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강남구 위워크에서 만난 박정주 스포티파이코리아 뮤직팀 총괄. 스포티파이코리아 제공
“스포티파이의 음악 추천에는 사람의 감각, ‘휴먼 터치(Human Touch)’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14일 서울 강남구 위워크에서 만난 박정주 스포티파이 코리아 뮤직팀 총괄(44·사진)은 자사의 음악 추천 기능을 이렇게 설명했다. 스포티파이는 세계에서 가장 큰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전세계 180개국에 6억7800만 명이 이용하고 있다. 2008년 유럽 6개국에서 공식 출시됐고, 한국에는 2021년 2월 서비스가 시작됐다. 현재 스포티파이에서 1억 곡 이상의 노래와 600만 개 이상의 팟캐스트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2003년 삼성전자 개발자로 커리어를 시작한 박 총괄은 SM엔터테인먼트, 워너뮤직 그룹, 소니 뮤직 등을 거쳐 스포티파이 코리아가 론칭되기 직전인 2020년 합류했다. 2023년부터 뮤직팀 총괄로서 아티스트와 레이블 협업 등 음악 사업 전반을 관리하고 있다. 그는 “삼성전자에서 전시회 프로젝트를 맡았을 때 블루레이와 홈씨어터 등으로 음악을 들을 기회가 많아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미국 빌보드가 음악 산업을 이끄는 리더를 선정해 발표하는 ‘2025 빌보드 글로벌 파워 플레이어스’에도 포함됐다.
●알고리즘 뒤의 사람
스포티파이의 핵심은 ‘음악의 개인화’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이라는 캐치프레이즈처럼 사용자가 원하는 음악을 맞춤형으로 추천해 준다. 이때 스트리밍 수치, 팔로우 수 등 스포티파이가 확보한 방대한 자료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AI) 머신러닝과 사람인 ‘에디토리얼 팀’의 추천이 동시에 적용된다. “전세계 스포티파이에 있는 에디토리얼 팀은 한국에도 2명이 있습니다. 이들은 매일 새로운 음악을 듣고, 아티스트들의 활동을 봅니다. 결국 기술과 사람의 역할이 결합돼 하나의 플레이리스트에 담기게 되는 겁니다.”
14일 서울 강남구 위워크에서 만난 박정주 스포티파이코리아 뮤직팀 총괄. 스포티파이코리아 제공
에디토리얼 팀은 데이터는 없지만 유망한 아티스트들을 직관적으로 골라낼 수 있다. 2021년 스포티파이의 글로벌 라이징 아티스트 지원 프로그램인 ‘레이더 아티스트’로 선정된 가수 애쉬 아일랜드의 예가 그렇다. 사람 에디터들이 해외에서 많이 스트리밍되는 K팝 아이돌 아닌 힙합 가수를 발굴한 것이다. 박 총괄은 “데이터가 몰랐을 때 저희가 픽을 한 케이스”라며 “애쉬 아일랜드가 주목받으면서 미국 음악 잡지인 롤링스톤에도 소개됐다”고 말했다.
정기적으로 각국의 에디토리얼 팀이 모여 음악 트렌드를 공유하는 ‘글로벌 큐레이션 그룹(Global Curation Group)’은 예전이라면 각 나라에서만 머물렀을 음악이 전세계적으로 소비되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박 총괄은 “최근 J팝이 인기를 얻으면서 일본 팀과의 협업이 늘었다”라며 “최근 요네즈 켄시가 내한했을 때 ‘온 투어 플레이리스트(On Tour Playlist)’를 만들어 실제 아티스트가 공연했을 때의 플레이리스트를 제공해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빌리아일리시 내한하게 한 글로벌 네트워크
지난해 6월 18일 서울 광진구 빛의 시어터에서 세 번째 정규 앨범 ‘히트 미 하드 앤드 소프트(HIT ME HARD AND SOFT)’ 발매를 기념해 한국에서 청음회를 가진 빌리 아일리시(왼쪽)가 스페셜 MC인 제니와 대화하고 있다. 스포티파이코리아 제공
스포티파이 뮤직팀의 또다른 축은 아티스트 레이블과의 긴밀한 협업이다. 특히 해외 네트워크가 탄탄하기에 각종 글로벌 아티스트들과 한국 팬들의 접점을 만들기도 한다. 지난해 6월 빌리 아일리시가 세 번째 정규 앨범 ‘히트 미 하드 앤드 소프트(HIT ME HARD AND SOFT)’ 발매 당시 한국에서 열린 청음회에 직접 참석한 게 대표적 사례다. 런던에서도 유사한 행사가 열렸지만, 아티스트가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다. 박 총괄은 “당시 빌리 아일리시가 일본 등에서 스케쥴이 있단 사실을 알게 돼 국내 팀에서 급박하게 움직여 성사된 것”이라며 “스포티파이는 단순한 음악 서비스가 아닌 팬-아티스트 간의 연결을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레이블과의 협업도 활발하다. 레이다 아티스트를 비롯해 여성 아티스트를 조명하는 ‘이퀄(Eqaul)’, 신인을 조명하는 ‘루키(Rookie)’ 등 다양한 아티스트 지원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박 총괄은 “예전엔 아티스트와 협업하기 위해 스포티파이 자체에 대해 설명을 많이 했다면, 이제는 4년 간 경험이 쌓이다 보니 우리가 누군지 설명할 필요는 줄었다”며 웃었다.
19일 시장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달 스포티파이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329만 명. 유튜브 뮤직(979만 명), 멜론(601만 명)에 이은 3위다. 지난해 10월 광고를 보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무료 요금제’를 출시한 뒤 이용자가 많이 늘었다. 하지만 글로벌 1위라는 위상에 비해 국내에선 힘을 쓰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박 총괄은 “한국은 음악 시장 경쟁이 치열하고, 청취자들의 수준도 높아서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는 전략은 어려웠다”라며 “지금 고무적인 숫자(이용자 수)가 나오기 때문에 이제 시작이라고 봐주시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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