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원화를 기반으로 한 스테이블코인 관련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상 자산이 대선 정국 핵심 이슈로 부상한 가운데, 디지털 자산의 제도권 편입을 골자로 하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이달 안에 발의한다. ‘자본금 50억원 이상’ 등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기준과 거래소·보관 기관을 명시해 정부 규율을 법제화하는 게 핵심이다. 민주당 대선 공약으로, 상법 개정과 함께 주식시장 정책 주도권을 굳히는 전략이기도 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사흘째 수도권 표심잡기에 나선 21일 오후 인천 부평역 광장을 찾아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플랫폼 활용해 경쟁력 확보 可”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산하 디지털자산위원회(위원장 민병덕)는 21일 국회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선 원화를 기반으로 한 스테이블코인이 ▲환율 불확실성 극복 ▲글로벌 통화 주권 확장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한계 보완 역할을 할 거란 의견이 주를 이뤘다. 토론회에는 민주당 중앙선대위 먹사니즘 위원장인 권칠승 의원, 정책본부 부본부장인 임광현 의원 등이 참석했다.
스테이블코인이란 달러, 금 등 특정 자산과 일대일로 연동돼 가치가 ‘고정’되는 가상자산이다. 일반적인 가상자산보다 변동성이 낮다는 게 핵심이다. 거래 및 결제 안정성을 기대할 수 있다. 대표적인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USDT(테더), USDC(서클)다. 미국 국채를 매입해 그 담보금으로 수익을 낸다. 발행사가 찍어낸 코인 만큼의 준비금을 보유한 ‘담보형’이다. 이들이 보유한 미 국채 총합은 한국의 미 국채 보유량과 맞먹는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최근 대선후보 첫 TV토론에서도 핵심 쟁점으로 다뤄진 이슈다. 무엇보다 수요 자체가 적을 거란 지적이 많다. USDT, USDC가 유통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에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경쟁력을 담보하는 것부터 어렵다는 것이다. 원화 가치와 ‘일대일 연동’되는 것을 고려하면, 준비금 50억원으로 누구나 통화를 발생할 수 있어 위험성이 높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날 민주당 토론회는 이런 지적을 반박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민병덕 의원은 “금융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시점에 역량을 집중하면 원화 스테이블코인 경쟁력을 충분히 갖출 수 있다”면서 정책적 지원을 경쟁력 확보의 핵심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우리 강점인 플랫폼을 활용하면, 동남아 등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키워나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미 상원이 지난 20일(현지 시각) 지니어스법(스테이블코인법) 처리를 위한 ‘토론 종결 투표’에서 가결 정족수(60표 이상)를 채운 것을 언급했다. 향후 상원 전체회의에서 과반을 얻으면 법안이 통과된다. 미 NBC에 따르면, 공화당 내에선 늦어도 미 현충일(26일) 이전 통과를 기대하고 있다. 민 의원은 “한국으로 치면 필리버스터가 끝나 법안이 사실상 통과된 것”이라며 “한국이 글로벌 질서를 능동적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했다.
권칠승 의원도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직관적이고 신속한 글로벌 자금 유치수단으로 활용하면, 기존의 환율 리스크도 극복할 수 있다”면서 “스타트업이 외국계 벤처 투자사와 투자 계약을 맺었지만 환율 리스크, 외국환 관련 복잡한 법 문제로 투자 유치가 무산된 사례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통화 간 불일치, 금융거래 시차 등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CBDC 한계점 보완”
토론회에선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CBDC 한계를 보완할 거란 주장도 나왔다. CBDC는 기존 은행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내수용 디지털 신용’을 중앙은행이 직접 배급·관리토록 전환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해외 송금, 결제 관련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종섭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아웃바운드 소매 금융을 혁신하려면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확장성과 관련, 스테이블코인 발행인을 금융기관으로 한정하면 안 된다는 전문가 제언도 있다. 통화 영토를 넓히려면 발행인 허용 범위도 넓혀야 한다는 의미다. 윤민섭 디지털소비자연구원이사는 “일본처럼 스테이블코인 발행인을 은행으로 한정하면 확장성 감소는 불가피하다”면서 “입법 과정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통화 영토 확장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을 고려하자”고 했다.
국내 시장에선 기존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자본 유출, 원화 대체현상을 심화한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에 대해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테더 등이 국내 시장에 야기하는 문제를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제도화 과정에K-컨텐츠 등 경쟁력 있는 상품을 활용해 해외시장 개척을 고려하자고도 했다.
18일 서울 마포구 SBS프리즘타워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토론회에서 각 정당 대선 후보들이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왼쪽부터 개혁신당 이준석,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 /뉴스1
◇이재명vs이준석 ‘스테이블코인戰'
앞서 이재명 후보는 지난 18일 대선후보 첫 TV토론에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만든다는 것은 담보로 그 액수 만큼 넣어 놓고, 거기에 맞게 코인 발행을 허용한 것이기 때문에 안정성이 담보된다”고 했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국내에서 발행할 수 있도록 법을 만든다는 것이다. 또 가상자산 업무를 전담할 대통령실 산하 ‘디지털자산위원회’ 신설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원화 가치와 일대일로 연동되는 코인의 준비금 보유가) 동작 가능한지, 자금의 불법적 유통을 막기 위해 어떤 장치를 마련할 것인지 궁금하다”고 했다. 또 USDC와 USDC의 차이를 아는지 물은 뒤 “서클은 자금 동결을 할 수가 있다”면서 “이재명 후보가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구체적 전략도 없이 실행하겠다고 말해버리면, 마치 작전 주 하던 것처럼 시장만 들썩이게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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