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과학자의 소유욕과 세력권으로 과학계를 떠나는 피해자들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J.R.R. 톨킨의 소설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골룸은 반지에 대한 강한 소유욕을 보인다. 과학계에도 골룸 같은 소유욕을 가진 과학자들로 인해 일부 과학자들이 과학계를 떠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현지시간) 네이처 보도에 따르면 호세 발데즈 독일 마르틴루터 할레-비텐베르크대 생물학연구소 박사후연구원 연구팀이 이날 국제학술지 ‘원 어스’에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골룸 효과’에 대한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소유욕이 강하고 다른 과학자들이 자신의 영역에 침범하지 못하도록 세력권을 형성하는 행동을 골룸 효과라고 칭했다. 다른 과학자의 기반을 약화시키려는 시도, 데이터·자원·기회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려는 시도 등이 골룸 효과에 해당한다.
연구팀은 골룸 효과가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64개의 각기 다른 국적을 가진 과학자 56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 참여자들이 편향적 판단을 하지 않도록 설문조사를 마칠 때까지 골룸 효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의 44%가 골룸 효과 영향을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골룸 효과를 경험한 사람의 46%는 가해자가 저명한 연구자라고 답했고 35%는 지도교수 등 자신의 윗사람이라고 답했다.
골룸 효과를 경험한 시점은 박사 과정 중이 54%, 석사 과정 중이 32%, 박사후연구원 때가 31%, 학부 과정 중이 27%였다.
골룸 효과가 미치는 특히 심각한 문제점은 경력에 미치는 영향이었다. 골룸 효과를 경험한 사람의 68.8%가 경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고 20%는 아예 과학계 및 학계를 떠났다고 답했다.
연구팀은 “시니어 연구원, 교수들도 골룸 효과의 영향을 받지만 경력 초기에 특히 피해를 입는 경향이 있다”며 “골룸 효과의 영향을 받은 사람 5명 중 1명은 학계를 완전히 떠난다”고 말했다.
응답자들이 답한 골룸 효과의 구체적인 피해 사례로는 윗사람의 아이디어 도용, 컨퍼런스에서의 명예훼손 사건, 연구 데이터 보류, 협력 연구 전 개인 연구 차단 등이었다.
연구팀은 “이번 설문조사 참여자의 대부분은 생태학자였지만 다른 과학 분야에도 일반화할 수 있는 조사 결과”라며 “노골적인 괴롭힘뿐 아니라 골룸 효과를 통한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도 과학계가 인지해야 과학자들이 학계를 떠나는 등의 문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 자료>
doi.org/10.1016/j.oneear.2025.101314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