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훈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 연구팀
소리로 소통하는 박쥐·돌고래에서 아이디어
왼쪽부터 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 안성훈 교수, 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 안세민 박사과정생, 서울대학교 허준 박사과정생, 서울대학교 김재훈 석사과정생./서울대 공과대학
안성훈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마이크 하나로 사람의 위치를 확인하고, 소음이 가득한 공장 안에서도 사람과 로봇이 소리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재난 구조 현장이나 스마트 팩토리에서 활용 가능성이 큰 기술이다.
연구팀은 음원 위치 추정 기술, 음향 기반 통신 기술을 통해 ‘눈이 아닌, 귀로 공간을 보는 ‘3차원 청각 센서’를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고 21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Robotics and Computer-Integrated Manufacturing’에 게재됐다.
산업 현장이나 재난 구조 현장에서 ‘소리’는 중요한 단서다. 고온, 먼지, 연기, 어둠, 장애물 등으로 인해 시각 센서나 전자기 기반 통신이 완전히 무력화되는 상황에서도 음파를 이용해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다만 현재 나와 있는 음향 센싱 기술은 정확도가 낮고, 복잡한 장비 구성이 필요해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활용도가 낮다.
공장과 같은 고소음 환경에서는 보다 고도화된 음향 센싱 기술이 요구되는데, 사람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거나, 로봇이 작업자의 음성 지시를 인식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기존의 통신 방식은 네트워크가 부재한 환경에서는 로봇 간 원활한 협업이 어렵다는 한계도 있었다.
연구팀은 단 하나의 센서로 위치 인식이 가능한 메타구조 기반의 3차원 청각 센서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 센서는 두 가지 핵심 기술, 즉 소음 환경에서도 사람이나 물체의 3차원 위치를 추정할 수 있는 ‘3차원 음향 인지 기술’과 인간-로봇 및 로봇 간 새로운 상호작용 방식을 구현한 ‘음파 기반 이중 통신 기술’에 바탕을 두고 있다.
연구팀은 박쥐나 돌고래가 소리만으로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서로 의사소통하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에 주목했다. ‘특정 방향의 소리만을 선택적으로 듣는’ 청각 능력을 공학적으로 구현해 복잡한 소음 속에서도 원하는 소리만 골라낼 수 있도록 했다. 서로 다른 경로에서 도달하는 음파의 위상을 인위적으로 조절해 특정 방향의 소리만 증폭하고 나머지는 소거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이 시스템에 ‘3DAR(3D Acoustic Ranging)’라는 이름을 붙였다.
연구팀은 돌고래의 이중 주파수 의사소통 원리에 착안해, 가청·비가청 영역을 분리한 이중 음향 채널을 설계했다. 사람과 로봇은 가청 주파수(인간이 들을 수 있는 소리)로 소통하고, 로봇끼리는 비가청 주파수(인간이 못 듣는 소리)로 소통하게 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 구조는 간섭을 최소화하고, 로봇 간 독립적인 통신 경로를 제공하기 때문에 산업 현장에서 보다 복잡한 협업 시나리오를 실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해 실증도 완료했다. 이 시스템이 장착된 사족 보행 로봇은 사람과 소리로 상호작용하고, 가스 누수 위치를 소리로 탐지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를 이끈 안성훈 교수는 “벽이나 장애물에 막히는 전자기파에 의존하는 기존 통신 기술과는 달리, 좁은 틈만 있다면 벽도 통과해 들리는 소리를 이용한 시스템은 앞으로 새로운 상호작용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논문의 제1저자인 기계공학부 안세민 박사과정생은 “기존에는 소리로 위치를 파악하려면 여러 개의 센서나 복잡한 계산이 필요했다”면서 “회전하는 단일 마이크만으로도 음원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이번 3차원 센서의 개발은 음향 기반 센싱 기술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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