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TPδ의 미니 엑손 B로 인해 조절되는 흥분-억제 비율
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노도영)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 김은준 연구단장(KAIST 생명과학과 석좌교수)팀이 시냅스 단백질 돌연변이 생쥐모델을 이용해 시냅스 단백질 속 네 개 아미노산으로 이뤄진 작은 유전자 조각이 생후 생존율과 뇌 회로의 안정을 결정짓는 요인임을 규명했다고 22일 밝혔다.
시냅스 접착 단백질은 시냅스에 존재하며 시냅스 형성, 유지, 가소성 등을 조절한다. 시냅스 접착 단백질 중 시냅스에서 신호를 보내는 '전시냅스'에 존재하는 PTP 델타(δ)는 자폐스펙트럼장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강박장애, 하지불안증후군 등 여러 뇌 신경계 질환과 연관돼 있다.
특히 PTPδ의 경우, 특정 엑손(유전자의 DNA 서열 중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부분)의 선택적 스플라이싱(하나의 유전자로부터 여러 종류의 mRNA를 생성하는 과정)이 시냅스 간 분자적 상호작용을 변화시킴으로써 시냅스 조절에 기여한다고 예측됐다. 하지만 유전자 변형 동물 모델을 이용한 실험을 통해 확인되지는 않았다.
연구진은 PTPδ의 작은 유전자 조각인 미니 엑손 B의 분자생물학적 기능을 밝히고자 미니 엑손 B가 결여될 경우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 관찰했다.
미니 엑손 B가 완전히 결손된 새끼 쥐는 생후 생존율이 감소해 70% 이상이 사망했다. 한편, 미니 엑손 B가 일부만 결손되면 생존율에 영향은 없지만 성체가 되었을 때 불안 증세를 보였다.
김은준 IBS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장(교신저자)
불안 증세가 나타나는 원인을 전기생리학 분석을 통해 살펴보니, 미니 엑손 B가 결손되면 쥐의 해마 치아이랑(기억 형성과 새로운 신경세포 생성 역할을 하는 부분)에서 세포 유형별(과립세포, 억제성 신경세포)로 흥분성 시냅스의 수가 달라져 흥분-억제 비율이 망가짐을 확인했다.
과립세포가 받는 흥분성 신호는 감소하는 반면, 억제성 신경세포가 받는 흥분성 신호는 증가했다. 이는 뇌 신경회로의 흥분-억제 비율의 불균형을 일으켜, 실험 쥐가 밝거나 개방된 장소를 피하는 등 불안 증세를 보였다.
연구진은 시냅스 간 상호작용의 감소가 뇌 신경회로의 흥분-억제 비율의 불균형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확인했다. 단백체학 분석을 통해 PTPδ와 상호작용하는 여러 단백질 중 신호를 받는 후시냅스에 있는 IL1RAP 단백질을 살펴보니, 미니 엑손 B가 결손되면 IL1RAP 단백질도 줄어들었다.
이는 미니 엑손 B 결손 시 PTPδ-IL1RAP 시냅스 간 상호작용이 감소함을 의미한다. 이뿐만 아니라 IL1RAP 결손 생쥐에서도 흥분-억제 비율의 불균형이 나타났다. 즉, PTPδ의 미니 엑손 B는 시냅스 간 상호작용을 조절함으로써 신경세포의 흥분-억제 비율을 조절한다는 것이다.
김은준 단장은 “이번 연구는 단 네 개의 아미노산으로 이뤄진 유전자 조각이 생존율과 신경회로의 균형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스플라이싱 오류가 뇌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규명함으로써 향후 뇌 신경계 질환 치료법 개발에 단초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13일 온라인 게재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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