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이상, AI 활용법 강의에 몰려
일러스트=박상훈
공무원으로 일하다 4년 전 명예퇴직한 김모(62)씨는 지난해 인공지능(AI) 데이터 전문가 2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은퇴 후 새로운 경제 활동 수단을 찾던 김씨는 포털사이트 검색을 통해 한국복지정보통신협의회에서 ‘시니어 대상 인공지능 교육’ 강의를 여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3개월 동안 챗GPT 활용법 등 AI 이론·실습 교육을 이수했고, 취업에 필요한 자격증도 땄다. 김씨는 “AI 혁명 시대에 인생 2막을 열 수 있는 새로운 계기가 됐다”고 했다.
◇기성세대=‘컴맹’은 옛말
최근 50대 이상 중·장년층을 겨냥한 AI 교육 시장이 커지고 있다. AI가 일상 전반에서 널리 활용되기 시작하면서, 기성세대 사이에서도 AI를 배우고 사용하려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흔히 나이가 많을수록 새로운 기술 습득에 소극적이라는 고정관념과 달리 AI를 접하는 중년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 3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4 인터넷 이용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AI를 경험해 봤다고 답한 50대는 2022년 35.8%에서 지난해 55.6%로, 60대는 25.1%에서 43.5%로 늘었다.
그래픽=이진영
4050 대상 온라인 강의 플랫폼 ‘큐리어스’는 최근 카카오·삼성전자 개발자 출신 강사가 직접 강의하는 챗GPT 활용법 무료 강의를 열었다. 참가 신청을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신청자 수백 명이 몰렸다고 한다. 큐리어스 관계자는 “300개가 넘는 다양한 강의 중 AI 관련 강의가 가장 인기가 많다”고 했다. 성인 교육 콘텐츠 스타트업 데이원컴퍼니가 운영하는 실무 교육 플랫폼 ‘패스트컴퍼니’도 AI 강의 페이지 방문자 중 24.6%가 45세 이상 54세 미만 중장년층으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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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공부해 은퇴 후 제2의 삶 꾸려
중장년층이 AI 강의를 듣는 목적 중 하나는 은퇴 후 재취업이다. AI 기술 교육과 함께 관련 일자리까지 알선해주는 오프라인 강의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한국복지정보통신협의회는 지난해 7월 AI 데이터 플랫폼 크라우드웍스와 협업해 55세 이상 101명을 대상으로 ‘AI 데이터 가공 전문 인력 양성 강의’를 열었다. AI나 머신러닝 모델이 학습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정리하고 검증하는 작업을 하는 ‘데이터 라벨러’가 되기 위해 필요한 이론과 실무 교육을 진행했다. 수료생 32명이 실제 데이터 라벨러로 취업하는 데 성공했다. 61명은 AI나 컴퓨터 활용법 등을 가르칠 수 있는 디지털 교육 강사로 취업했다. 서영길 한국복지정보통신협의회 대표는 “AI가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고령층의 일자리 형태도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고용노동부 인가 사단법인 한국창직협회도 이달부터 50세 이상 중장년층 100만명을 AI 전문가로 양성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AI 시대에 시니어들이 기술 격차로 인해 노동시장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챗GPT·클로드 등 생성형 AI 도구 사용법을 가르칠 뿐만 아니라, 기업과 연계해 취업을 지원할 예정이다.
◇ AI 강의가 스타트업 성장도 견인
AI 강의는 에듀테크 스타트업들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패스트캠퍼스’는 지난 5년간 AI 강의 매출이 3억원에서 85억원으로 2733% 급증했다. AI 관련 강의 수는 2020년 5개에서 지난해 152개로 늘렸다. 패스트캠퍼스 관계자는 “AI 교육은 이제 전 연령층의 직업 경쟁력과 업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필수 도구”라며 “특히 중장년층에게는 커리어를 유지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기 위한 생존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했다. 설립 1년 6개월 차인 ‘큐리어스’도 최근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가 6만명대로 급증했다. 지난 2월에는 엠와이소셜컴퍼니로부터 시드 투자를 유치하며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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