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재 코비스테크놀로지 대표
국내 대기업 협업해 개발 성공
LP판 돌아가듯 회전하며 검사
제품 출하 획기적으로 빨라져
“소부장 국산화 선두에 설 것”
임은재 코비스테크놀로지 대표가 서울 구로디지털단지 본사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이윤식 기자]
“국내 HBM(고대역폭메모리) 제조사와 함께 개발한 회오리형 수중초음파탐상장비(C-SAM)를 사용하면 기존 웨이퍼 1장을 검사할 때 1시간씩 걸리던 고대역폭메모리(HBM) 검사 과정을 10분 안팎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임은재 코비스테크놀로지 대표는 최근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에 위치한 본사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최근 개발한 차세대 C-SAM 효과를 설명했다. C-SAM은 웨이퍼를 진공 흡착 회전테이블에 올려 수중 초음파를 쏴 HBM웨이퍼나 웨이퍼본딩 층 층간에 기포가 있는지 등을 검사하는 장비다. 기존 C-SAM은 가로세로 축으로 검사를 했지만, 코비스가 개발한 C-SAM은 턴테이블처럼 회오리 방향으로 검사를 해 진행 속도를 높였다. 미국의 소닉스과 소노스캔, 일본의 히타치 등 그동안 외국산 장비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HBM용 C-SAM을 국산화했다는 의미도 있다.
C-SAM의 기본 기술은 코비스가 2013년에 중소기업 혁신기술 개발 사업 지원을 받아 개발한 SAT (수중 초음파 검사) 장비 기술을 기반으로 했다. 임 대표는 “개발 당시에는 시장 규모가 작아 상업화하지는 못했는데 반도체 기술이 발달하며 돌고 돌아 비로소 빛을 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코비스는 반도체 부품 국산화를 기반으로 한다. 임 대표는 1990년대 아남산업 반도체사업부 구매담당으로서 반도체 업계에 발을 들였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환율이 치솟았고, 수입에 의존하던 와이어본더 부품 가격은 70~80%나 뛰었다.
임 대표는 “고가의 반도체 부품을 직접 뜯어보고, 현장 엔지니어와 함께 실험을 반복하며 고가의 와이어 본더 부품 국산화에 성공했다” 고 회상했다. 이후 아남산업 반도체 사업부는 미국 앰코테크놀로지에 인수됐고, 임 대표는 2003년 코비스테크놀로지를 창업했다.
창업 초기 주력 제품은 로드셀이라는 센서였다. 물리적인 힘을 전기적인 신호로 변환하는 역할을 하는데 전자저울에 주로 사용된다. 이후 로드셀 기술을 바탕으로 와이어 본딩이 잘 됐는지 확인하는 장비인 본드 테스터를 국산화 하는데 성공했다. 이를 계기로 부품 회사였던 코비스는 첨단 반도체 패키징 공정 정밀 계측 장비 기업으로 변신한다.
코비스는 2020년 퀀텀점프 기회를 맞았다. SK하이닉스가 웨이퍼 질량측정기를 개발해 달라는 제의를 해온 것이다. 웨이퍼 질량측정기는 반도체 제조 전(前) 공정 중 하나인 증착에 사용된다. 증착은 웨이퍼 위에 옥사이드와 텅스텐 등 얇은 막을 형성하는 작업인데, 질량측정기는 증착 전후 웨이퍼 무게를 측정해 막이 고르게 형성됐는지 점검한다. 미국 장비회사 램리서치가 시장을 독점해 왔다.
코비스는 이미 로드셀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요구되는 정밀도가 차원이 달랐다. 웨이퍼 질량측정기는 10만분의 1g 단위까지 측정해야 한다. 2년간 연구한 끝에 드디어 개발에 성공한다. 이후 SK 하이닉스의 양산라인에 공급하며 급성장의 계기를 맞았고 2023년 SK하이닉스의 기술혁신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는 SK하이닉스가 2017년부터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국산화를 해낼 잠재력이 높은 협력사를 선정해 집중 육성하는 동반성장 프로그램이다.
임 대표는 “코스닥 상장이라는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NH투자증권을 기업공개(IPO) 주관사로 선정했다. 아주IB, 뮤렉스파트너스, 오벤처스 등으로부터 150억원 투자도 유치했다. 임 대표는 “임직원 78명 중 35명이 연구개발(R&D) 인력일 정도로 기술을 경쟁력 원천으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