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윤정. MAA 제공
평범한 캐릭터 맡아
이제야 좀 성장한 느낌
다정한 정준원 선배 있어
더 즐겁게 찍었죠
배우 고윤정은 김희선, 김태희, 전지현, 수지 등 대한민국 절세 미녀 계보를 잇는 여배우다. 스포츠경향이 실제로 만난 고윤정은 깎아놓은 듯한 외모와 달리 굉장히 털털했다. 무심한 듯 다소 무뚝뚝하기까지 한 ‘언슬전’ 속 오이영의 모습이 그대로 배어 나오는, 말 그대로 ‘유쾌한’ 반전이다.
“요즘 ‘인기 있다’고 말씀해주시면 ‘아, 그렇구나’ 체감하고요. 한편으로는 시상식이나 제작발표회, 라이브 방송 등에서 긴장도 높아지는 것 같아요. 저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에게 실수하지 않고, 기대에 부응하고 싶은 마음 때문인 것 같아요.”
최근 막을 내린 tvN 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이하 ‘언슬전’)은 그에 대한 열기를 더욱 지피는 연료와도 같았다. 그는 종로 율제병원 산부인과 전공의 1년 차들의 좌충우돌 성장기를 다룬 작품에서 1년 차 4인방의 중심이자, 구도원 선생(정준원)과 로맨스를 나누는 오이영을 연기했다.
“신원호·이민수 감독님과 MBTI 관련 얘기도 나눴고요. 이우정·김송희 작가님은 역할이 결정되고 나서 제 실제 모습을 많이 담아 대본을 써 주셨던 것 같습니다. 이영이가 평소 의욕이 없다가, 연애하면서 의욕이 생기는 것처럼 비치는데요. 전 이영이에게 계기가 필요했다고 생각했어요. 빚을 갚아야 한다는 목적이 있다 보니 일에 ‘올인’할 마음이 안 생겼는데, 여러 난관에서 구제해주는 구도원 선생님에게 꽂히고 저돌적으로 나가면서 생기를 찾죠. 저도 실제로 하나에 꽂히면 뒤도 안 돌아보고 돌진하는 타입이거든요.”
그래서 ‘사돈총각’ 구도원과의 연애 이야기가 극 중반 이후를 감싼다. 실력으로나 인성으로나 존경스러운 구도원의 캐릭터는 누구나 사랑에 빠질 것 같은 캐릭터였다. 실제 촬영장에서도 선배 정준원은 다정한 사람이었다.
“오빠가 저랑 8살 차이인데, 실없는 농담을 잘하세요. 10회부터 이어지는 로맨스에서 코미디 요소도 있어 연기를 잘하는 선배님과 함께 웃으며 촬영한 것 같아요.”
미술을 전공한 그는 대학 잡지 표지 모델로 나섰다가 현 소속사 대표의 눈에 띄어 연예계에 발을 들였다. 2020년 넷플릭스 ‘보건교사 안은영’ ‘스위트홈’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2022년 tvN ‘환혼’의 낙수 역을 거쳐 2023년 디즈니플러스 ‘무빙’에서 초능력자 여고생 장희수 역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주로 현실감이 없는 장르물이나 판타지를 통해 특유의 신비한 이미지를 키운 셈이다.
“이번엔 정말 평범하고 현실적인 캐릭터를 한 것 같아요. 빚을 진 청춘에, 산부인과의 다양한 사연이 마음에 와닿았죠. 저 자신도 ‘나중에 제왕절개를 하게 되면 어떨까?’ 생각하기도 하고, 어머니에게 검진을 정기적으로 꼭 받으라고 채근하곤 했죠. 저도 내향인 이라 현장 적응에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점점 성장한 것 같아요. ‘언슬전’으로 따지면 전공의 1년 차 11월 정도라고 할까요?(웃음)”
신원호 감독으로부터 “스타가 되려면 멀었다”고 핀잔을 듣고도 실없이 웃는 그는 즐겨보던 신원호·이우정 콤비의 세계관에 들어온 자신이 대견스러운 눈치였다.
“시즌 2가 나온다면 오이영은 아직도 슬기로워지지 않은 게 아닐까요? (웃음) 이미 슬기로워졌다면 다른 분들의 다른 전공 이야기를 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어떤 방식으로든 제작된다면 카메오로 출연해주셨던 ‘슬의생’ 선배님들처럼 저도 여러 번 특별출연하고 싶습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