분석기.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제공
동북아 주요 도시의 초미세먼지(PM2.5) 속 유해 물질이 도시마다 다르게 구성돼 있으며 일부는 생태계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독성 화합물인 것으로 확인됐다. 고분해능 분석기술을 통해 기존 연구에서 간과됐던 유기 유해물질 수백 종이 새롭게 밝혀졌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은 장경순 디지털오믹스연구부 책임연구원 연구팀이 한국, 중국, 몽골 수도에서 동시 채취한 초미세먼지 시료를 정밀 분석해 총 646종의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를 식별하고 도시별 조성과 생태 독성 차이를 규명했다고 22일 밝혔다. PAHs는 대표적인 대기 유해물질로 일부는 발암 가능성과 환경독성이 있다.
이번 연구는 한국 주도로 이뤄진 국제공동관측 프로젝트 ‘FRIEND 캠페인’을 통해 서울, 베이징, 울란바토르에서 2020년 12월부터 2021년 1월까지 동일 시점에 초미세먼지를 수집해 수행됐다. 시료는 모두 KBSI에서 고해상도 분석과 통합 해석 과정을 거쳤다.
기존 연구는 주로 미국환경청(EPA)이 지정한 16종의 PAHs만을 대상으로 삼아 배출원 확인이나 위해성 평가가 이뤄졌다. 실제 대기에는 이보다 훨씬 다양한 PAHs가 존재하며 시료 채취 시기와 분석 조건이 달라 도시 간 비교나 독성 종합 평가에는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이차원 가스크로마토그래피-질량분석기(GC×GC-TOF MS)를 활용해 PAHs 성분을 고감도로 정밀 분리했다. 장비는 복잡하게 혼합된 유기물을 이차원 구조로 분리해 높은 정확도로 다수의 성분을 동시 분석할 수 있다. 장비를 활용해 분석된 성분은 분자구조 기반의 독성 예측 모델(QSAR)을 적용해 생태 위해도가 평가됐다. 분석 결과 각 도시마다 상이한 미세먼지 내 PAHs 조성과 독성 수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북아 주요 도시별 PAHs 조성 특성 비교와 QSAR 기반 생태독성 평가를 통한 맞춤형 대기질 관리 전략 수립 과정. KBSI 제공
시료 포집은 서울에서는 이화여대, 베이징에서는 북경대, 울란바토르에서는 몽골 국립대 연구팀이 맡았다. 기상 정보 및 가스상 성분 데이터는 각국 환경 기관과 국내 환경과학원이 함께 수집했다. 입자상 화학 성분 분석은 이화여대, 전북대, 부산대 연구진이 협력해 진행됐다.
연구를 이끈 장 책임연구원은 "동북아 주요 도시의 초미세먼지에서 수백 종의 PAHs를 분자 수준에서 정밀 분석하고 지역별 독성 차이를 과학적으로 규명한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라며 “앞으로 도시 특성에 맞는 대기오염 관리 전략 수립과 국제 공조 강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유해물질학회지'에 7일 온라인 게재됐다.
<참고 자료>
- doi.org/10.1016/j.jhazmat.2025.138536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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