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타이베이서 미디어 간담회
“中 AI 시장 잠재력 뛰어나… 딥시크는 인류에 선물”
“美 AI 산업 선두에 있으려면, 기술 보급 극대화해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21일(현지시각) 대만 타이베이 만다린 호텔에서 진행된 미디어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타이베이=전병수 기자
“중국에 대한 미국의 수출 통제 정책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인공지능(AI) 산업에서 미국이 선두를 차지하려면 ‘AI 확산 규칙(AI Diffusion Rule)’을 폐지한 것처럼 미국의 기술 보급을 극대화해야 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21일(현지시각) 대만 타이베이 만다린 호텔에서 열린 미디어 간담회에서 “중국은 활력 있고 우수한 인재들로 구성된 생태계를 갖춘 시장”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황 CEO는 오는 23일까지 진행되는 아시아 최대 IT·컴퓨팅 전시회 ‘컴퓨텍스 2025’에 참가해 기조연설부터 부스 투어, 미디어 간담회 등에 나서고 있다.
황 CEO는 중국 시장에서 수출 규제로 막대한 손해를 봤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수출 규제로 H20 제품을 중국에 출하할 수 없게 됐고 그 결과 수십억달러 규모의 재고를 전액 손실 처리해야 했다”며 “이는 일부 반도체 회사의 매출 전체와 맞먹는 규모”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은 두 번째로 큰 시장이고, 이런 기회를 갖지 못한다는 것은 미국이 고용 창출, 산업의 지속성 등을 누릴 수 없다는 것”이라며 “엔비디아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95%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50%이며 나머지 점유율은 중국 현지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다. 더 많은 중국의 AI 모델이 엔비디아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황 CEO는 중국의 AI 산업과 기술력이 막강한 잠재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 세계 50% 이상의 연구진이 중국에 속해 있고, 이들의 실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며 “딥시크와 같은 AI 모델은 엔비디아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이 같은 기술이 오픈 소스로 개방됐다는 것은 인류에게도 대단히 큰 선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 시장에서 엔비디아는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며 “중국은 굉장히 활기 넘치는 생태계를 갖췄고, 소프트웨어 역량이 대단히(incredibly) 뛰어나다. 중국의 소프트웨어 기술력은 전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고 했다.
황 CEO는 중국에 대한 수출 규제로 판매가 금지된 H20을 대체할 제품을 개발하는 것과 관련해 고심이 크다고 전했다. H20은 엔비디아가 중국에 합법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유일한 AI 칩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H20 수출을 제한했다. 그는 “H20의 성능을 어떻게 더 낮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엔비디아가 H20을 재설계해 성능을 낮춘 칩을 개발할 것이란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바이든 행정부가 시행한 ‘AI 확산 규칙’을 공식 폐기한 것에 대해서는 지지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황 CEO는 “미국이 AI 기술의 선두에 서고 싶다면, 미국 기술의 보급을 극대화해야 한다. AI 기술을 보급하는 것은 미국뿐만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같은 규칙이 유효하려면 미국이 AI 기술을 제공하는 유일한 국가가 됐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다른 국가들도 뛰어난 AI 모델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알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행정부는 ‘AI 확산 규칙’을 통해 기업들이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을 경우 중동 지역에 연간 최대 1700장의 AI 반도체만 수출하도록 조치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3일 전면 폐지를 결정했다. 미 상무부는 성명을 통해 “바이든 행정부의 AI 확산 규칙은 수십개국을 2등급 무역보장국으로 격하시켜 외교 관계를 훼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미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해당 규정을 폐지하고 향후 대체할 수 있는 규정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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