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구글 연례 개발자 회의]
구글 검색에 'AI 모드' 도입 발표
대화하듯 검색하고 후속 질문도
'구글 검색 아성' 사수 위해 변화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가 20일 미국 실리콘밸리 구글 본사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회의(I/O)에서 구글 검색에 인공지능 모드를 도입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실리콘밸리=AP 뉴시스
깊은 잠을 취하지 못하는 A씨. 수면의 질을 측정해주는 스마트워치나 스마트링 구입을 고민 중이다. '숙면용 베개나 매트를 이용하는 게 낫다'는 권유도 솔깃하다. 지금까지는 검색창에 스마트워치, 스마트링, 베개 등을 일일이 검색하고 스스로 비교했다. 앞으로는 달라진다. "스마트워치, 스마트링, 숙면용 베개를 가격과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해서 추천해줘"라고 검색하면, 인공지능(AI)이 A씨를 대신해 비교하고 추론한다. "근데 깊은 수면을 취하면 심박수는 어떻게 변하는 거야?"처럼 갑자기 떠오른 질문을 이어서 할 수도 있다.
세계 1위 검색 엔진 구글이 진정한 'AI 검색 엔진'으로 진화한다. 구글은 20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구글 본사에서 연례 개발자 대회(I/O)를 열고, 추론 능력과 멀티모달(이미지·소리 등 여러 형태의 정보) 처리 기능을 갖춘 'AI 모드'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몇 주 안에 미국부터 구글 검색창에 AI 모드 전용 탭이 추가될 예정이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는 "(AI 모드는) 구글이 만든 역대 가장 강력한 AI 검색 경험"이라며 "검색의 전면적인 재구성"이라고 강조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가 20일 미국 실리콘밸리 구글 본사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회의(I/O)에서 구글 검색에 인공지능 모드를 도입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이서희 특파원
AI 모드는 구글이 지난해 공개한 'AI 오버뷰'를 발전시킨 것이다. AI 오버뷰 역시 구글의 AI 모델 '제미나이'를 바탕으로 구동되지만, 웹 검색 결과를 AI가 요약해서 보여주는 데 그쳤다. 제품 비교 분석과 같은 요청은 물론 후속 질문도 불가능했다. 반면 AI 모드는 챗GPT처럼 긴 자연어 질문도 이해하고, 글뿐만 아니라 지도나 그래픽으로도 답하며, 후속 질문에도 반응한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0여 년간 구글 검색 결과는 '10개의 파란 링크'로 상징돼 왔다"며 "그러나 (AI 모드 도입으로) 챗봇과 보다 비슷해졌다"고 전했다.
구글 검색이 이처럼 대대적으로 바뀌는 건 AI 검색 부상에 따른 위기감 때문으로 읽힌다. 구글 검색은 20년 넘게 세계 검색 시장을 장악해 왔으나 지난해 처음으로 점유율이 90% 아래로 떨어졌다. 정보를 얻고 싶을 때 검색창 대신 챗GPT 같은 챗봇 대화창을 찾는 이들이 계속 늘고 있는 것이 결정적 원인으로 꼽혔다. 최근 애플 서비스 부문 책임자인 에디 큐 부사장도 "사파리(애플 웹브라우저) 4월 검색량이 처음으로 줄었다"면서 "사람들이 AI를 많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구글의 AI 모드 도입은 이런 시대 흐름에 맞춘 변화라 볼 수 있다. NYT는 "구글은 경쟁자들이 자사 검색 사업을 위협하기 전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전략을 택했다"고 평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가 20일 미국 실리콘밸리 구글 본사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회의(I/O)에서 발언하고 있다. 구글 제공
피차이 CEO는 이날 "향후 AI 모드에는 에이전트 기능도 접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에이전트(Agent)란 '고도의 지능'과 '도구에 대한 접근성'이 결합돼 이용자가 원하는 작업을 대신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규정했다. 단순히 똑똑한 것을 넘어 여러 가지 도구를 직접 사용함으로써 사람이 원하는 일을 완벽히 대신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에이전트라는 뜻이다.
앞으로 에이전트가 AI 모드와 합쳐지면 더 복잡한 명령도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이번 토요일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경기 하단 좌석 중 저렴한 티켓 2장을 찾아줘"라고 검색할 경우, AI가 여러 티켓 구매 사이트에서 실시간 가격과 잔여석 등을 분석한 다음 이용자에게 적합한 티켓을 골라 보여주게 된다.
아울러 구글은 웹브라우저에서 작동하는 에이전트 '프로젝트 마리너'를 이날 처음 공개했다. 프로젝트 마리너는 항공권 예약, 쇼핑 비교, 블로그 작성 같은 작업을 스스로 처리할 수 있고, 한 번에 최대 10개 작업까지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게 특징이라고 구글 측은 설명했다. 프로젝트 마리너는 미국 내 유료 가입자부터 이용할 수 있다. 구글은 "프로젝트 마리너는 향후 다양한 기기와 서비스에 통합될 예정"이라며 "다가올 AI 에이전트 시대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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