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창업자가 20일(현지시간) 미국 마운틴뷰 구글 본사에서 열린 개발자대회(I/O)에서 스마트안경 시제품을 착용해보고 있다./ 송영찬 특파원
“지금 보시는 건 일본 규슈 여행에 관한 책입니다. 규슈 지방은 라멘으로 유명한 곳이죠.”
언뜻 평범해 보이는 안경을 쓰고 책상 위에 놓인 여행책에 대해 묻자 안경테에서 이같은 대답이 누군가 귓속말하듯 흘러나왔다. 뒤이어 “유명한 식당을 추천해줄 수 있냐”고 묻자 유명한 라멘 식당들에 대한 정보가 막힘없이 흘러나왔다. 대답을 귀로만 들은 건 아니다. 렌즈 위에는 방금 들은 대답이 말풍선 모양의 자막으로 떴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마운틴뷰 구글 본사에서 열린 개발자대회(I/O) 현장에서 착용해본 구글의 차세대 스마트안경의 모습이다.
구글이 삼성전자, 젠틀몬스터와 손잡고 스마트안경 시장 재진출을 선언했다. 검색에 AI를 전면 도입하고 각 기능에 특화된 모델을 대거 출시하는 등 스마트안경의 토대가 되는 인공지능(AI)도 대폭 강화했다. 구글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자사 생태계 전반에 AI를 적극 도입하며 글로벌 시장 판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하드웨어는 삼성, 디자인은 젠틀몬스터 담당
20일(현지시간) 미국 마운틴뷰 구글 본사에서 열린 개발자대회(I/O) 현장에서 한 여성이 구글의 새 스마트안경을 착용한 채 걸어가고 있는 영상이 나오고 있다./ 구글 유튜브 캡처
구글의 차세대 스마트안경 개발엔 한국 기업들이 적극 참여한다. 우선 하드웨어는 구글과 ‘확장현실(XR) 동맹’ 관계를 맺고 있는 삼성전자가 맡는다. 올해 연말 출시가 예정된 XR 헤드셋에 이어 스마트안경까지 협력 관계를 대폭 확대했다. 디자인은 한국 아이웨어(안경·선글라스) 브랜드 젠틀몬스터와 미국 브랜드 와비 파커가 맡는다. 결국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디자인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샤람 이자디 구글 XR부문 부사장은 “안경은 하루 종일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어야 진정한 가치가 발휘된다”며 “안경을 쓰면 초능력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새 스마트안경은 멀티모달 AI 모델 ‘제미나이 라이브’를 기반으로 구동된다. 그동안 제미나이 라이브는 스마트폰의 카메라를 눈으로 삼았지만 이제는 스마트안경의 오른쪽 테두리 위쪽에 장착된 초소형 카메라를 활용해 사용자의 움직임에 따라 시선을 맞출 수 있다. 삼성전자가 제조하는 스마트안경의 렌즈에는 가로세로 약 1㎝ 크기의 반투명 디스플레이가 내장돼있다. 이 디스플레이를 통해 실시간 번역이나 길 안내 기능도 활용 할수 있다.
스마트안경 시장에 구글이 다시 뛰어든 건 10년 만이다. 구글은 앞서 2013년 자사 첫 스마트안경 ‘구글 글라스’를 출시했지만 저조한 판매에 2015년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 철수했다. 메타는 그 틈을 파고 들었다. 미국 안경 기업 에실로룩소티카(레이밴)와 손잡은 메타는 2023년 스마트안경 ‘메타 레이밴’을 출시해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안경 시장에서 6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구글은 호환성을 강점으로 한 안드로이드 XR을 앞세워 2030년 83억달러(약 11조5000억원)로 지난해(19억달러)의 4배 이상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스마트안경 시장을 되찾겠다는 목표다.
검색에도 AI 적극 도입
20일(현지시간) 미국 마운틴뷰 구글 본사에서 열린 개발자대회(I/O) 현장에서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가 기조연설하고 있다./ 구글 제공
하드웨어에만 집중한 건 아니다. 자사의 핵심 사업인 검색에도 AI를 전면 도입했다. 기존의 AI 검색 기능이었던 ‘AI 오버뷰(개요)’가 검색 결과를 요약 및 정리해주는 데 그쳤다면, 이날 미국에 먼저 출시된 ‘AI 모드’는 AI가 사용자의 질문 의도를 파악해 답변을 제공한다. 특히 에이전트(비서) 기능이 강화돼 사용자의 선호도에 부합하는 물건을 찾아 스스로 장바구니에 넣고 명령하면 알아서 구매까지 해주는 등 쇼핑 기능도 강화했다. 구글은 향후 사용자가 특정 옷을 입은 사진을 생성해 코디네이션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기능도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AI 모드는 구글이 만든 역대 가장 강력한 AI 검색 경험”이라며 “검색을 전면적인 재구성한거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챗GPT·퍼플렉시티 등 AI 챗봇이 글로벌 시장 점유율 90%에 육박하는 자사 검색 시장 장악력에 위협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구글은 이들 AI 기업과의 전면전에 대비해 딥 씽크(수학 및 코딩)·플로(영화 제작)·비오3(영상 생성)·이마젠4(이미지 생성)·쥴스(코딩) 등 각 기능에 특화된 AI 모델도 대거 출시했다.
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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