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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3일 선거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이 유력한 후보들의 핵심 공약이 연일 발표되고 있다. 특히 지난 12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저출산 정책 공약을 발표했다. 이·김 후보 모두 저출산 문제를 두고 단순한 인구 감소 차원을 넘어 국가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근본적 위기로 인식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결혼부터 임신, 출산, 양육, 교육에 이르는 종합적인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이 후보는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함께 돌보는 국가’라는 기치로, 공공 돌봄과 보육, 교육 서비스의 확충을 통해 양육을 위한 사회적 기반을 조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자녀 수에 비례한 소득공제 확대, 예·체능 교육비 세액공제, 자립 펀드 도입 등 경제 인센티브도 함께 추진 중이다. 신혼부부 대상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난임 부부 치료 지원을 강화하는 공약도 내놨다.

김 후보는 ‘인구구조 변화에 맞는 결혼·임신·출산·육아·교육’을 핵심 내용으로, 결혼과 출산 초기 직접적인 경제적 부담의 완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주거비 지원, 대출조건 완화, 신생아 특례주택 대출 등을 통해 주거 안정 기반을 제공하는데 방점을 찍고 있다. 또한 가임력 검사, 생식세포 동결, 난임 시술비의 건강보험 적용 등 임신 및 출산 단계별 보건의료 지원 확장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에서 제시된 이들 저출산 공약이 과거 정책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기 정부가 출산율 반등을 지속하게 하는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낼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지금까지도 정부와 정치권에서 수많은 저출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한국은 여전히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이 0.75명(통계청 ‘2024년 출생 통계 잠정’)에 그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 결과 한국의 기존 출산장려 정책과 공약이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제도적 깊이나 실효성 측면에서 구조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특히 일·가정 양립 보장, 교육비와 주거비 부담의 완화 등 두 가지 핵심 부문에서 한국의 기존 정책은 ‘출산하고 싶은 사회 구조’를 만드는데 직접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기존 출산장려 정책과 현 대선 후보들의 공약은 공공보육 확대, 돌봄 서비스 강화 등 보조적인 양육 서비스에 집중되어 있지만, 부모가 육아와 동시에 경력을 지속하거나 직장에 유연하게 복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은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유연근무제, 단계적 복귀, 조기 퇴근제 등은 제안조차 부족하거나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미비한 수준이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직접 뒷받침하는 제도로 보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저출생 대책에서 앞서가는 선진국으로 불리는 스웨덴과 독일, 네덜란드 등에서는 일정 연령 이하 자녀를 둔 부모에게 단축 근로나 시간제 전환을 법적으로 보장해 직장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구조적 유연성을 제도화하고 있다. 양육을 위한 유연근무제도는 사용 여부가 고용주의 재량이 아닌 노동자의 권리로 명시되어 있어 부모가 출산 후에도 커리어를 중단하지 않고 자녀 돌봄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현실적 기반을 제공한다. 단순히 육아휴직 제도가 존재하냐 여부를 넘어 일·가정 양립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정책 설계의 깊이에서 한국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교육과 주거 비용 부담에 대한 대응 역시 제한적이다. 현재 한국의 정책은 방과후 돌봄이나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 공교육과 주거 서비스의 파편화된 지원에 머무르는 수준이며, 사교육 의존도나 공공임대 대기 문제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생애주기에 따라 양육과 주거비 부담이 되풀이되고 있고, 결국 양육 가구에 실질적인 안정감을 제공하기가 어려워지는 구조다.

반면 프랑스는 3세부터 무상 공립교육을 제공한다. 대학 학비와 입학 문턱을 낮추는 대신 졸업 수준은 높게 유지하는 한편 이들 인재가 취업과 연계되도록 지원한다. 또 가족수당과 주거 보조금, 교육비 등을 자녀 수와 직업의 형태 및 근로시간, 소득을 고려하여 지원하는 ‘통합적 가족정책 패키지’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사후 보완에 머무는 한국식 접근법과 달리 출산 이후 삶의 전반을 안정적으로 설계하려는 전략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독일 또한 자녀가 있는 가구에 ‘사회적 주거권’을 보장하는 법적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이를 통해 단순 주거비 보조를 넘어 자녀 수, 가구 소득, 근로 형태 등을 반영한 차등 임대료 체계를 확립하였다. 특히 주 정부 단위에서 자녀 수 증가에 따라 자동으로 갱신되는 가족 단위 주거권 계약을 통해 양육 기간 내내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출산 자체가 주거권 확대의 직접적인 계기로 연결된 독일의 정책 설계는 출산과 주거권이 분리된 한국과 대비되는 출산장려 철학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이들 선진국 사례는 정책의 존재 여부가 아닌 그것이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고려한 정교한 설계와 실행 구조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또한 직접적으로 출산을 유도하는데 머물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출산 이후의 삶을 연속적으로 보장해주는 방식으로 제도를 종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선진국의 모델을 한국 사회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산업구조와 사회 환경의 차이도 면밀히 고려해야 한다. 특히 한국의 영세한 중소기업 및 서비스업 중심으로 변화하는 산업구조, 불안정한 고용 환경, 기업 복지 수준과 지역 간 불균형을 고려할 때 민간기업에 일방적인 부담을 지우거나 전 산업에 일률적인 제도를 도입하는 방식은 정책의 수용성과 실효성 모두를 저해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가 중심이 돼 연속적이고 종합적인 출산장려 제도와 체계적인 실행 구조를 설계하되 시민사회와 민간기업과 소통하면서 참여를 유도하는 단계적 전략이 필요하다. 예컨대 유연근무제나 가족수당 같은 직접적인 지원제도는 국가가 재정적 기반을 마련하고, 기업에는 세제 혜택과 인센티브를 통해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확산시킬 수 있다. 아울러 시범사업 운영, 지역 맞춤형 모델 도입, 정책의 점진적 확대를 통해 실행가능성 및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확보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출처=어도비 스톡

  
뿐만 아니라 이러한 제도적 전환이 더욱 효과적인 사회적 변화를 수반하려면 적용 대상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공감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출산장려라는 국가 핵심과제의 중심에는 이른바 ‘MZ 세대’라고 불리는 20∼30대가 자리 잡고 있다. 다른 연령대와 구별되는 이들 청년의 특징은 대한민국 역사상 유례없이 잘사는 세대면서도 동시에 유례없는 저성장의 그늘 아래 놓였는 점이다. 따라서 이 세대에게 ‘행복’은 더는 절대적 풍요가 아닌 ‘어제보다 나은 오늘’이라는 실존적 감각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저출산 해소와 한국 사회 지속가능성의 본질은 우리 사회가 청년과 그 부모 세대의 ‘오늘’을 지지하고, 결혼·출산·육아를 통해 ‘오늘보다 더 나아질 내일’을 보장하는 데 있다. 출산과 육아에 따른 노고와 부담을 사회가 함께 나누고, 포용과 관용 속에서 부모가 자신과 아이의 성장을 함께 도모할 수 있는 사회, 또 그러한 환경을 가능케 하는 것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지향해야 할 ‘지속가능한 삶의 정책’일 것이다.

이상아 UN SDGs 협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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