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타파와 한국독립언론네트워크(KINN)가 21대 대선 팩트체크를 위해 뭉쳤습니다.
건강한 공론장을 위해 거짓이 사실로, 사실이 거짓으로 둔갑하지 않도록 감시하겠습니다. (편집자주)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했던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고용을 비롯한 모든 영역에 있어서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은 물론 범죄 전과자까지도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법대로라면 조두순이 초등학교 수위를 한다고 해도 막으면 차별이 될 수 있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과거 한 행사에 참여해서 공공기관·금융기관에 성소수자가 30%를 넘기도록 하고,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겠다고 했다. 저 역시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성소수자만을 이유로 취업에 특혜를 준다면 성소수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역차별이 되지 않겠나.
-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2025.5.20. TV조선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방송 연설 중)
김문수 후보, 차별금지법 가리켜 '성소수자 특혜', '전과자 못 막는 법' 왜곡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성범죄자의 취업을 막을 수 없고, 성소수자에게 채용상 특혜를 준다는 주장이 21대 대선을 앞두고 또다시 되풀이되고 있다. 오랜 기간 보수 개신교 소셜미디어 단체 채팅방을 중심으로 돌던 이 가짜 뉴스가, 급기야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입에서 직접 나왔다.
역대 발의된 차별금지법안은 성별, 장애, 질병, 나이, 출신 국가, 인종,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학력 등과 함께 '전과'를 차별 금지 사유로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김문수 후보는 이 법 때문에 여성과 아동이 피해를 받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사실일까.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20일 후보자 방송 연설에서 "이 법대로라면 조두순이 초등학교 수위를 한다고 해도 막으면 차별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자료 : 국민의힘TV 유튜브 갈무리)
먼저 김문수 후보가 말한,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성폭력 범죄자가 '초등학교 수위'를 해도 막을 수 없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차별금지법 제정 여부와 상관없이 현행법만으로도 성폭력 범죄자는 형 집행 종료 후 '일정 기간' 취업을 할 수 없다. 즉, 성폭력 범죄자의 취업을 일정 기간 제한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는 '법이 정한 일정 기간'이 지나면 취업이 가능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김문수 후보가 말한 '초등학교 수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최대한 발언의 취지를 살려 이를 '학교보안관'이라고 지칭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관련 규정을 살펴보면, 학교보안관은 국가공무원법,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 아동복지법 등에서 규정한 '전과'가 있는 경우 '일정 기간' 취업을 할 수 없다.
국가공무원법 제33조는 금고 이상의 형이 집행된 지 5년이 지나지 않거나, 공무원 재직 기간 중 횡령·배임죄를 저질러 300만 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된 지 2년이 지난 사람 등은 임용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성폭력 범죄자는 3년, 미성년자 대상 성폭력 범죄자는 형 집행이 종료된 후로부터 20년이 지나지 않으면 임용이 제한된다.
당초 국가공무원법은 성범죄자의 공무원 임용을 영구적으로 금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었으나, 헌법재판소는 이 규정에 대해 '입법 목적은 정당하지만 과잉 금지 원칙을 위반한다'는 취지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국회는 2024년 12월 10일 공직 제한 기간을 20년으로 완화하도록 법을 개정했고, 김문수 후보가 국무위원으로 참석했던 2024년 12월 31일 국무회의에서 이를 공포했다.
차별금지법안은 이와 같이 기존 법률에 따라 이뤄지는 취업·임용 제한을 차별로 보지 않는다. 발의된 법안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다른 법률의 규정에 따라 차별로 보지 아니하는 경우'를 예외 규정으로 두고 있다. 따라서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고 해도 국가공무원법이나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이 무력화되는 것은 아니다.
공무원이 아닌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만일 성폭력 범죄자를 비롯한 '전과자'가 국가공무원이 아닌 민간 영역에 취업하려 할 때 사기업이 채용자의 전과를 조회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형실효법)은 수사 자료표의 내용을 무단 열람하거나 누설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및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이를 취득한 사람도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예외는 그 대상 기관이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이거나 장애인 관련 기관과 같은 '성범죄 경력 조회 대상 기관'으로 다른 법에 규정이 존재하는 경우다.
실제 호주·캐나다 등 차별금지법을 제정한 다수의 나라에서도 실효된 전과를 차별 금지 사유로 정하고 있다. 차별금지법을 시행하고 있는 호주 일부 지역에서는 관련성이 없는 전과에 의한 고용 차별을 금지하되, 아동과 같은 취약 계층을 돌보는 업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차별금지법이 '전과'를 차별 금지 사유로 규정한 이유는, 형이 만료된 이후 발생하는 사회적 낙인을 막기 위해서다. 전과 사실을 누설하거나, 단순 전과 이력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불이익을 주는 것은 인권 침해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2008년 고 노회찬 의원이 발의한 차별금지법에서부터 포함됐다. 형실효법이 일정 기간이 지난 전과·수사 기록을 모두 삭제하도록 규정한 것도 "전과자의 정상적인 사회 복귀"(제1조)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2월 15일 발표한 '광장에서 펼쳐 보는 차별금지법 Q&A'에서 "전과자를 차별하지 말라는 것은 법적으로 이미 처벌을 받았는데도, 다른 법적인 근거 없이 단지 편견 때문에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아동 시설에 성범죄자를 취업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사회가 함께 합의하여 만든 법적인 조치다. 차별금지법은 이렇게 사회가 함께 합의하여 법을 만들어 다르게 대우하는 것을 부정하는 법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재명, 과거 '성소수자 30% 의무 채용' 공약" 주장도 사실과 달라
이재명 후보가 성소수자 30%를 공공기관·금융기관에 의무 채용하겠다고 발언을 인용해 차별금지법이 '성소수자 특혜법'이라고 한 김문수 후보의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이재명 후보의 이 발언은 2017년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 기념 제33회 한국 여성 대회'에서 나온 말이다. 당시 행사에 참석한 이 후보는 "공공기관이나 금융기관에 소위 성소수자가 30%를 반드시 넘길 수 있도록, 한쪽 성비가 70%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이 발언이 논란이 되자, 이재명 후보는 남성에 비해 임금 차별을 받는 여성을 '성소수자'로 잘못 표현했다고 해명했다.
이재명 후보는 2018년 7월 1일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선 경선 때 각료 등 주요 공직자 성비에서 소수 성(여성)이 최하 30% 이상이 되도록, 즉 다수 성(남성)이 70% 이상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한 것을 '성소수자'로 왜곡한 것"이라고 쓴 바 있다.
이 후보가 말한 '특정 성별의 편중을 막아야 한다'는 내용은 이미 중앙·지방정부에서 제도화돼 있기도 하다. 양성평등기본법 제21조 2항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위원회(위원회, 심의회, 협의회 등 명칭을 불문하고 행정기관의 소관 사무에 관하여 자문에 응하거나 조정, 협의, 심의 또는 의결 등을 하기 위한 복수의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합의제 기관을 말한다. 이하 같다)를 구성할 때 위촉직 위원의 경우에는 특정 성별이 위촉직 위원 수의 10분의 6을 초과하지 아니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김문수 후보가 5월 20일 발표한 여성 공약에도 그대로 포함돼 있다. 김 후보는 공무원 시험에서 성별 중 어느 한쪽의 합격이 70%를 넘지 않게 조정하는 '양성평등 채용 목표제'를 공공기관까지 확대하겠다고 했다. 즉, 이재명 후보의 '성소수자 70%' 관련 발언과 김 후보의 여성 공약은 같은 말이다.
결국 김문수 후보의 사례는 성폭력 범죄자가 학교에 취업할 수 있다는 식으로 사례를 극단화하고, 성소수자가 이성애자들의 취업을 위협한다는 공포심을 조장해 차별금지법을 공격한 사례에 해당한다. 이는 차별금지법의 입법 취지와 예외 규정, 현행 법령과 모두 배치되는 과장된 허위 정보다.
뉴스타파 뉴스앤조이 webmaster@newsnjoy.or.kr
Copyright © 뉴스타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