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위성 센서로 신형 미사일 추적
우주에 뜬 요격기가 미사일 타격도
"방어용 표방하지만 언제든 무기화
시간 촉박하지만 실현 가능성 있어
스페이스X 등 일부 기업 독점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주 미사일 방어망 ‘골든돔(Golden Dome)’을 자신의 임기가 끝나는 2029년 1월까지 실전 배치하겠다고 20일(현지시간) 밝혔다. 그의 임기 내에 골든돔이 실현될 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이 계획으로 우주와 인공지능(AI) 기술의 무기화가 가속되고 일부 거대 방산 기업들이 더욱 몸집을 불릴 거란 전망엔 힘이 실린다.
골든돔은 이스라엘의 '아이언돔'과 유사한 차세대 미사일 방어체계인데, 그걸 우주에 구축하겠다는 게 미국의 계획이다. 지상 레이더로 탐지하기 어려운 신형 미사일을 저궤도 인공위성에 탑재된 우주 센서로 추적하고, 우주공간에 배치된 요격기가 상승 단계에 있는 미사일을 타격한다는 구상이다. 건설에는 총 1,750억 달러(약 244조 원)가 소요될 거라고 미국은 예상했다.
국내 우주·방산 분야 전문가들은 이 계획을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일부 우주기업과 방산기업들이 독점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발표 직후 미국에선 이미 사업의 상당 부분을 스페이스X가 수주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특히 AI 기업 팔란티어도 참여가 유력하다고 알려지면서 AI를 활용한 국방기술 경쟁이 심화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안형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우주공공팀장은 “골든돔은 방어용을 표방하지만 언제든지 무기화할 수 있는 모호한 구상”이라며 “미국의 패권에 영향을 받아 향후 산업계의 기술 개발 방향도 안보와 공격이라는 이중 용도 기술을 겨냥하는 군비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간이 촉박하긴 하지만, 골든돔이 기술적으로 아예 불가능하진 않다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1983년 인공위성을 이용해 적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일명 ‘스타워즈’ 계획을 추진했다가 기술 한계와 예산 부족으로 실패했으나, 지금은 다르다. 저궤도 인공위성을 이용한 미사일 탐지는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보유한 저궤도 위성망 ‘스타링크’를 활용할 수 있다. 이미 스페이스X는 미 국가정찰국(NRO)과 계약을 맺고 ‘스타실드’라는 저궤도 군사위성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장원준 전북대 방위산업융합과정 교수는 “스타실드는 스타링크를 기반으로 하되, 강화한 암호체계와 군사통신, 미사일 조기경보 및 감시 기능을 갖췄다”라며 “이 체계를 고도화하겠다는 건데, 시간만 주어지면 실현 가능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2020년 4월 헝가리 노그라드주 상공 밤하늘에서 찍은 스타링크 위성들이 궤적을 이루고 있다. EPA 연합뉴스
우주 요격체계 구축은 훨씬 어렵긴 하다. 최근 미국물리학회 공공정책위원회의 분석에 따르면, 우주 요격체계를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0발을 요격할 때 최소 5,500개에서 최대 3만6,000개의 요격 미사일이 필요하다. 여기에 드는 비용은 약 1,800억 달러(약 250조 원)이며, 요격 결정 시간을 줄이면 필요한 미사일 수는 더 늘어난다. 많은 요격기를 우주에 적절하게 배치하는 것도 도전적인데, 비용 대비 효과도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레이저 무기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출력과 사정거리가 아직 한참 못 미친다. 최근 미 해군이 구축함에 탑재한 록히드마틴의 최신 고출력 레이저 무기 ‘헬리오스’는 60킬로와트(kW) 출력의 레이저를 쏴서 최대 8km 떨어진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 공격용 드론과 소형 선박, 미사일 광학센서 등을 요격할 순 있지만, 우주에서 힘을 발휘하기엔 역부족이다. 최명진 건양대 군사학과 교수는 “레이저 무기는 미사일처럼 공기 밀도에 제한을 받지 않아 우주공간에서 활용하기에 장점이 있지만 출력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김현우 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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